[MBN스타 여수정 기자] “정말 뻔하지만, 연기 잘하며 진실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신연식 감독의 영화 ‘조류인간’을 본 관객이라면 “누군데, 저렇게 신비롭게 나오지?”라며 단번에 배우 정한비에게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개된 포스터와 예고편은 물론, 영화 속 정한비는 시종일관 신비롭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빛을 혼자만 받는 것처럼. 그래서 더 궁금하다.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한 포스터 속 정한비를 시작으로 우유처럼 하얀 얼굴에 빨간 입술, 검정 머리카락, 차분하게 대사를 이어가는 말투, 신선한 비주얼 등이 그가 연기한 한비와 배우 정한비에 집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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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7번방의 선물’은 내게 선물 같은 영화다. 좋은 스코어를 기록한 건 물론 감독님이 많은 신경을 써줬다. 그래서 무엇인가 더 보여줬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여준 게 없어 감독님이나 관객에게 미안했다. 다행히 ‘조류인간’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어 이에 보답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역시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주는 관심 같아 노력을 더 많이 해야겠다.”
“‘조류인간’은 시나리오도 재미있었지만 완성된 게 더 좋았다. 음악과의 조화도 멋졌고 하얀 눈 덮인 산도 예쁘더라. 영상으로 보니 영화의 배경이 정말 예뻤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몽환적이고 신비롭기까지 하더라. 한 번 볼 때 보다 두 번 봤을 때 ‘조류인간’이 주는 메시지와 배경 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그러니 다들 많이 관람했으면 좋겠다. (웃음)”
사람이 새가 된다는 평범하면서도 기발한 과정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등까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묵직한 ‘조류인간’. 다소 철학적인 접근이라 어려울 것 같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오히려 신선하다. 스토리텔링의 달인 신연식이 연출을 했기에 다른 어떤 작품보다 신비롭고 이야기와 배경, 배우의 연기마저도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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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자연 반사판인 눈 덕을 톡톡히 봤다. (웃음) ‘7번방의 선물’때도 그렇고 ‘조류인간’때도 모두 내가 신비롭게 나와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내 이미지를 잘 포장해주셨다. 사실 난 신비로움,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조류인간’에서 이런 이미지로 나와 감독님에게 정말 감사했다. 친구들 역시 ‘예쁘게 나왔다’고 하더라. 목소리 톤이 차분해서 많이들 오해하는데 보기와 다르게 털털하다. 치마보다는 스키니 진을 좋아하며 여행갈 때도 정말 필요한 짐 외에는 가져가지 않는다. 포스터는 따로 촬영한 게 아니라 촬영 감독님이 직접 영화 스틸 컷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 역시 정말 감사하더라. 마치 명작 도서의 표지처럼 잘 나와서 집에 몇 개 있다. (웃음)”
보기와 달리 청순과 거리가 너무 멀다며 털털하게 웃는 정한비의 모습을 보니 그의 매력지수가 더 올라간다. 신비로운 이미지도 이미지이지만 연기 또한 어색하지 않아 한비가 어딘 가에 있을 것 같았다는 칭찬에 “정말이요? 감사합니다”라고 또 다시 사람 좋아 보이는 털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모습이 극중 여성스러운 한비와 180도 달랐지만 달랐기에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극중 한비가 대사도 많지 않고 다른 인물들에 비해 에너지를 발산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연기적으로 밋밋하면 어쩌나 고민이 많았다. 내 눈에는 부족한 부분만 보였는데 많은 관객들이 좋게 봐줘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아직 못 해본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한비는 내게 도전이었다. 언제 한비처럼 독특한 역할을 연기해보겠냐. 많은 공부가 됐다. 물론 앞으로 맡게 될 역할 역시 새로운 도전이겠지만 매번 연기했던 역할에서 벗어나 여러 배역을 맡고 싶다. 물론 나와 비슷한 역을 제일 잘 소화하겠지만 나만의 색을 드러낼 역을 만나고 싶고, 시원하게 욕을 내뱉는 역할도 하고 싶다. (웃음) 또는 심리적인 갈등이 크거나 감정기복이 크거나, 아픔이 엄청 많은 역할도 연기하고 싶다. 발랄한 역도 좋다.”
본래 정한비의 꿈은 배우가 아니었다.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다가 가수를 준비하는 친한 언니 덕분에 연기를 하게 됐다. 이는 오디션을 통한 배우 입문도 아니고 길거리 캐스팅도 아니다. 친한 언니의 오디션에 따라갔다 합격된 것도 아니다. 친한 언니의 소개를 받아 배우의 꿈을 꾸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한비는 배우를 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가수를 준비했던 친한 언니가 날 소개해줘서 지금까지도 배우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기를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나 역시 ‘조류인간’ 한비처럼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다. 새가 되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치듯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욱 ‘조류인간’이 내게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정체성은 물론 가까운 사람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됐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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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현재 ‘치외법권’ 촬영 중이다. 극에선 냉철하면서도 정의감에 똘똘 뭉친 검사 역을 맡았다. 아마 올 여름쯤 개봉할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하고 싶지만 영화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싶다. 정말 뻔 하지만 연기도 잘하고 진실성 있는 배우가 되어 관객을 만나고 싶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