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은 그 놈의 상영관 때문에 개봉 날부터 골머리를 앓아왔다. 평단과 관객의 매우 긍정적인 관심에도 상영관 수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고, 상영관을 얻어도 조조 또는 심야 등 극과 극 상영시간이 관객과 영화 사이를 멀게 만들었다.
‘개훔방’ 사건은 단순히 대형 멀티플렉스에 치여 갈 곳을 잃은 작은 영화가 겪는 불이익 뿐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좋은 작품임에도 정작 볼 상영관이 없는 불편한 상황 때문에 관객들은 볼거리, 선택할 권리를 모두 잃게 됐다. 또한 늘 문제시되어왔지만 여전히 문제로만 야기되고 있는 배급사의 일부 영화 상영관 독점, 철저하게 극장가에서 외면 받고 있는 소규모 상업영화, 다양성, 독립영화 등의 문제점도 다시금 재조명하고 있다.
늘 그래왔듯 순간의 이슈만 될 뿐, 전혀 개선될 일말의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면 쭉 한국영화계는 대형 상업영화 위주로만 관을 채우게 될 것이다. 이는 작은영화를 찍는 감독의 연출 열정을 없애버리는 소극적 살인과도 같은 행동이며, 작품을 대하는 관객들의 시선 역시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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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문에는 ‘개훔방’이 개봉 날부터 현재까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설명해놓았고, 한국영화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독한 쏠림현상과 대기업 배급사에 줄서기를 해야만 영화인으로 살아남는 현상의 심화를 알렸다. 법으로 동이 계열기업 간에 배급과 상영을 엄격히 분리시키고, 상영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세워 한국영화의 무궁한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가하면, 극장과 정부 기관, 제작사를 향한 당부의 말도 건넸다.
하지만 별반 달라진 사항은 없다. 조용히 ‘개훔방’ 사건이 잊히려는 순간 VOD와 IPTV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미처 극장에서 보지 못한 관객들을 위한 제작진의 배려와도 같았다. 그러나 배려는 일부 누리꾼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다. VOD와 IPTV 서비스와 동시에 불법 유출되며 또 다시 상처를 받았다. 마치 다른 작품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는 상영관 수로 개봉했던 그 날처럼.
이에 배급사 리틀빅픽처스와 유통사 캔들미디어는 전문 조사 기관에 의뢰해 불법 게시물이 올라온 사이트들에 대한 게시물 삭제 및 경고 조치를 취했으며, 사이버 수사 의뢰 및 저작권보호센터 조사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최초 유포자와 불법 게시자, 다운로드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타까움에 또 다른 안타까움이 더해진 ‘개훔방’. 불행 중 다행으로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이 오는 11일 오후 8시 대한극장에서 특별 상영회를 개최한다. 김동호 위원장에 앞서 이미 타블로, 박휘순, 김수미, 진구, 임원희 등 많은 배우들도 자발적으로 영화 홍보 또는 초청회를 열었다. 이들의 뒤를 김동호 위원장이 잇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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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단연 극장에 걸려있어야 가장 빛나고 제 몫을 다할 수 있다. 감독과 배우, 제작사, 배급사, 관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제작, 배급사가 영화관을 갖고 있다고 해서 더 많은 상영관을 내준다거나, 선호하지 않는 상영시간을 배치해 관객의 선택을 막는 불편한 진실이 이제는 사라져야한다.
상영관 수와 시간 배치 등의 엄격한 기준이 제시돼 모두가 합당한 대우 아래에 관객을 만나야 된다. 말로는 한국영화가 발전됐고 이를 대하는 관객의 자세도 높아졌다지만, 정작 이 모두를 발전시킬 수 있는 관계자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행동한다면 이 역시 아이러니 그 자체다.
한편 ‘개훔방’은 사라진 아빠와 집을 되찾기 위해 개를 훔치려는 열 살 소녀의 기상천외한 도둑질을 그린 ‘견’범죄 휴먼코미디로 미국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