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이정민입니다. 설날에 이렇게 인사드리게 돼 영광이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요! 아, 제 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Mnet 드라마 ‘몬스타’에서 이정민(웃음) 역할을 맡았고요, tvN ‘미생’에서도 ‘장백기 소개팅녀’로 잠깐 등장하기도 했어요. 옷도 한복으로 예쁘게 차려입어 봤는데, 좀 설날 느낌 나나요? 이렇게 특별한 날, 특별하게 인사드리니 올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들어요.
◇ 잊지 못할 ‘몬스타’, 그리고 김원석 감독님
작년에 방영된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강하늘 분) 소개팅녀로 잠깐 인사드렸어요. 드라마 ‘몬스타’ 때 김원석 감독님께서 저를 워낙 좋게 봐주셔서 ‘미생’에서 다시 저를 불러주신 거예요. ‘미생’의 오디션을 봤으면 좋았을 텐데, 당시에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미팅이나 오디션을 전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감독님께서 저를 기억해주시고 작은 역에라도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죠.
강하늘 씨와는 ‘몬스타’ 때도 함께 했고, 학교도 같아서 알던 사이였어요. 오랜만에 현장에서 보니 좋았죠. 절 보자마자 ‘얼굴 왜 이렇게 부었어!’라고 묻더라고요, 하늘이가.(웃음) ‘몬스타’ 때의 조명 팀, 촬영 팀도 거의 그대로 계셨고, 감독님과 강하늘 씨도 있으니 현장이 정말 편했어요.
아, 생각보다 제가 깨방정을 부리는 스타일이죠? 감독님께서도 저의 ‘단아한 이미지’에 속으셨죠.(웃음) 그러고 보면, ‘몬스타’에서도 2회 차 정도만 등장하는 단역으로 캐스팅 된 거였어요. 역할 이름이 ‘타 반1’이었으니까요. 심지어 주인공들과 같은 반도 아니었던 거예요.(웃음) 캐릭터가 주인공인 비스트 용준형 씨의 팬이었는데, 애드리브에서 호들갑스러운 소녀팬을 잘 보여준 것 같았어요.
그게 세 명이 함께 다녔는데, 한 언니는 공주 같은 역할이었고 한 명은 걸걸한 스타일이었어요. 제가 가운데에서 밋밋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 셋 중 ‘짱’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지션을 그렇게 잡았어요. 그게 통한 거예요. 그렇게 해서 여주인공 하연수 씨를 괴롭히는 역할로까지 승격(?)하게 됐어요.(웃음)
하연수 씨에 똥물을 뒤집어씌우려는 장면도 있었죠. 물론, 제가 그 물을 도리어 뒤집어쓰긴 했지만요.(웃음) 그걸 찍는데 고생을 많이 했어요. 날씨도 정말 추웠고 방영 날짜 때문에 저희는 하복을 입고 있었던 데다 물을 뒤집어쓰기까지 했으니까요. 사실 제가 그룹 씨스타의 보라 씨를 닮았다는 말을 간혹 듣는데, 촬영장 스태프 분들이 제 이름을 잘 모르시니까 그냥 ‘보라’라고 부르셨거든요.(웃음) 그런데 그 장면을 계기로 사람들이 제 이름으로 저를 부르기 시작하셨어요. 저에겐 좋았죠. 똥이 꿈에서는 좋다고 하잖아요. 똥물을 쓰고 제 이름을 각인시켰으니 같은 이치였던 것 같아요. 그 때 김원석 감독님께서 다음 작품에 저를 꼭 불러주신다고 하셨는데. 감독님! 저 그 약속 아직 기억하고 있어요! 또 다시 불러주실 거죠?(웃음)
◇ 왜 배우 됐냐고요? 하고 싶으니까요.
제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제게 왜 신문방송학과인데 배우를 하고 싶어 하냐고 물었죠. 사실 연기가 워낙 힘든 길이잖아요. ‘설마 이게 진짜 내 길일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던 것 같아요. 제발 아니길 바라는 마음도 있을 정도로요. 정말 힘든 길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을 해본 것 같기도 해요. 기자 공부도 해보고, PD 공부도 해보고요. 하지만 연기가 제일 재밌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돈을 벌진 못하더라도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죠. 돈을 덜 벌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 사진제공=블랙앤화이트스토리 |
사실 예전엔 ‘플랜B’를 만들어 놨어요. ‘이 길이 안 될 때 이런 걸 하자’는 계획 같은 것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플랜B를 만들면 이도저도 아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빠른 나이에 시작한 것도 아니어서 올인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에 플랜B를 없애버렸어요. 그 플랜B를 없앤 게 저의 전환점이었어요. 질질 안 끌고 박차를 가할 수 있었죠.
언제부터 배우가 꿈이었냐고요? 고등학교 때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 가고 싶었으니 어렸을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제가 외국어고등학교를 나왔는데 학교 측에서나 집에서나 절대 한예종은 안 된다고 하셨어요. 이쪽 계통에 대해 아는 분이 없다 보니 예술 계통에서는 최고인 한예종을 전문대학교 정도로 알고 계셨던 거예요. 4년 정규 대학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노발대발하시면서 반대를 하셨죠. 제가 첫째라서 집안에서도 기대가 컸던 것도 있었고요.
