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최근 제법 시청률이 높고 인기가 있다고 하는 드라마 속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이상하다. 불량배와 시비가 붙어 다투다가 죽지를 않나, 2년 전 죽었던 남편이 다시 살아 돌아오기도 한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자식은 매정하게 부인하며, 가난이 싫어 가족을 버린 어머니는 자신을 찾아온 자식들을 향해 모진소리를 한다.
아무리 드라마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이라고 하지만, 일반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상은 해도 너무한 지경이다. 도를 넘은 가족들의 이야기는 ‘가족드라마’라는 명칭이 붙은 드라마에 와서 더욱 자극적으로 다뤄진다.
안방극장 드라마 중에서도 ‘막장 가족’의 사연을 다룬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나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 KBS1 일일드라마 ‘당신만이 내 사랑’ 등의 경우 대부분 첫 방송이 전파를 타기 전까지 ‘따뜻한 가족들 이야기’를 다룬다며 홍보를 했던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홍보가 무색하게 현대 극중 인물들은 극한의 이기주의를 뽐내며 서로를 향해 날선 칼을 겨누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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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크게 한 번 넘어졌지만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주인공과 그 가족을 통해 희망을 그린다는 ‘장미빛 연인들’의 경우 기획의도가 무색하게 현재 무게중심은 주인공인 장미(한선화 분)와 차돌(이장우 분)을 벗어나 연화(장미희)와 영국(박상원 분), 신애(이미숙 분)가 펼치고 있는 중년의 러브라인에 쏠려있다. 이들의 관계가 어찌나 돌고 돌았는지, 근 한 달 사이 영국은 반듯한 신사에서 두 여자사이를 오가는 남자, 우아했던 귀부인 연화는 복수를 위해 남을 괴롭히는 악독 사모님, 억척 또순이 여사 신애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돼 있었다. 꼬여버린 관계에 비해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은 너무도 허무했다. 그저 연화가 암에 걸리면서, 갑자기 서로를 용서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장미빛 연인들’은 중년커플의 러브라인 뿐 아니라 자식을 성공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냉정한 아버지 만종(정보석 분)도 있다. 분명 처음에는 두 딸 수련(김민서 분)과 장미(한선화 분)을 보물처럼 여겼던 만종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성공을 위해 외손녀 초롱(이고은 분)을 납치해 차돌을 협박하고, 딸 장미를 재벌집 회장과 억지결혼을 시키는 아버지가 돼버렸다.
이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결혼식장을 도망치면서 꼬여버린 관계임에도, 마주 대하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재동(최필립 분)과 세라(윤아정 분) 사이를 반대하는 수련의 모습은 무한이기주의에 가깝다. 우스운 것은 극중에서 개개인의 이기심을 용납하고 이해하며 이를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쉐어하우스’를 소재로 한 지붕 다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당신만이 내 사랑’ 속 가족의 형태도 이기주의에 가깝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남편과 딸을 버리고 부잣집 안방마님이 된 수연(이효춘 분)은 자신의 과거가 행여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다가, 자신을 위협하는 이들의 약점을 찾아 협박하는 걸 수차례 반복하고 있다. ‘과거 폭로’라는 무기로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는 이는 수연뿐이 아니다. 도원(한채아 분)과 지건(성혁 분)을 갈라놓기 위해서라면 계모 수연의 약점을 폭로하는 혜리(지주연 분)이나, 자신의 악행을 감추기 위해 수연의 과거를 건드리는 병태(정한용 분)의 모습은 이 작품이 정말 가족드라마인지 헷갈릴 정도다. 여기에 ‘당신만이 내 사랑’은 필리핀 여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부정하는 병태의 모습까지 그리면서 자극에 자극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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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앞선 두 드라마는 임성한 작가의 ‘압구정 백야’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괴작이라고 불리는 ‘오로라 공주’의 뒤를 이어 ‘NEW 임성한 월드’로 불리는 ‘압구정 백야’는 딸 백야(박하나 분)가 가족을 버리고 부잣집으로 재혼을 간 친어니 은하(이보희 분)가 재혼한 집의 며느리로 들어가 집안일과 관련된 잔소리를 하며 복수를 한다는 설정으로 극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밉상주인공 백야에서부터 자신을 찾는 자식들을 버리는 은하, 그리고 나단(김민수 분)이 죽은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와 결혼했던 백야에게 결혼하자고 고백하는 화엄(강은탁 분) 등 각 캐릭터들의 성격 또한 기괴하게 꼬여있다. 물론 임성한 작가 특유의 돌연사와 영혼의 등장은 빠지지 않고 심심할 때마다 등장하고 있다.
황당한 설정으로 스토리를 산으로 가고 있는 가운데, 극 전개와 상관없는 장면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면서 특정배우 특혜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 꼭 이와 같은 장면 속에는 임성한 작가와 매우 친밀한 관계에 있는 배우들이 빠지지 않고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드라마 속 세상은 재미를 위해 재창조된 허구이기 때문에 현실과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리 극적으로 제작된 허구의 세상이라도 모든 것은 ‘현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현실을 놓치는 순간 극의 설득력은 떨어지고, 결국 안방극장을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정도를 넘어서 지나치게 폭주하고 있는 가족드라마, 더 신뢰를 잃기 전 중심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