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국내 예능을 향한 중국 시장의 러브콜이 좀처럼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리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뜨겁게 불타오르는 추세다. 이 같은 중국내 한국 예능의 인기는 단순한 예능에만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서 이를 토대로 한 영화까지 제작되고 있다.
중국이 한국 예능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한국 프로그램의 포맷을 따서 제작된 예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MBC로부터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판권을 구매해 중국의 연예인들로 재가공한 후, 시청자들에게 선보인 후난 위성 TV의 ‘아시가수’(我是歌手)는 주요 드라마보다 더 높은 2.3%라는 평균시청률을(40개가 넘는 위성채널이 있는 중국에서 시청률 대박의 기준은 1%), 최고 시청률 4.3%까지 기록하면서 뜨거운 인기를 증명했다. 단순히 시청률만 놓은 것이 아니다. 2011년 MBC에서 판권을 구매한 후, 2013년 약 69억8000만 원(4000만 위안)을 투자해 523억8000만 원(3억 위안) 상당의 광고 수익을 올린 것이다. 이는 기타 파생수입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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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뿐 아니라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중국버전 ‘파파거나아’(爸爸去哪儿)역시 전국시청률 3.5%의 시청률을 올리며 높은 인기를 구사했다. ‘파파거나아’의 경우 재미있는 것은 프로그램의 인기를 등에 업고 극장판을 제작해 수입을 올렸다는 것이다. ‘파파거나아’ 극장판은 프로그램의 인기상승세를 타고 2014년 상반기 자국 영화 흥행순위 2위를 기록할 뿐 아니라 약 1200억 원(7억 위안)의 수익을 내기도 했다.
극장판의 인기로 프로그램의 몸값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처음 ‘파파거나아’의 타이틀비는 48억 8000만 원(2800만 위안)에 불과했지만, 극장판이 흥행하면서 시즌2의 타이틀비가 무려 544억 8000만 원(3억1200만 위안)으로 껑충 뛴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인기가 생기고, 그 인기가 ‘돈이 되는 사업’이 되자 업체의 관심이 쏠리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 10월 말 중국 후난위성TV의 ‘2015년 매체 보급 및 광고투자 유치회’에 따르면 중국 상당수 기업들은 ‘파파거나아’ 시즌3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한 유명 음료회사는 프로그램 광고비로 약 862억 원(5억 위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파파취나아 시즌1 당시 광고 협찬비 약 50억 원(2800만 위안)의 무려 18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중국 내 인기를 고스란히 반영한 셈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 최고경영자 두팡(杜昉)이 작년 12월 연설을 통해 올 들어 중국이 해외 예능프로그램 판권 구입에 중국 방송국 및 동영상 사이트가 최소 354억 원(2억 위안) 이상을 지출했다. 중국 광고매체회사인 러정촨메이(樂正傳媒)이 낸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중국 각 TV 방송국과 동영상 사이트에서 방영한 프로그램 중 판권 협력 프로가 총 63개로 전체 예능프로그램 중 90%에 달했다. 이처럼 해외프로그램의 포맷을 따온 예능이 넘쳐나게 된 것은 중국 자체제작 프로에 비해 큰 인기 때문.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국에서 넘어온 예능이 있었다.
한국 예능이 과거에 비해 중국시장 진출이 용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시장의 발달이 있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다른 나라의 드라마, 영화, 예능프로그램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일찍이 K-POP열풍으로 한류열풍이 일어났던 중국은 이후 드라마와 예능과 같은 문화콘텐츠로 시야를 넓히게 된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생소한 장르인 한국의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은 중국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예능은 온라인을 타고 중국에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이는 예능의 포맷수출로 이어지게 된다. 완제품 수출과 달리 프로그램의 뼈대만을 수출하는 국내 예능의 포맷 수출은 현지의 환경에 맞게 프로그램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점에서 외국시장 침투가 더욱 쉬워졌고, 한국의 예능의 선진 기술을 배워와 다시 제작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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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중국의 매체 왕이군사는 “한중간의 문화는 밀접해 받아들이는 데 어렵지 않다. 한국은 예능 프로그램이 강하지만 중국에 비해 시장이 협소하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중국에서 습득하기에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이 커 좋은 프로그램이 수입되는 것은 양국이 좋은 현상”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2015년 국내 예능의 중국 진출은 더욱 활발할 전망이다. 한·중 공동 프로그램 제작의 첫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는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중국버전 저장위성TV의 ‘달려라 형제’(奔跑吧, 兄弟)가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한국 예능 프로그램들이 포맷을 판 뒤 ‘플라잉 PD’ 1~2명이 현지에서 컨설팅에 참여했다면, ‘달려라 형제’의 경우 한국 ‘런닝맨’의 조효진 PD를 비롯해 조명 카메라 VJ, 소품, 세트 등 국내 제작진이 그대로 참여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중국의 ‘달려라 형제’와 한국의 ‘런닝맨’ 출연진의 대결하는 에피소드를 반영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달려라 형제’는 지난 2일 중국 50개 도시 기준 시청률 3.2%(CSM50-광고 불포함 기준)를 기록한데 이어, 12일에 방송은 4.2%까지 오르며 그 위엄을 자랑하고 있다. 31일 중국 왕이연예 보도에 따르면 30일 개봉한 중국판 ‘달려라 형제’의 극장 버전은 점유율 35%를 차지하며 다른 영화들을 압도했으며, 박스오피스 수입은 122억 원(7천만 위안)을 기록했다.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예능의 인기로 예능 스타들도 탄생하는 추세다. ‘런닝맨’의 지석진과 송지효는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 신년 예능프로그램 ‘과년만회’에 출연해 관심을 받기도 했으며, 배우 성동일은 ‘아빠 어디가’의 인기로 중국 영화 ‘아빠의 휴가’에 자녀 성빈, 성준과 함께 얼굴을 비출 예정이다.
‘런닝맨’의 이광수와 김종국의 인기는 새로운 한류의 주역이라고 불릴 정도로 뜨겁다. 김종국의 경우 최근 중국의 영향력 있는 온라인사이트 런민왕(人民網)이 중국 누리꾼을을 상대로 ‘2014년 한국스타 영향력’을 주제로 두 달간 투표를 진행한 결과, 김종국이 8만 표 넘게 득표해 2위에 올랐다. 1위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인 김수현이었다. ‘아시아의 프린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광수 중국 팬들 뿐 아니라 중국 스타들의 러브콜까지 받고 있다. 중국 여배우 마수(馬蘇)는 최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웨이보에 “요즘 이광수가 정말 좋다. 같이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