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한공주’(2014)에서 일진 고교생 민호로 등장해 서늘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배우 김현준은 두 번째 영화 ‘기화’에서 주인공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기화’에서 그는 아버지와의 깊은 감정의 골을 거친 반항심으로 표출시키는가 하면, 후반부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연기까지. 다양한 감정의 기복을 표정으로서 펼쳐보인다.
‘기화’는 철없는 아버지 희용(홍희용 분)과 그런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찬 아들 기화(김현준 분)의 동행을 그린 로드무비로, 아버지 희용의 친구 승철(백승철 분)과 함께 여행길에 오르면서 희용과 기화는 부자의 정을 확인하면서 가족 간의 소통과 사랑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특히 김현준에게 ‘기화’는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맡게 된 영화로 더욱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에 따르는 부담감이나 책임감은 말할 것도 없고.
“부담이 됐죠. 엄청요. ‘기화’에서 대사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대사 외에 표정으로 감정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기화’는 2년 전에 찍은 영화인데, 연기적인 면에서 봤을 때 못 봐주겠더라고요.(웃음) 많이 부족하고, 낯 뜨거웠어요. 일부러 살도 찌웠는데 지인들이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제 모습을 두고 ‘뒤태 보고 실망했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김현준은 처음 맡은 타이틀 롤을 제법 잘 소화해냈다. 극중 심각하리만큼 과묵한 기화의 감정선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감정을 대사가 아닌 표정 하나로 소화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현준이 가진 장점 중 하나가 바로 ‘표정’이었다.
“우선 순수하게 접근하려고 했어요. 그 상황에 철저하게 스며들려는 노력이 있었죠. 사실 희용 선배에게는 말하지 않았는데 촬영 초반에 편애를 조금 했어요. 제가 극중에서 아버지인 희용 선배와 서먹한 사이니까 실제로도 희용 선배보다 승철 선배를 따랐어요. 하하.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있다가 극의 변화와 함께 조금씩 바뀌었죠. 아마 이 기사 보면 연락이 올 것 같아요.(웃음)”
그의 순수함을 먼저 알아본 것은 감독이었다. ‘기화’의 문정윤 감독은 지인의 소개로 김현준을 만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캐스팅을 확정지었다. 문 감독을 끌리게 했던 그의 매력은 순수함, 그리고 솔직함이었다.
“제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긴 했는데 부모님이 맞벌이라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부모님에게 느끼는 저만 아는 외로움이 있죠. 그런 것들을 감독님한테 솔직하게 이야기 했어요. 다 말씀드렸는데 감독님이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삼촌 미소를 지으셨어요.(웃음) 사실 시나리오 상으로는 희용선배와 승철선배만 있었는데 제게 역할을 만들어 주신 거죠.”
극중 기화는 실제 김현준과는 크게 닮아 있진 않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가족 간의 소통과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직접 영화에 출연한 그가 느끼는 것은 더욱 컸을 거다.
“생각해보니까 아버지랑 단 둘이 여행을 가본 적이 없더라고요. 아버지가 정년퇴직을 하셨는데 그때 제가 모델 일을 시작해서 함께 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죠. 나중에 아버지랑 둘이 배낭여행이나 낚시를 가고 싶어요. 영화에 몰입해서 마지막 장면 찍을 때 정말 슬프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끝나고 한 달 정도는 부모님에게 잘 한 것 같아요. 하하. 농담인 거 아시죠?(웃음)”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름을 알려가며 ‘떠오르는 신예’로 불리고 있는 김현준의 본래 직업은 모델이었다. 모델계에서는 어느 정도 이름을 알렸고, 팬층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연기로 발길을 돌린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연기로 돌아선 건 아니에요. 지금의 주관심사는 연기인 거고 기회가 되면 모델 일도 계속 하고 싶어요. 제가 모델을 할 때도 수월하게 올라온 건 아니에요. 제가 키가 좀 작은 편이거든요.(김현준의 키는 183cm다) 보통 187정도 되어야 모델 느낌이 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저만의 살 길을 찾아 익살스러운 느낌을 많이 했어요. 모델도 어떻게 보면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과 비슷한 것 같아요. 결국 모델과 배우를 따로 놓을 수 없는 거죠.”
모델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연기 수업을 받으면서 꿈을 좇던 그에게 온 첫 번째 기회는 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밴드’였고, 바로 그 다음이 ‘한공주’였다. 특히나 ‘한공주’에서 서늘한 카리스마를 그려낸 김현준은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감사하면서도 정말 부담됐죠. 조금 과대평가를 해주시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웃음) ‘한공주’라는 작품 때문에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영화를 보신 후에 제작자들이 관심을 가져서 ‘아홉수 소년’이라는 작품도 하게 됐고, 또 다른 작품들도 연결을 해주셨죠. 사실 신인 연기자들에게 쉽게 올 수 있는 기회가 아닌데 정말 감사하죠. 전 참 행운이 많은 친구인 것 같아요. 하하.”
연기가 재미있냐는 질문에 “당연하죠”라며 해맑게 웃는 그의 모습이 약간은 무섭기까지 했다. 김현준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그가 보여줄 무궁무진함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인터뷰에 임하는 그의 태도에서도 좋은 기운이 물씬 쏟아져 나왔다.
“나중에 조금 나이가 들면, 황정민 선배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연륜이 생기고 눈이 조금 그윽해지고 농익었을 때? 하하. 대중과 소통이 가능한 배우가 되면 정말 좋겠죠. 그러면서도 색깔이 분명하고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배우? 너무 많은 가요? 사실 아직 뭐라고 단정을 짓지는 못하겠어요.(웃음)”
색깔이 분명하고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 뭔가 애매하다.
“그렇죠? 제가 욕심이 좀 많아요. 하하.”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