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에서 벗어난 김창완 밴드의 독보적인 앨범이 한국 록의 정체성을 세우는 첫 발이 되길 바란다.”
김창완 밴드(김창완, 드럼 강윤기, 베이스 최원식, 키 이상훈)가 이처럼 밝히며 세 번째 정규앨범 ‘용서’를 내놓았다. 5일 오후 서울 서교동 KT&G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진행된 쇼케이스에서다. 5인조였던 김창완 밴드는 멤버 염민열이 최근 군에 입대하며 4인조로 활동한다.
김창완 밴드는 이날 무대에 올라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중2’ ‘용서’를 선보였다. 특히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세 번째 ‘자체 리메이크’ 됐다. 이번에는 퓨전국악밴드 잠비나이가 참여했다. 해금, 피리, 거문고 소리가 밴드 사운드에 섞여 한국의 소리를 더했다.
김창완은 “데뷔 당시부터 한국 록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 초창기에도 아리랑 선율을 넣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늘 미흡했다. 잠비나이와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하며 한국 록의 정체성에 대한 답을 조금 더 찾은 것 같다”며 “세 번 리메이크를 거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진보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앨범의 녹음을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엔지니어 아드리안 홀이 맡았다는 것. ‘한국 록’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소통은 ‘음악’으로 충분했다. 김창완은 “아드리안 홀은 소스 녹음만 듣고도 모든 구상을 마치더라. ‘됐냐?’ 물으면 ‘됐다’고 답하는 게 대화의 끝이었다. 음악이 곧 소통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록의 정의는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이 하면 되는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김창완 밴드는 ‘코리안록밴드’다”고 덧붙였다.
타이틀 곡은 ‘중2’다. 그의 설명과 달리, 전혀 김창완 밴드 세대의 나이가 아니다. 게다가 실제 중학교 2학년에게 곡을 들려줬더니 중학교 2학년답지 않은 가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김창완은 “그 학생은 ‘무엇을 할거야’ ‘어디로 갈거야’라는 확신에 찬 가사에 불만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확신은 ‘중3’이어야 가능하다는 것. 김창완은 그럼에도 곡을 고치지 않았다.
그는 “어른들의 오해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곡을 수정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뭐 저런 중2 노래가 있냐’고 할지 몰라도, 모르는 것 자체를 인정하는 게 소통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그 과정을 다 거쳤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유아독존의 시기가 중학교 2학년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사회화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 곡 ‘중2’와 함께 신곡 ‘아직은’ ‘용서’ ‘무덤나비’가 수록됐다. 더불어 지난해 디지털싱글로 발매했던 ‘E메이저를 치면’ ‘괴로워’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던 ‘노란 리본’이 포함돼 있다. 또 독창적이고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은 ‘아리랑’ 등 총 9곡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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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밴드는 오는 12~14일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비발디파크홀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연다. 이어 3월 21일과 28일 각각 서울 서교동 KT&G상상마당 라이브홀, 춘천 KT&G 상상마당 사운드홀에서 두 차례 더 공연을 개최한다. 앨범 발표 후 처음 선보이는 신
김창완은 “세월이 흐를수록 ‘무얼 부를까’ 보다 ‘왜 부를까’를 고민한다. 데뷔 후 10년 이상 ‘나는 가수다’라는 말이 안 나왔다. 내가 하는 음악은 무엇인지 점점 정답이 멀어져가는 것 같다. 그래도 마음의 고향은 음악이다.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는 이유는 이러한 음악의 힘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