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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의 명함이 또 다시 구겨지고 있다. 제작진의 의도일까, 래퍼들의 성향일까, 도통 알 수가 없다.
최근 Mnet ‘언프리티랩스타’에서는 랩 속의 말보다는 ‘삐’처리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더 많이 귀에 얹힌다. 방송에서 ‘삐’를 내보내는 타이밍은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용어가 등장했을 때다.
지난 5일 방송된 ‘언프리티랩스타’ 5회에서는 래퍼들 간의 1:1 디스랩 배틀이 진행됐다. 눈에 띄는 건 단연 래퍼 타이미와 졸리브이의 대결. 둘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으로 서로에 대해 인신 공격을 서슴치 않았다.
“더 깝치면 X돼, X돼지야”, “넌 그냥 똥 같은 존재. 밟아주기도 더럽지. 난 사람 아닌 돼지랑은 못 놀겠네”. 타이미는 공격했고, 졸리브이는 타이미의 아픈 과거까지 들춰냈다. 여기에 손가락으로 상대를 조롱하는 충격적인 제스쳐까지 취했다.
예쁘지는 않지만 ‘랩스타’가 되고 싶었던 8인의 여성 래퍼들은 누구보다 강력하게 서로를 맹비난했다. 그렇게 끝내 살아남는 1인이 유명 프로듀서의 힙합 곡을 맡게 되는 영광을 누렸다.
1인이 되는 과정에 제작진은 ‘디스전’이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을 연출했다. 단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다. 이는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같은 장면에 시청자들은 환호할지 모른다. 남들 싸움구경은 ‘강 건너 불구경’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부터 첫방송 한 ‘언프리티랩스타’는 ‘쇼 미더 머니’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탄생됐다. 사실 ‘쇼 미더 머니’때부터 욕설은 난무했고, 힙합은 무섭고 강력한 음악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이 두 프로그램이 보여준 힙합은 상대를 짓눌러야 이기는 음악, 어둡고, 날이 선 센 음악으로 비춰졌다. 그러면서 욕은 래퍼의 필수 무기가 된 것이다.
방송 이후나 무대 뒤 실제 래퍼들의 모습은 방송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타이미는 방송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놀라신 분들 죄송. 이제 이쁜 입은 이쁜 말만 하는 걸로(랩할 때 빼고) 우리 팬분들도 서로 비방하지 말고 예쁜 말만 하는 걸로”라는 사진을 올렸다. 또 래퍼 키썸과 치타는 서로 껴안은 사진을 각자의 SNS에 올리면서 남다른 케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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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에 대한 편견은 래퍼들이 아닌 프로그램 제작진의 악의적 편집도 한몫 한다. 프로그램 제목도 여성 출연자들을 빗대어 ‘언프리티’다. 거기에 랩은커녕 욕설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다.
힙합계의 ‘대부’로 불리는 가리온의 MC 메타는 “힙합의 근본은 창의성과 진실성인데, 최근 랩은 근본이 사라지고 회사의 요구와 상업성에 따라 찍어낸 음악”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힙합의 본질이 아닌 래퍼 사이의 디스와 스왜그(swag·래퍼들이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식)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편집해 보여줌으로써 대중에게 왜곡되어 나간다”고 꼬집었다.
힙합 속 랩이라는 것은 자신의 일상생활의 이야기나 느낀 생각을 리듬에 맞춰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흑인 음악가 퀸시 존스는 ‘현대 흑인음악에 있어 가장 혁명적인 표현방식’이라고 랩을 평한 바 있다.
‘언프리티랩스타’ 평가 기준에 굳이 디스전을 넣어 서로를 깎아내리는 불편한 욕설로 시선을 끌어야만 했는지 의문이 든다.
한 네티즌은 “그냥 싸움붙이고 대중들에게 관심 끌기식 프로그램이다”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담았다기 보다는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지를 가려내는 프로라서 더 짜증이난다”고 프로그램을 혹평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멋지게 배틀 할 수도 있는 것을 왜 감정적으로 만들어내는지 제작진의 태도가 전혀
음악의 본질보다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한 무의미한 디스전은 시청자들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언프리티랩스타’는 래퍼 산이가 진행하며 국내 최초의 여자 래퍼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을 놓고 8인의 실력파 여자 래퍼들이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