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청소년 성폭행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영화 ‘돈 크라이 마미’와 ‘방황하는 칼날’이 같은 소재를 담았지만 극과 극 등급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11월22일 개봉해 97만5462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던 ‘돈 크라이 마미’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딸을 잃게 된 엄마가 법을 대신해 가해자들에게 끔찍한 복수를 하는 과정을 그렸다. 개봉은 15세관람가 등급으로 됐지만, 초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돈 크라이 마미’에 대해 “자살과 살해 장면 등 폭력적인 부분을 구체적, 직접적으로 표현했고 욕설 및 비속어 표현 등 주제와 내용에 선정성, 폭력성, 공포, 대사, 모방 위험 등이 있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청소년들이 반드시 보고 각성해야 됨에도 버젓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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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크라이 마미’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기에 충분히 영화 속 이야기는 현실 어디에선가 벌어지는 일이다. 그럼에도 ‘구체적,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욕설 및 비속어 표현’ 등을 문제시 삼으면서까지 굳이 ‘모방 위험’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 현재 대한민국의 청소년 성범죄의 심각성을 강조하기위해 좀 더 자극적인 부분은 있지만 이는 거부감보단,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가 더 크다.
제작자 측 역시 “청소년들에게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이 받는 고통을 알려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싶다. 그런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정작 청소년들이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 후 제작사 측은 지적받은 일부 장면을 편집해 재심의를 신청했고, 15세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청소년 성범죄의 심각성과 가해자에겐 미약한 처벌을 내리는 부분을 드러냈는데 굳이 한 번의 수정을 거쳐 관객을 만난다는 게 안타깝다. 다소 가해자에게 너무 가혹할 수도 있을 법한 내용이지만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솜방망이 처벌은 또 다른 범죄를 낳기에 충분하고 결코 청소년 성범죄를 멈추지 못할 것이다.
‘방황하는 칼날’(2014년 4월10일 개봉, 98만9881명의 누적 관객수) 역시 청소년 성범죄를 삼았고 이번엔 아버지의 복수가 담겨있다. 일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한순간에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아버지와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의 추격을 다루기도 했다. 무엇보다 피해자에서 살인범으로 전락해버린 아버지가 딸의 죽음에 얽힌 또 다른 공범을 쫓아 추격한다는 이중적 상황까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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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크라이 마미’처럼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지만 좁디좁은 영등위 등급 기준을 넘지 못했다. 딸을 잃은 아버지와 그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한 남자와 그를 이해하지만 쫓을 수밖에 없는 한 남자, 가해자들과 부모들 등 여러 인물들의 입장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때문에 한쪽의 입장에만 집중되지 않아 모든 상황에 대한 이해가 쉽다. 그럼에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 그 어떤 작품보다 여러 상황을 담았음에도 아무도 이를 끄집어 낼 기회가 적다.
‘한공주’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명왕성’ 등 청소년 문제를 다뤘지만, 정작 그 주인공은 못 보는 영화들이 최근 들어 영등위 등급 평가 기준에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뭉뚱그려진 기준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기보단 청소년 영화에 대한 등급만큼은 정확한 기준을 제시해 모두가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으면 한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