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갈등도 ‘쫄깃’했고 재미도 이전보다 배가됐다. 배우들의 연기도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는 너무나도 늦게 발동에 걸린 모양이다.
26일 오후 방송된 ‘하이드 지킬, 나’에서는 윤태주(성준 분)가 구서진(현빈 분) 속에 로빈뿐만 아니라 제3 인격 테리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와 동시에 장하나도 구서진의 인격장애와 5년 전 과거를 모두 알게 돼 긴장감을 더했다.
이날 방송에서 장하나는 권영찬(이승준 분)에게 구서진의 과거를 전해들었다. 5년 전 제2인격 로빈과 함께 한 여자를 사랑했지만 다중인격장애를 경멸한 그 여자에게 무참히 차였다는 것. 이후 괴로워하던 로빈은 강희애(신은정 분) 박사를 찾아가 자신을 소멸시켜달라 부탁했지만, 또 다른 인격인 폭력 성향의 테리가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는 게 그의 전언이었다.
장하나는 구서진에 대한 연민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미 로빈에게 사랑을 고백했지만 구서진과 동일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마음에서 밀어내던 터. 그는 구서진이 “로빈과 내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나도 인정할테니 받아들이는 건 네 선택”이라고 하자 마음이 더욱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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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주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이런 장하나를 이용했다. 그는 장하나에게 최면을 걸어 5년 전 과거를 알게 됐고, 납치한 강희애에게 이 같은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이어 구서진에게서 테리를 끄집어내기 위해 모략을 꾸몄다. 다행히 장하나의 전화 한 통으로 테리의 출현을 막을 수 있었지만, 구서진의 약점을 잡은 윤태주가 앞으로 어떤 악행을 저지를지 안방극장을 긴장하게 했다.
‘하이드 지킬, 나’는 애초 현빈, 한지민, 혜리, 성준 등 스타캐스팅에도 부진한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지부진한 전개, 선명하지 않은 갈등, 완성되지 않은 ‘케미(케미스트리 준말)’로 시청자 사로잡기에 실패했던 것. 10회가 훌쩍 지날 때까지도 이런 ‘노잼(재미없음을 이르는 말)’의 늪에서 헤어나올 줄 몰랐다.
그러나 11회 드디어 갈등에 제대로 된 시동을 걸었다. 에피소드는 보다 선명해졌고 극 전개에도 속도가 붙었다. 다만 20부작의 절반 이상 달려와 이제야 발동이 걸렸다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하이드 지킬, 나’는 여세를 몰아 시청률 반등을 꿈꿀 수 있을까.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