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가 배우 캐스팅 논란에 휩싸인지 얼마 되지 않은 현재, 촬영 분량에도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
최근 ‘압구정 백야’는 임성한 작가의 친 조카이자 출연 배우인 백옥담의 분량이 지나치게 늘어난 탓에 연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백옥담은 스토리와 무관한 장면에 계속해서 출연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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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압구정백야 캡처 |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압구정 백야’은 ‘압구정 선지’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육선지(백옥담 분)의 분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날 육선지는 옥단실(정혜선 분)네 식구들에게 임신 소식을 전했다. 임신은 언제나 축하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육선지의 임신 소식은 달갑지 않다. 그의 분량이 지나치게 확대돼 이야기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이야기의 집중을 헤친 건 육선지 뿐만이 아니었다. 이야기 흐름과 관계도 없는 회상 장면이 연이어 등장, 몰입을 방해했다. 특히 백야(박하나 분)가 사무실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밤새 눈물 흘리는 장면은 꼭 포함 됐어야 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임성한 작가는 이 장면을 통해 백야가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을 드러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백야가 홀로 우는 장면을 잠시 보이기만 해도 표현할 수 있다.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할 만큼 긴 시간 동안 백야가 울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백야가 우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는 정삼희(이효영 분)의 등장이야은 그야말로, 뜬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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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압구정백야 캡처 |
백야는 거의 매회 죽은 남편인 조나단(김민수 분)과 즐거웠던 한 때를 회상한다. 그러나 백야의 태도는 어중간하다. 조나단을 반복해서 떠올리면서도, 장화엄(강은탁 분)에 대해서는 “함께라면 저승 끝이라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결국 장화엄에게 “네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 참 힘들 것 같다”고 속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시청자는 백야라는 인물에 호감보다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백야가 죽은 남편과 현재 곁에 남은 남자 사이에서 잠시잠깐 갈등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별다른 사건 없이 이 일만 가지고 몇 회를 이끌어가게 될 경우, 이야기의 긴박함은 떨어지고, 밀도 역시 하락한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압구정 백야’는 지루할 시간이 없다. 조금의 틈만 생기면 백옥담이 이상한 옷을 입고 코믹한 춤을 춰대고, 서은하(이보희 분)는 백야를 흘겨보며, 백야는 죽은 남편을 회상하며 시름에 잠기기 때문이다. 서사와 전연 관계없는 장면들이 가득 채우는 ‘압구정 백야’. 구원 투수가 필요하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