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바야흐로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그리고 카라 삼강구도가 걸그룹 전선을 이끌었던 2009년은 유난히도 신인 걸그룹이 많이 쏟아지던 한해였다. 데뷔와 동시에 실력파 걸그룹으로 이름을 올렸던 투에니원은 물론이고 가요계를 넘어 안방극장 까지 영역을 넓힌 레인보우, 시크릿, 애프터스쿨, 포미닛, 티아라 등 현 대세 걸그룹이 등장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걸그룹이 범람하던 2009년 ‘소녀시대 동생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가요계의 출사표를 던진 에프엑스도 이 같은 걸그룹 대전에 한 몫을 한 그룹이었다. 명칭은 소녀시대 동생그룹이었지만, 아무리 봐도 에프엑스는 9명의 예쁜 소녀들이 모인 소녀시대와는 색깔이 분명하게 달랐다. 에프엑스 멤버들이 예쁘지 않았다는 소리가 아니다. 얼핏 보면 남자로 보일 정도로 보이쉬한 멤버 엠버가 속하면서 걸그룹이면서도 혼성그룹을 보는 것 같은 미묘함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보이쉬함은 예쁘거나, 깜찍하거나 혹은 섹시한 모습이 당연한 걸그룹 시장에서 유독 돋보였으며, 이 같은 차별화는 에프엑스를 걸그룹 대전에서 선점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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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17살의 엠버는 아무리 보도 오묘한 매력을 지닌 소녀였다. 짧은 커트 머리에 중성적인 보이스, 털털한 성격과 반대되는 가는 선. 성별을 알기 전까지 ‘여자? 남자?’를 두고 고민하게 할 정도로 미소년과 같은 느낌을 전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이를 능가할 만한 보이쉬함은 없을 정도로 중성적인 매력의 엠버는 신선함을 주며 데뷔 당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멤버이자, 팀에서 여성 팬을 가장 많이 보유한 멤버로 떠오른다.
“데뷔 전부터 앰버 언니는 보이쉬한 매력이 있었어요. 처음 만났을 땐 남자인 줄 알았어요. 물론 지금은 멋있고 발랄하고 든든한 언니죠”(루나)
“처음 앰버 언니를 만났을 때 여자 숙소인데 인사만 시켜주려고 데려온 사람인 줄 알았어요. 속으로 ‘형이라고 불러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나중에 연습실에서 앰버 언니를 소개하는 날 다들 남자 연습생이 새로 들어온 줄 알더라고요. 앰버 언니가 여자라는 사실을 안 저만 혼자 ‘남자 연습생이 들어온다고?’라며 이상하게 생각했었어요.”(설리) (2009년 스타뉴스 인터뷰 中)
에프엑스 멤버 중에서도 가장 먼저 주목은 멤버였지만 그만큼 받는 만큼 오해도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오해 많이 받아서 익숙해졌다. 주위에 남자 친구들과 함께 많이 놀다보니 자연스레 보이쉬한 스타일이 됐다”고 해명을 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그녀’가 아닌 ‘그’ 혹은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 등의 편견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왜 머리를 기르지 않느냐’ ‘여자라면 치마를 입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와 같은 비난 아닌 비난으로 틀에 박힌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볼 때 반항아로 생각하는 듯해요. 평범한 여자 같지 않고 행동도 굉장히 활발하니 오해 받을 수밖에 없어요. 외모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피했고, 아무 이유 없이 나를 판단하고 괴롭히고 욕하고…당연히 외로울 수밖에 없죠.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어 제가 제 자신을 죽였어요. ‘내가 잘못했다’ ‘내가 이렇게 생겨서 나쁜 사람이다’ 했던 것 같다.” (Mnet ‘4가지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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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엠버라도 사람들의 머릿속 고정관념처럼 박힌 여성성에 대한 편견과 시선에서 상처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달 24일 방송됐던 Ment ‘4가지쇼’에 출연했던 엠버는 자신을 향한 날선 말들에 마비를 시켰을 뿐, 상처를 받는다고 고백하면서도 “그런 사람들을 보고 배웠던 것은 절대 사람 외모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어른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다른 건 옷뿐이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 없다. 바느질도 좋아하고 색칠하는 것도 좋아하고 스포츠도 여자들도 좋아하는 사람 엄청 많다. 진짜 생각해보면 누구나 아는 것이다. 치마만 안 입으니까 오해할 수 있는 거다. 막 강요한다. ‘너 여자니까 이렇게 해야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라는 엠버의 말은 자신을 향한 고정관념에 항변하는 말이기도 했다.
