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배우 이재은이 연극 ‘숨비소리’를 통해 치매 노인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숨비소리’는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에 떠올라 참았던 순을 내쉬는 소리’를 의미하며, 이재은은 극 속에서 짙은 모성애를 표현하고 있다. ‘아역배우’라는 수식과 이재은의 동안외모는 ‘노인’의 모습이 쉽사리 연상되지는 않지만, 이재은은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할머니가 됐다.
“할머니 역, 외할머니 생각 많이 나”
그는 “어렸을 때부터 방송을 했기 때문에 할머니가 모니터링을 많이 해줬다. 한 번은 내가 나온 영화를 보려고 동시상영극장을 가셨다고 했다. 세 편 중에 마지막에 내가 나오는 영화였는데. 할머니는 힘드셨을 텐데도 졸음을 참고 나를 보셨다고 했다. 내가 힘들까봐 극장에 같이 가자고도 못 하셨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할머니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느낌보다 좀 더 신식(新式)할머니로 표현하려 했다. 치매라는 병이 주변 사람들이 더 힘든 병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재은은 극을 접한 관객들이 너무 무겁게 느끼지 않을 정도의 중심을 확고하게 잡은 것이다.
이재은은 “맡은 역할이 할머니지만, 좀 귀여운 느낌으로 다가가고 싶었다”며 “작품을 보고 관객들이 엄마 아빠를 생각하고 전화 한 통 건다면 이 작품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으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호흡과 반응이 매번 다른 연극 무대, 매려적”
오랜 배우 생활을 한 덕에 이재은은 관찰력이 뛰어났다. 할머니의 디테일한 표정과 억양까지 실감나게 살려 극의 활기를 더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재은은 “관찰력이 뛰어날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작품을 했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배우고 습득한 것일 수도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이론 적인 것이나, 체계, 테크닉으로 연기하지 않는 편이다. 예전 경험을 토대로 즉흥 연기를 하는 편”이라며 “내 몸에 붙어버린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외우고 연습하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한 이재은은, 당시 느끼지 못했던 연극무대에 더 큰 매력을 느낀 듯 했다. 그는 “호흡이나 관객들 반응이 매번 달라서 재밌다, 쌓여져가는 순발력, 재치 와 바로바로 바뀌는 분위기”라며 연극 무대의 생생함을 표현하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연기력을 입증받기 위해 통과의례 식으로 연극에 발을 들여놓는 배우들도 허다하지만, 이재은 달랐다. 소극장이라도 관객들을 훑어보는 것도 모자라, 두 번 이상 찾은 관객까지 알아보는 여유도 갖췄다. 이재은은 “두 세 번씩 오는 관객들이 있어서 웃기면서도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반갑다”며 관객들이랑 무대랑 격을 좀 없앴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더빙세대부터 연극까지
때문에 이재은은 높은 수위를 넘나들거나 리얼을 중시하는 예능프로그램은 조금 낯설다고 말했다. 이재은은 “방송 부문에는 좀 과도기인 것 같다. 배우로서의 느낌을 살리고 싶어 무대에 더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은은 경험의 깊이가 남달랐다. 그는 “드라마에서도 할머니 많이 했기 때문에, ‘숨비소리’에서도 낯설지 않다. 강성민도 동갑인데 아들 역할을 했었고, 임예진도 언니였고, 정보석도 오빠을 하지 않았나”라고 웃어 보였다. 이재은은 다양한 작품에서 이미 언니누나로, 이모로, 할머니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녹아 있었다.
하지만 이재은은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을 묻자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100작품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재은에게는 모두 ‘처음’이고 ‘다른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는 “하다 보니 어렵고 깊이 있는 작품을 많이 했다. 기회가 있을 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그때는 또 다른 경험치가 쌓이지 않을까”라고 설명해 작품에 대한 기대를 자극했다.
30년 넘는 연예계 활동에서 연극까지, 이재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영화면 영화, 드라마면 드라마, 앨범에서 연극무대까지 이재은의 활동영역은 광범위했다. 이에 대해 이재은은 “방송 활동을 많이 했지만, 연극 무대는 다르다. 내가 많이 배우게 된다”며 “연극 무대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줘야 겠다’ ‘어떻게 다가가야 겠다’ 등의 같은 작품을 하면서도 매번 감정이 다르다”고 연극 무대의 묘미를 설명했다.
“무대, 나를 숨 쉬게 하는 산소”
‘배우’라는 이름으로 줄곧 한 길만을 걸어온 이재은은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어 배우를 안 하고 싶은 적이 있다”며 “배우로서의 목마름을 통해 무대가 삶과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를 했는지, 연기 하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대에 올랐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막상 쉬어보니 연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잘할 수 있는 걸 못하니까 기쁘지 않더라. 다신 쉬지 않을 것”이라고 힘 있게 표현했다.
이재은은 무대를 숨을 쉴 수 있는 산소에 비유했다. 그는 “무대에 서면 행복하다. 내가 가장 빛날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슈퍼우먼으로 변할 수 있는 곳”이라며 “나를 표현하는 수식어 중에 ‘배우 이재은’이 제일 좋다. 내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남편이 만들어준 작품이니, 더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하게 되더라”라고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 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