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아무리 좋은 명약이라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다. 봇물 터진 듯 쏟아지는 웹툰 원작의 드라마화,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현재 방영중인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는 다음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원작 자체가 인기리에 연재됐던 점, 그리고 주연 배우가 안방극장의 흥행보증수표였던 배우 현빈과 한지민인 만큼 ‘하이드 지킬, 나’에 거는 대중의 기대는 매우 높았다. 여기에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쉽게 사용되지 않았던 다중인격 소재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기대에 비해 결과는 씁쓸하다. 1차적으로 동시간대 방송되는 ‘킬미, 힐미’가 7인의 인격을 앞세우며 시청 층을 휩쓸었으며, 2차적으로 원작과 달리 뻔하고 단순해진 남녀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는 내용은 기존의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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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서 여자주인공은 서커스단 직원으로, 이중인격을 지닌 남자주인공는 그 서커스단이 소속된 놀이공원 상무로 등장한다. 반면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의 여자주인공은 출판사 직원으로, 남자주인공은 작가로 나온다. 뼈대는 여자주인공이 한 남자가 가진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동일하나, 세부적인 내용에서 많은 부분이 달라지며 그만의 특색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는 4월 방송 예정인 SBS 드라마 ‘감각남녀’(가제)를 향한 우려의 시선 역시 적지 않다. 웹툰 ‘냄새를 보는 소녀’는 불의의 사고 이후 냄새를 시각적 입자로 보는 소녀가 영화관 화재 사건 이후 만나게 된 애송이 순경과 함께 일상의 소소한 사건부터 강력사건까지 함께 추리해 나가는 로맨스 수사물이다. 가벼운 듯하면서도, 마약범죄와 정당방위 논란과 같은 묵직한 사회의 문제점들을 다루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웹툰이다.
반면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는 3년 전 바코드 살인사건으로 여동생을 잃은 무감각적인 한 남자와 같은 사고를 당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초감각 소유자인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재와 제목만 같을 뿐 근간이 되는 내용들이 전부 달라진 것이다. 본 성적은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드라마의 내용이 원작과 크게 달라지면서 원작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웹툰의 드라마화를 거치다면 내용 수정이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앞서 언급한것처럼 제목과 소재만 가져올 뿐, 원작의 묘미를 살리기보다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봐도 무관할 정도로 변경을 한다는 점이다. 만약 새로 바뀐 내용이 원작보다 더욱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면 다행이지만, 그동안 작품들은 대부분 원작의 맛을 살리지 못했다는 혹평을 들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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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존의 팬층이 두터운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는 다른 작품에 비해 주연배우 캐스팅에 민감하다. 지난 1일 종영한 OCN드라마 ‘닥터 프로스트’는 싱크로율을 중요시 하는 웹툰 원작 드라마의 미스 캐스팅을 잘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닥터 프로스트가 공식·비공식적으로 수사팀에 합류해 범죄를 해결하는 심리 수사극인 ‘닥터 프로스트’는 동명의 네이버웹툰 ‘닥터 프로스트’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였다. ‘닥터 프로스트’ 속 캐릭터가 평범하지 않은 만큼, 제작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원작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였던 부분은 캐스팅이었다. 하지만 닥터 프로스트 역으로 송창의가 캐스팅됐다고 전해지자, 독자들은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괴짜 천재’ 심리학자 닥터 프로스트와 부드러운 이미지의 송창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했었다.
‘닥터 프로스트’는 배우들과 원작 속 캐릭터들의 싱크로율이 높지 않은 점 등으로 드라마를 기다리던 많은 시청자들에 실망을 안겼고, 여기에 원작이 보여주었던 각 인물간의 미묘한 심리들을 살리는 데도 실패하며 아쉽게 막을 내려야만 했다.
웹툰 ‘치즈 인 더 트랩’ 또한 인기가 높은 만큼 캐스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작품이다. 독자들 사이에서 유력한 남자주인공 후보로 박해진이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제발 아이돌만큼은 캐스팅하지 말아 달라” “아이돌이 캐스팅 되는 순간 드라마를 안 볼 것” 등의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각색하며, 누가 캐스팅 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크게 좌우되는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유명한 웹툰이라고 해서 무조건 드라마화를 시키는 건 옳지 못하다. 만약 원작 웹툰에서 선사하는 재미의 50%밖에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싶으면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났다”며 “웹툰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원작이 있다. 그런 웹툰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턱대고 드라마를 제작한다면 이는 안방극장의 실망으로 이어지고, 이후 드라마 시장에 독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작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격이 있다. 바꿀 수 없는 선이 있는데, 드라마를 제작하는 과정 속 그 선을 넘어버리면 원작 자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함과 재미가 사라져 버리게 된다”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을 제작함에 있어 주어진 과제는 이 같은 선을 지키면서 영상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