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우울함이 저희의 기본 감성이에요”
피콕의 음악을 듣게 된다면 낮보단 밤, 밤보단 새벽을 추천하고 싶다. 잔잔한 멜로디 속에서 들리는 조영일의 목소리가 듣는 귀를 집중시키게 만든다. 그만큼 피콕의 음악은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데 탁월한 역할을 해준다.
그런 피콕이 데뷔 앨범을 낸지 8개월 만에 신곡을 발매했다. 싱글도 처음이고 자신들이 만든 곡도 아니다. 데뷔 앨범을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낸 피콕이 직접 선택한 ‘사직공원’은 자신들의 곡이 아니라도 싣고 싶을 정도로 애정이 가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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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롤링원컬쳐 제공 |
피콕은 곡을 쓴 전두영이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간직한 장소인 사직공원에도 직접 가봤다. 개인적인 장소이긴 했지만 과거에 공원에서 데이트했던 개인의 추억을 떠올렸다.
“사직공원에 직접 가봤는데 큰 곳은 아닌데 느낌이 묘하더라고요. 서울인데 옛스러운 느낌이에요. 일반 공원 보다는 경주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누구나 공원에 대한 추억이 있을텐데 전 돈 없을 때 데이트하려고 공원에 자주 갔었어요. 제목은 ‘사직공원’이지만 제가 갔던 공원에 대한 추억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조영일)
비록 피콕이 직접 쓴 곡은 아니더라도 가지고 있는 감성은 데뷔 앨범인 ‘아프리브아제’(Apprivoiser)과 닮아있다. 슬픔이라기 보단 외로움과 쓸쓸함이 내제되어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현재 ‘사직공원’에 깊숙이 빠져있는 상태다. 조영일은 “제가 쓰지 않았는데 이렇게 좋지 않았다면 앨범을 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실제로 만난 두 사람은 어떻게 팀을 이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완전히 다른 성격을 보여줬다. 리더십이 뛰어나고 솔직한 조영일과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한 김상훈. 나이도 6살 차이가 나고 조영일은 피콕 전에는 보컬 그룹 원스어데이로 활동을 하며 이미 사회의 쓴맛을 본 상태였다. 근데 딕펑스 김재홍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6살이라는 나이차이와 무색하게 이야기가 잘 통하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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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피콕은 밴드 포지션이 독특하다. 조영일이 건반과 보컬을 맡고 있고 김상훈이 베이스와 기타를 친다. 강한 사운드가 필요할 땐 세션으로 그 때 그 때 밴드를 구성한다.
“밴드를 하고 싶었는데 혼자 할 순 없고 적어도 4명은 되어야 되는데 상훈이를 만나서 함께 하기로 했죠. 이후 멤버를 구했는데 안 구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 상태로 시작을 했어요. 사실 연주 실력은 크게 상관없었어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음악을 표현할 수만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을 했는데 상훈이는 소리에 대한 연구나 감성적으로 특이한 면이 있고 아이디어도 굉장히 좋았어요. 저와는 완전 다른데 그게 장점이에요. 지금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웃음)”(조영일)
무엇보다 피콕의 음악을 대변할 수 있는 감성이 서로 맞닿아 있는 것이 팀의 장점이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팝을 듣던 조영일과 예상과 달리 힙합으로 음악을 시작했던 김상훈, 시작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감성은 우울함이다. 조영일이 “제가 우울한 곡을 쓰면 상훈이는 더 우울한 곡을 쓰죠”고 말할 정도로 두 사람은 사람 내면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감정은 건드린다.
“피콕의 음악을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위로 같아요. ‘우리가 더 우울하니까 위로해줄게’라는 느낌이죠. 들으면 슬프고 우울하긴 한데 위로가 있어요. 가사나 감성에 공감을 할 수 있고 위로가 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김상훈)
“전 외로움인 것 같아요. 사람은 누구랑 같이 있어도 외로운 순간이 있다고 하던데 그런 외로움을 저희 노래를 통해 알려주고 싶어요. ‘당신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어느 팬이 저희 음악을 들을 때 가장 좋은 시간이 새벽 2~3시라고 하더라고요. 그 땐 사람들이 대부분 혼자 있는 시간인데 그 말에 진짜 공감했어요.”(조영일)
그런 피콕이 변화 아닌 변화를 맞을 예정이다. 봄에 맞춰서 신곡을 준비 중인데 기존의 곡들과 달리 밝은 곡이다. 샤방샤방한 피콕의 곡, 어딘가 어색하지만 기대가 된다. 피콕은 이에 맞는 가사를 쓰기 위해 여성지도 읽고 사랑 가득한 책도 읽으며 공부까지 했다. 오글거리는 걸 못하는 조영일 입장에선 공부하듯이 쓴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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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결성하고 나서 2년간 공연만 해오던 피콕은 그 동안 만들어온 곡들로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공연으로 만들어진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콕은 그 정신으로 꾸준히 공연에 오를 예정이다. 오는 20일 전기뱀장어, 휴먼레이스, 9와숫자들과 함께 홍대 라이브홀 프리즘에서 ‘어 라이브’(A-LIVE) 공연을 펼치며 오는 5월 열리는 ‘사운드홀릭 페스티벌 2015’ 명단에 벌써 이름을 올렸다. 앨범과 상관없이 피콕의 공연은 계속될 예정이다.
“진짜 공연은 원없이 하고 싶어요. 관객이 많으면 좋겠지만 적고 작은 공연도 상관없어요. 공연을 하고 나서 무대 밑으로 내려오면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어요. 좋으면서도 아쉬운 감정을 느끼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좋아요.”(김상훈)
남우정 기자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