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가슴 속 연기 불꽃이 늘 사그라지지 않게끔 또한 이게 곧 연기의 운동력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분명 얄밉고 미운 캐릭터이지만 묘하게 관객을 끌어당긴다. “내가 왜 네 아버지야?”라며 어린 일락(남다름 분)에게 버럭할 때는 매정하기 그지없지만, 매력적이다 못해 치명적인 콧수염과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이 영화 ‘허삼관’ 속 배우 민무제를 충분히 빛내고 있다.
맡은 캐릭터와 상황이 하소용을 밉상 그 자체로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정이 가고 눈길이 간다. 거기에 안정적이었던 이태리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귀국해 작품에 출연한 민무제의 연기 열정이 그에게 더욱 관심을 가게 만든다.
“원작에는 내가 연기한 하소용이 꽃미남이다. 때문에 ‘허삼관’을 본 관객들은 나를 보고 ‘뭐야?’라고 실망하거나 신선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웃음) 하소용이 밉상으로 관객에게 다가갔으면 했고 악역이자 재수 없고 시니컬한 부분도 있는 그런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 다행히 하정우 감독이 날 고급스럽게 표현해 준 것 같다. 사실 처음 내 연기를 큰 스크린에서 봤을 때 오글거리고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왜 그때는 저런 부분을 미처 신경 쓰지 못했을까 라는 아쉬움도 느끼곤 했다.”
“나를 향한 관심이 반갑다. 사실 ‘허삼관’인지도 모르고 단역 오디션이라고 생각하고 한국에 왔다. 영화 촬영을 끝내고 개봉하기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내 인생의 두 번째 기회이다. 이 기회가 내게 오지 않았다면 이태리에서의 생활에만 만족했을 것이다. 인생의 첫 번째 기회는 세계일주를 하고 혼자 남아 이태리 가이드로 생활한 시간이다. 매너리즘이 오기도 했지만 이태리에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내 자신과 펜을 쥔 손을 두고 종이를 내면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적어본 적도 많다. 죽기 전에 무엇을 후회할 것인가를 많이 생각했고 고민 끝에 연기에 대한 꿈을 이뤄보고 싶더라.”
위에도 언급했듯 민무제는 세계일주 후 혼자 이태리에 남아 가이드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당시엔 꿈보다 경제력에 집중해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덕분에 이태리에서 꽤 성공적인 생활을 하게 됐단다.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았기에 보통 사람 같았더라면 거기에 만족했을 터. 그러나 민무제는 아직 이루지 못한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안정적인 생활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엄청난 모험이었지만 그에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이 모든 건 하정우의 국제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사실 내가 한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다들 비웃었다. ‘편하게 살지. 굳이 한국에 왜 가냐’ 등 많은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난 한국에 가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 내 인생은 남이 아닌 내가 사는 것이며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못할 것 같더라. 이태리 생활 중 한국에서 살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딱 시기가 맞아떨어진 부분도 있다. 원래 3년만 이태리에서 생활하고 한국에 오려고 했는데 현실은 어려웠다. 이태리에서 연기를 배운 건 아니지만 인생이란 걸 배우고 살아갔기에 더 많은 걸 배운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지금도 많이 배워야겠지만 이태리에서의 생활은 내게 선물 같다. (웃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열심히 살았기에 기회가 왔고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
물론 아직 ‘허삼관’ 외에는 민무제의 연기를 접할 작품이 없지만 오랜 이태리 생활 덕분인지 그의 연기에는 표현의 자유와 제스처 등이 살아 숨 쉰다. 다소 과장된 듯한 표현도 그가 하면 자연스럽고 담백하다.
“여행을 하면서 넓은 세상이 있구나를 몸소 느꼈다. 여행지 속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공감하고 그들과 이야기하다보니 표현이 자유로워진 것 같다. 제스처에 희로애락이 담겨있는 듯 하다. 이태리에서 연기를 접할 기회가 없었지만 연기밖에 생각안하고 살았다. 고등학교 때도 연극부였고 연극과로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준비도 하고 무용을 특기로 배웠다. 세계일주 역시 연기 연속의 일환이었다. 이태리에 유학 와서 열심히 공부하는 이들을 보고 내 꿈에 대해 많이 생각하곤 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묻기도 했고 점점 불안해지고 자신감을 잃어가기도 했었다. 그러나 늘 꿈을 잊지 않았고 꿈과 현실이 날 붙잡아줬다”
“나에게 맞는 캐릭터를 찾는 게 중요하고 많은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내겐 12년의 자양분이 있기에 조바심 내지 않고 내 연기를 펼칠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정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