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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일본 도쿄의 타워레코드를 방문했다. 케이팝(K-POP) 코너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걸그룹 피에스타(린지, 예지, 재이, 혜미, 차오루)의 새 앨범 재킷 사진이 큼직하게 보였다. 어설픈 일본말로 옆사람에게 물었다. “고레와 난데스까.”(이것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피에스타”라는 대답이 냉큼 돌아왔다.
일본 케이팝 열풍의 한 자리를 차지한 피에스타. 지난 4일 첫 미니앨범 ‘블랙라벨’(Black Label)을 발표했다. 8일 째 되던 날 인터뷰를 위해 만났고, 10일 째 되던 날 일본에서 사진으로 또 만나니 두 배로 반가웠다.
하지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사옥에서 만났던 날(12일) 타이틀 곡 ‘짠해’는 음원 차트에서 70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멤버들은 “전보다 순위차트가 나쁘진 않은데 준비한 것에 비해 부족한 것 같다”며 “조금 더 잘 됐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고 애써 아쉬운 마음을 감췄다.
대뜸 어설픈 한국말이 끼어들었다. 중국 출신 멤버 차오루였다.
“중국에서는 훨씬 높아요. 이틀 정도 2위에 있었어요. 슈퍼주니어 D&E(동해, 은혁)이 1위고 그 다음이 우리예요. 피에스타 덕분에 중국 분들이 나를 알게 됐고, 나 때문에 중국 인기도 있다고요.”
피에스타는 지난 2014년 7월 싱글 ‘하나 더’로 활동했다. 당시 곡의 가사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여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피에스타는 “게임에 빗댄 내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실력보다 논란에 초점이 맞춰져 안타까운 마음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작곡가 신사동호랭이 오빠가 우리 입맛에 맞추기 위해 엄청 노력했거든요. 오빠가 ‘게임’이라고 해서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논란이 불거지고 난 뒤엔 이미 타격이 컸죠. 이번 앨범은 모노톤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노래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예지)
“대중을 의식 안할 수는 없겠지만 답이 정해진 것도 아니잖아요. 노래, 안무, 시기, 운, 콘셉트 등 모든 요소가 다 갖춰졌을 때 ‘괜찮다’라는 평가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하나가 틀어지면 모든 게 어그러지는 거죠. 그래서 지난 논란은 아쉬웠고요. 이번엔 강렬한 섹시는 아니에요. 타이틀 곡 ‘짠해’는 슬픈 멜로디고, 가사 자체도 슬퍼요. 깊이 있는 섹시를 중심으로 서정적인 발라드 세 곡도 포함됐고요.”(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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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에스타는 대중의 뇌리에 깊이 남을 음악이 아직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쉬운 부분은 신사동호랭이와 피에스타는 현재 같은 레이블(콜라보따리)에 소속돼 있다는 것. “소속사 식구는 못 챙긴다는 상대적 박탈감은 없느냐”고 물었다.
피에스타는 이에 대해 “우리를 잘 알고 곡을 만들어 주는데, 대중에겐 우리가 별로인가 보다”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에스타는 이번 앨범을 통해 그들의 실력을 발휘했다. 예지는 전곡 랩 메이킹에 참여했다. 혜미는 수록곡 ‘콜드’, 린지는 ‘투데이’ 작사·작곡에 발을 들여놓았다. 8개월여 공백기 동안 갈고닦은 실력들이다.
“쉬는 동안 힙합음악을 많이 듣고 랩도 쓰고 개인활동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저는 ‘해야지’ 생각하면 잘 안되고 막 휘갈기다 보면 얻어 걸리거든요. 신사동호랭이 오빠도 곡을 하루 전에 줘놓고는 ‘내일 녹음이다’ 하고 통보하는 식이라서 거기 익숙해졌나 봐요.”(예지)
“자기 노래는 최소 한 번쯤은 자기가 써야 ‘싱어송라이터’잖아요. 곡 작업은 혼자 조금씩 해왔는데 이번에 자작곡을 내게 된 거예요. 피아노 코드를 중심으로 연습생 때 겪었던 글귀들을 모아서 노랫말을 붙였어요. 남이 아닌 내 이야기라서 의미가 깊어요. 처음엔 너무 절망적인 분위기였는데 희망적으로 바꿨어요. 자아정체성을 찾았달까요. 저도 울면서 연습생 생활을 했기 때문에, 지금 힘든 시기에 있을 다른 연습생들에게 힘이 되는 노래였으면 좋겠어요.”(린지)
“저는 공백기에 피아노를 배웠어요. 서정적인 가사를 써보자는 목표였죠. ‘콜드’는 원래 계절감을 살려 겨울에 발표하려고 했는데 다 같이 불러보니 씩씩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이 봄으로 넘어가는 이 즈음에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이별을 겨울에 빗대어서 표현한 곡이랍니다.”(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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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스타는 이 외에도 독특한 프로모션 활동을 선보였다. 길거리 게릴라 공연을 꾸준히 열었고 ,최근 열풍이 분 ‘직캠’ 대세 아이돌에도 합류했다.
인터넷방송과도 인연을 맺었다. 서울 홍대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촬영하던 중 한 인터넷방송 진행자(BJ)와 접촉하게 된 게 시작이었다.
“프로그램 촬영 중인데 바로 옆에서 인터넷방송이 진행 중이었어요. 마침 회사에서 그 쪽 관계자 중 아는 PD가 있다는 거예요. 잠깐 인터넷방송에 얼굴만 비춰달라고 부탁해서 급하게 인사만 하고 빠졌어요. 지나고 생각해보니 오히려 저희가 짧아서 아쉬운 거예요. 바로 그날 저녁 단독으로 방송하자고 협의해서 인터넷방송 최초로 ‘술방’을 열었어요. 실제로 술을 많이 마신 건 아니고요 직접 제작한 소주잔을 들고 가서 한 잔정도 마셨어요.”(혜미)
곧 봄 축제 시즌이다. 피에스타는 팀 이름에 ‘축제’라는 뜻이 들어가 있다. 그만큼 축제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클 법하다. 4월
“행사가 제일 즐거워요. 특히 군부대를 선호합니다. 하하. 땅이 울릴 정도로 우리 이름을 외쳐주시거든요. 게릴라 공연은 관객과의 거리가 정말 가까워서 좋고요. 조만간 콘서트도 열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다가오는 축제 시즌이 지금은 가장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