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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것 빼고 다 잘한다.”
걸그룹 레인보우(김재경, 김지숙, 오승아, 조현영, 정윤혜, 노을, 고우리)를 향한 우스갯소리다. 동시에 오명이기도 하다. 블로그를 통해 그림, 요리, DIY 등 각종 능력을 뽐내도 ‘가수’로서의 본분을 충족시킬 ‘한방’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여유롭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강철 멘탈’이랄까. 리더 재경은 “정상에 서야만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천천히 가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며 “목표가 신인상이고 대상이었다면 벌써 지쳤을 것이다. 후리를 보고 팬들이 희망을 얻고,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그룹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레인보우는 지난 2013년 6월 ‘레인보우 신드롬 파트2’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돌아왔다. 세 번째 미니앨범 ‘이노센트(Innocent)’를 들고서다. 이들은 2011년 ‘스위트 드림’ 이후 정규 1집 ‘레인보우 신드롬’을 낼 때까지도 1년 8개월이 걸렸다.
“1년 8개월이란 기간이 참 오묘해요. 두 번의 컴백 동안 똑같은 시간이 소요됐으니까요. 처음엔 길어지는 공백기 때문에 ‘멘붕’이었지만 면역이 생겼는지 ‘자기계발’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요령이 생겼어요. 우울하면 감정 소비만 심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멤버 각자가 팀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연구하다 보니 더 끈끈한 유대감이 생긴 것 같기도 해요.”(김재경)
그간 지숙은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로, 다른 멤버들은 연기자로 간간히 얼굴을 비춰왔다. 완전체로는 다양한 행사 무대에 섰다. 무대는 놓지 않았지만 앨범을 통해 대중과 만나지 못한 기간은 꽤 길어졌다. 개별 활동이 색다른 홍보 수단이 되기도 했다. 지숙은 리포터로서 레인보우의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을 방문, 멤버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리포터 활동을 하면서 레인보우를 취재하고 싶다고 늘 생각했었거든요. 저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연기에 도전한 상태이기도 하고요. 제 능력껏, 저의 위치를 지키고 있으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이번에 이뤄진 거예요. 헤헤. 서로 잘 아니까 인터뷰 때에도 제가 원하는 포인트를 멤버들이 먼저 말해주고, 분위기를 잘 살려줘서 고마웠어요.”(김지숙)
“사실 지숙이가 제일 바빠요. 요리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블로그도 활발히 운영하고, 리포터에다가 라디오까지 진출했거든요. 충분히 본인의 장점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노을)
최근 ‘청순미’를 앞세운 걸그룹들이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데뷔 7년 차인 레인보우는 섹시하고 강렬한 느낌, 톡톡 튀는 상큼한 매력으로 사랑받아 왔다. 청순미가 주목받는 시류가 신경 쓰이진 않았을까. 멤버들은 한 입처럼 “현재 레인보우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콘셉트로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저희가 청순한 매력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봐야죠. 이번 앨범에서는 타 아이돌그룹과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성숙한 여인의 느낌’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예측 불가한 고혹미라고 해야 할까요. 레인보우만의 확실한 색깔이 돋보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오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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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하나의 인물로 살지 않잖아요. 직장에서와 가정에서의 모습이 다르듯, 한 사람 안에는 많은 성향이 내재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 괴리감에 대해 표현한 게 이번 앨범이죠.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던 중, 결과물이 ‘유체이탈’처럼 나왔어요. 타이틀 곡 ‘블랙 스완’이라는 제목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잖아요. 마냥 곧고 완벽한 백조 속에도 흑조가 있듯이요.”(김재경)
타이틀 곡 ‘블랙 스완’은 꿈을 위해 달리는 이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위로곡이다. 독특한 중독성을 가진, 레인보우만의 고급스러운 섹시미를 느낄 수 있다.
재경은 “타이틀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물음표’와 ‘느낌표’가 함께 떠올랐다. 두 번째 들으니 사람 마음을 조물조물 어루만지는 마력이 느껴졌다.”며 “요즘 걸그룹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다. 대중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을 감수하면서도 타이틀로 선정한 이유다. 꼭 두 번 이상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나쁜 남자가 운다’ ‘미스터 리(Mr.Lee)’ ‘피에로(PIERROT)’ ‘프라이버시(Privacy)’ ‘조금 더’ 등 총 여섯 곡이 수록됐다. 레인보우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강점은 “묘한 중독성”이다.
“처음 함께 작업해 본 작곡가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새로운 레인보우의 느낌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피에로’라는 노래는 리듬이 가장 빠른 곡인데, 타이틀 곡 다음으로 가장 독특해요. 한국형 댄스곡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어요. 호호. 완전 ‘케이팝(K-POP)’스러운 무대를 준비했어요. 어른들도 좋아할 만한 중독성을 갖고 있죠.”(정윤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조금 더’라는 노래에 애착이 많아요. 기존의 레인보우가 보여준 밝고 경쾌한 느낌보다 성숙하고 진지한 모습을 담았어요. 수록곡 중 제일 진중한 곡이기도 하고요. 듣는 사람이 상상하기에 따라 감상이 달라질 여지가 커서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노래예요.”(조현영)
‘이노센트’ 음원은 오는 23일 발매된다. 본격적인 활동도 이때부터 시작이다. 레인보우는 설날을 맞이해 새해 인사를 전하며 자신들의 각오도 다졌다.
“다음 앨범에서는 레인보우가 작사·작곡에도 참여하고, 스타일링도 맡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물론 공백기 없이요.(웃음) 수직상승하는 그룹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상승하는 그룹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점을 찍고 사라지는 게 아닌, 우리의 끝은 어디일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그룹이요. 새 역사를 써나가는 레인보우,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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