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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죠. 열애설이 자꾸 따라다니고, 야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고, 계속 그런 역할을 요구받아요. 주어진 일이라면 충실할 뿐이에요.”
다소 격앙된 말투가 나왔다가 이내 침착해졌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가수 레이디제인(본명 전지혜, 31). 그는 지난해 12월 종영한 ‘여우비행’에서 성감대, 티팬티, 전 남자친구 등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대한 소감은 “거부감이 있었지만 익숙해져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면역이 생겼다”라는 것이었다.
레이디제인은 이처럼 언젠가부터 가벼운 존재가 됐다. ‘국민썸녀’라는 애칭을 얻었을 즈음부터였다. 그의 이름 옆에는 ‘홍진호’라는 이름이 여전히 따라 다닌다. 지난 달 30일 ‘나 혼자 산다’ 방송에서는 전현무와 심형탁의 초대를 받고 홍진호의 집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날 남성잡지 표지 속의 레이디제인을 본 심형탁은 “내 이상형”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방송 후에는 직접 레이디제인에게 도라에몽 인형을 선물했다.
“심형탁 씨는 다른 방송에서 뵌 적이 있는데 순수하고 신사적인 분인 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 분이 저를 이상형으로 꼽으니까, 진짜라고 믿기보다 예의상 하는 말인가 보다 싶었죠. 방송 후에는 큰 도라에몽 인형을 주시더라고요. 이것도 가볍게 스치는 말인지 알았는데 진짜 보내왔어요. 안 주셔도 된다고 몇 번 사양했는데 결국 받게 됐어요.”
‘썸’의 기운이 느껴졌다. 심형탁, 전현무, 홍진호 중 순위를 매겨달라는 짖궂은 물음을 던졌다. 냉큼 대답이 돌아왔다. 레이디제인은 “1등 심형탁, 2등 홍진호, 3등 전현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라디오를 함께 진행 중인 장동민을 끌어들여 “3등 장동민, 전현무는 꼴찌”라고 정정했다. 전현무는 ‘꼴찌’에서 ‘더 꼴찌’로 밀려난 셈이다. 레이디제인은 “누가 봐도 수긍하는 순위 아니냐”고 말하며 피식 웃었다.
레이디제인은 장동민과 함께 올해 1월부터 KBS 쿨FM ‘장동민, 레이디제인의 두시’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라디오계의 박미선’으로 불린다. 여러 방송에 많이 출연하는 박미선 MC처럼 라디오 곳곳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7개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참여할 때도 있었어요. 그 덕분에 라디오를 통해 ‘토크쇼’에서의 기반을 다진 것 같아요. TV 예능에 나가서도 이야기를 편하게 하거든요. 지금 정규 DJ를 하고 있는 것도 예전의 일들이 많이 도움된 셈이죠. ‘라디오계의 박미선’이라는 별명은 저도 아는데 활발하다는 뜻이니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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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제인은 “결과물에 만족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냈던 솔로곡들이 일관되지 않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여러 분들에게 프로듀싱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르도 오락가락 했다. 그 와중에 히트곡 하나 없다. 나를 떠올렸을 때 대표되는 음악적 이미지가 없다는 건, 그만큼 내 고집이 없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곡도 내 색깔과 안 맞을 수 있는 리듬”이라면서도 “통통 튀는 가사는 나랑 참 잘 어울린다. 방송에서의 이미지를 의식하고 노랫말을 붙였다”고 덧붙였다.
가사는 ‘밀당’을 하는 남자에게 ‘우리가 무슨 스무살이냐’고 ‘돌직구’를 던지는 내용이다. 당돌한 모습이 TV 속 레이디제인의 모습과 통한다.
레이디제인은 ‘홍대여신’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지금은 이 느낌이 많이 희석됐다. TV에서 비치는 그의 모습이 많이 알려지면서다. 이 애칭이 오히려 독이 된 적도 있다. ‘여신’이라는 말에 대한 무조건적 반발심이 비난의 이유였다.
“제가 원했던 수식어는 아니죠. 첫 데뷔했을 때 제 특색을 찾기 어려워서 여러 매체에서 대중에 각인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 필요가 있었나 봐요. 홍대에서 활동하는 보컬이니까 ‘홍대여신’이라고 별명을 지어준 것 같아요. 굉장히 부끄럽죠. 지금 홍대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모를까, 활동 안한 지 꽤 됐거든요.”
‘레이디제인’이라는 이름은 영국 록밴드 롤링스톤즈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6070 밴드팝을 좋아하는 레이디제인은 “허세도 부릴 겸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름처럼 먼 미래에도 떠올릴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을까. 레이디제인은 의외로 부정적이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만큼 지금 잘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아니다’예요. 제 디스코그라피가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온 건 아니거든요. 앞으로도 제가 원하는 음악을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바라보는 여러 분야 사람들의 ‘니즈(Needs)’가 생겼잖아요. 개인적인 욕심으로 음악을 하려면 아마 다시 홍대로 가야할 거예요. 또 여러 상황 속에서 자신있게 앨범을 낸다고 해도 요즘은 저의 모든 음악을 대중은 들어주지 않잖아요. 가수로서, 방송인으로서 입지를 다져놓는 게 우선이라
이러한 그의 바람은 설 연휴에도 이어진다. 레이디제인은 설 특집 예능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한다. 그가 ‘꼴찌 이상형’으로 꼽은 전현무가 단독 MC로 나선다. 두 사람 사이에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방송인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한편, 레이디제인의 음악을 TV에서는 언제쯤 들을 수 있을지 궁금증이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