그런 반대 속에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 인문계 안에서는 신문방송학이 가장 제가 가고자 하는 길과 비슷해 보이더라고요. 어머니께는 ‘영화 관련 수입 배급사 같은 곳을 가고 싶다’고 둘러대며 설득했어요. 어머니께서는 제가 아나운서를 할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저는 입학하자마자 극단 들어가고.(웃음) 그렇게 들어간 극단에서 한 연극을 본 관계자 분의 제안으로 독립영화에 발을 들이게 됐고, 작품을 계속 하게 됐어요.
극단은 말하자면 신문방송학과의 학회였는데, 드라마 ‘미생’의 정희태 선배님, 영화 ‘고령화 가족’에 나온 김영재 선배님,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의 우선호 감독님이 같은 극단 출신이에요. 연기, 연극에 관련된 분들이 많았어요. 정희태 선배님은 나이 차가 꽤 많이 나는데도 정말 친하고요. 정말 많이 배웠죠. 하지만 신방과 안에 있는 학회다보니 더 많이 배우고 싶은 마음에 아카데미를 찾아가게 됐어요. 아무래도 제가 혼자 공부하는 것에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아카데미에는 저보다 많이 알겠다 싶은 것 같아서 간 곳인데, 배우로서 발을 뻗기에는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눈을 좀 키워준 계기가 됐어요.
◇ 저의 강점은 ‘밋밋함’…어떤 이미지든 다 입을 수 있죠
제가 출연하는 연극을 본 관계자 분이 제안해서 한 단편 영화에 출연하게 됐는데 그게 기회가 돼 다른 단편 영화에도 줄줄이 함께하게 됐어요. 제가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더욱 재밌게 한 것 같아요. 많은 작품들에 참여할 수 있었던 비결이요? 흠. 감독들이 입히고자 하는 이미지를 잘 받아들이는 ‘밋밋함’?(웃음) 변신이 쉬웠던 것 같아요. 참한 이미지의 역할이나 정말 개념 없는 여자 역할도 했고, 남자를 정말 좋아하는 여자부터 동성애자 역할까지 했었죠. 정말 평범한 여자나 고등학생 역할도 했고요.
↑ 사진제공=블랙앤화이트스토리 |
그렇게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제 안의 많은 부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역할에 맞는 제 부분을 증폭시킨 덕분이에요. 그렇게 하니 독특한 역할도 자연스럽게 그려지더라고요. 사실 그렇게 증폭시키는 과정도 힘들긴 했어요. 당시에는 울기도 많이 울고, 감독님께 많이 혼나기도 했죠. 지나고 보니 그렇게 어려운 걸 해냈을 때의 쾌감 때문에 연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영화의 일부분이 된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하루를 새롭게 사는 느낌이랄까?
다른 분야를 많이 공부해서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제가 공부했던 다른 분야들을 연기할 때 많이 응용하게 되거든요. 제가 영어와 중국어를 하는데, 다른 언어를 이미 공부한 경력이 있어서 전혀 모르는 다른 언어를 갑자기 해야 할 때에도 금방 하게 돼요. 전에 스페인어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한 번 듣고 비슷하게 흉내 냈던 기억이 나요. 현장에 적응하기 쉬웠던 것도 비록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연출을 해봤고, 스태프로도 참여한 적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지켜야 하는 에티켓이나 행동들은 경험이 없으면 금방 익히기 힘들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저는 다양한 포지션으로 현장에 참여해 보니 그런 분위기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죠.
◇ 꽃 피우는 시기는 각자 달라요…그 시기, 제게도 곧 옵니다
사실 작년에는 조바심이 찼어요. 반 오십이 넘었고.(웃음) 여자의 사회적 나이는 좀 더 빨리 흐르잖아요. 작년의 제 나이는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어요. 막말로 언론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해도 많이 늦은 나이는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마음을 가다듬고 제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 것인지를 다시 돌이켜 봤어요. 저는 스타가 되고 싶어서 배우를 하는 게 아니고, 평생 하고 싶어서 하는 거더라고요. 그러니 조바심이 날 이유가 없었어요.
↑ 사진제공=블랙앤화이트스토리 |
그리고 각자 배우가 꽃을 피우는 나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그 ‘꽃 피우는 시기’가 20대 후반이 될 것 같았어요. 그러니 조급해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고요. 그렇게 조급하지 않되 늘어지지 말자는 결심을 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냐고요? 저는 사극을 정말 하고 싶어요. 어렵고 힘든 건 사실이죠. 하지만 사극에 잘 어울리는 이미지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어렸을 적부터 사극을 굉장히 좋아해서 꼭 출연하고 싶어요. 액션도 하고 싶고, 형사나 의사 같은 역할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원 선배님처럼 다방면의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혜수 선배님도 정말 존경해요. 자신만의 매력이 있고, 자기 색깔을 어디서건 보여줄 수 있는 배우거든요. 그런 선배님들처럼 되고 싶어요. 저는 지금 제 매력을 굳히는 단계예요. 이 단계를 지나면 제게도 ‘꽃 피우는’ 시기가 올 거예요. 전 그 날이 머지않았다고 믿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