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영화들이 쏟아지면서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예고편은 ‘어떤 영화를 볼까’ 망설이는 관객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등 영화와 관객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예고편 영상을 보는 동안 사람들로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면, 일단 목표 달성이다. 최근 영화 ‘오늘의 연애’ ‘순수의 시대’ ‘명량’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크고 작은 작품들의 예고편을 담당한 키메이커의 예고편팀인 스틱스(STICKS) 박수단 실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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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키메이커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A. “벌써 8년이 지났네요.(웃음) 원래는 CJ미디어로 합병된 회사 온미디어에서 방송프로모터팀에 있었어요. 전공과는 상관없이 그저 영화가 하고 싶어서 일을 그만두고 유학길에 올랐죠. 학위를 빨리 취득하고 한국에 돌아온 뒤 MBC에브리원 론칭 당시 마케팅 프로모션을 하다가 다시 영화의 꿈을 위해 퇴사했어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온에어 프로모션과 예고편이 연결된 지점이 많아서 시작하게 됐죠. 사실 예고편 감독을 뽑는다길래 무작정 들어온 거예요.”
Q, 회사 소개 부탁드린다.
A. “2002년 입봉한 대표님이 약 15년 전부터 키메이커라는 회사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영화 편집팀(본편필름, HD), 예고편팀(스틱스), CG팀, 메이킹팀(영화, 드라마), 3D입체영상팀 등이 있습니다.”
Q. 예고편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A. “팀워크로 작업을 해요. 영화라는 장르가 젊은 사람부터 나이 많은 사람까지 아울러야 하는 거잖아요. 예고편도 마찬가지에요. 함께 모여앉아서 기획회의를 하고, 리서치를 하면서 좋은 쪽으로 이끌어나가는 거죠. 직접 만들어도 보고요. 많은 피디들이 붙어서 한 작품을 가지고 고민을 많이 해요. 예고편은 특정 사람에게 보여주는 거기 때문에 전체관람가거든요. 개인의 취향도 그만큼 중요한 하나의 의견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의견을 고려하고 그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취하려 합니다.”
Q. 예고편이라 하면 엑기스만 꼽아서 만들어야 하는데, 나름의 노하우가 있나?
A. “노하우라…글쎄요. 일단 많이 보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예고편 같은 경우 그 영화를 새로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베스트를 뽑는 거기 때문에 그 영화를 보고 인상이 남는 부분이 거의 비슷해요. 그렇기 때문에 좋은 걸 내세우는 것보다 비호감인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죠. 기획 단계에서 한정되어 있는 시간 동안 얼마나 이 이야기를 잘 응축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관건이죠.”
Q.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담아야하는 만큼 임팩트 조절도 중요할 것 같다.
A. “영화랑 똑같아요. 2시간짜리 영화 보면 감정 고조나 이완이 있어야 하잖아요. 예고편도 마찬가지죠. 어떤 작품이나 감동을 주려면 감정 고조가 필요하고, 이해를 시키려면 내용이 있어야 하고요. 예전엔 2분 30초의 예고편이 많았는데 당시는 예고편 안에 기승전결이 있었는데 지금은 CF에 가까울 정도로 짧아졌죠. 그래서 더더욱 임팩트가 잘 설정돼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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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고편을 보고 영화관을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부담도 크지 않을까?
A. “음, 처음엔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일을 오래해서 그런지 사실 그런 생각은 별로 안 들어요. 하하. 절대적인 건 있죠. 예고편을 하고 나서 아쉬움이 남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아! 부담이 아니라 책임감은 있어요. 마감이 임박해 오면 밥도 못 먹고 작업을 해요. 스케줄 안에서 데드라인을 맞춰야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까요.”
Q. 좋은 예고편의 조건은 있나?
“좋은 예고편이라, 그 말 자체가 참 이상해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에너지가 넘쳤어요. 혼자 밤새 몇 십 개의 예고편을 만들고 그 안에서 제일 좋다고 생각한 예고편이 있는데 사람들은 아무도 ‘좋다’는 평가를 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느낀 건, 좋은 예고편은 없다는 거예요. 영화도 퍼펙트한 게 없듯이 말이죠. 그저 ‘예고편 봤더니 영화가 보고 싶어졌어’라는 평 하나면 만족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예고편은?
A. “전부 다요.(웃음) 제가 만들어낸 건 다 기억에 남아요. 최근의 것이라면 얼마 전에 ‘오늘의 연애’ 작업을 마쳤는데 CJ에서 ‘뒤통수상’을 주더라고요. 예고편을 보고 사람들이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을 줬다고요. 상을 받았으니 기억이 남는 건 당연하겠죠? 하하.”
Q. 예고편의 매력이 뭔가.
A. “확실히 예고편의 매력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예고편은 정말 특수한 분야에요. 작업하면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요. 영화한편 만드는 거랑 비슷해요.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거든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다 발현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까요?”
Q. 개인의 최종 목표는 이루었나?
A. “사실 영화가 그냥 좋아서 시작했고, 지금은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철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일단 그저 재미있는 일이에요. 기회가 되면 어떤 작품이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이 일하는 좋은 팀들이 있어서 더더욱 그렇죠. 예고편만으로 끝은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어떤 식으로 변하게 될지는 모를 일이죠.(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