“나는 내가 정말 좋은데 내가 왜 나를 숨기려고 하지? 이기적인 말이지만 이제부터 나는 나대로 할 거야.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생각할 수 없다. 각자 사람의 매력이 있고 그 대로 그 모습이 아름답다”고 소신을 밝히는 엠버의 꿋꿋함은 보이쉬함 그 너머에 있는 ‘엠버만의 예쁨’을 빛나게 했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뷰티풀’(beautiful)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는 엠버의 말처럼 “그 날카로운 말들이 내 맘을 깊이 베어. 아프긴 하지만 이 악물고 참고 견뎌 I KNOW I’M GONNA HEAL AND I’M ALWAYS LOOKING UP. 눈앞이 캄캄해도 빛을 찾을 거야”라는 노래 가사 속에는 그녀의 성숙함이 깊게 배어있었다.
“압니다. 그래서 기냥 이..이즈..이즈...잊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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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버에게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2 합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지. 아이. 엠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뛰어난 체력에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던 엠버지만 그 이면에 숨어있는 엠버만의 책임감과 약한 모습,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강인한 여전사의 모습을 그리는 군대에서 의외의 여성성이 빛을 발한 것이다.
양갓집 규수와도 같은 자세로 능숙한 바느질 솜씨를 뽐내고, 서툰 한국어에 눈물을 흘리면서 “잊으시오”라고 말하는 엠버의 모습은 보이쉬함을 기억하던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이자 즐거운 반전이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삭막한 혹한기의 유격 훈련장, ‘꿀성대 교관’의 훈훈함에 반한 엠버는 한순간에 군대를 핑크빛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군대에서 처음으로 조신함을 보여주었던 엠버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교관의 눈이 너무 예쁘다. 강한 남자지만 웃으면 귀여운 사람을 좋아한다. 눈,코,입을 모아서 보니 정말 퍼펙트 하더라. 이상형에 가깝다. 운명이라면 다시 만나지 않겠느냐. 아 왜 부끄럽지”라고 전하며 ‘때 아닌 로맨스’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여군특집2에서 보여주었던 엠버의 매력은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까지 이어진다. 친구들이 방문하는 것이 좋아 마치 자신의 집을 게스트하우스처럼 관리(?)하고, 애완견의 발톱 깎기부터 털깎기까지 손수 척척해내는 모습, 한강에 가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스케줄이 없을 때는 지인이 운영하는 멕시칸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 등 자유로우면서 누군가와 어울릴 줄 아는 엠버의 일상은 호감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자만해질 수 있던 위선과 자만심도 그녀의 일상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소녀감성도 존재했다. 엠버는 친구가 놀러 오자 최근 관심이 가는 사람이 생겼다며 미식축구 선수인 저스틴 터커의 이름을 언급하고 수줍어하는 엠버는 영락없는 ‘천상여자’ 그 자체였다. “웃을 때 정말 귀엽다. 좋아할 수밖에 없다”라고 즐거워하고 친구들 앞 애교 섞인 말투와 행동은 그동안 ‘여성성’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이들이 알지 못했던 엠버의 모습이었다.
7년차 가수 엠버, 엉뚱하면서도 진지하고, 보이시하면서도 소녀다운 엠버의 매력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