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월화드라마 ‘일리 있는 사랑’ 속 주인공들은 한 뼘 성장했다. 하지만 그 성장을 시청자들은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다.
지난 3일 ‘일리 있는 사랑’ 20회에서는 장희태(엄태웅 분)에게 돌아가는 김일리(이시영 분)와 그의 곁을 떠나는 김준(이수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일리는 우연히 장희태와 마주쳤고, 장희태는 김준과 떠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행복하길 바란다는 진심을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줄 것이 있다며 김일리를 집으로 데려갔고, 자신이 주문하고 김준이 만든 의자를 “이혼 선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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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일리있는사랑 방송 캡처 |
김일리는 자신과 장희태의 역사가 담긴 집으로 들어가기를 망설였고, 의자를 보며 “내가 당신에게도 김목수에게도 못된 짓을 했다”며 복잡한 심정을 느꼈다. 그런 김일리는 장희태를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했고,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상황에서 북받쳐 올라 눈물만 흘렸다.
결국 그 날을 계기로 김일리는 장희태와 다시 합쳤다. 장희태는 복직을 했고, 김일리는 벽화 화가의 꿈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갔다. 김준은 장희태로부터 김일리가 그를 택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기로 했다. 자신을 찾아온 친어머니에게 “앞으로는 내가 연락하겠다”고 말하며 관계 전환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폭풍처럼 휘몰아쳤던 이들의 일상은 조금씩 원래대로 자리를 잡아갔고, 김일리는 시댁에 헌신했던 예전과는 달리, 오로지 자신과 장희태 두 사람만을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을 시작했다. 장희태 또한 미안함이 사랑인줄 알았던 과거를 뒤로 하고, 김일리와 새롭게 출발했다.
김준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김일리를 만나 “그동안 즐거웠다”며 “모든 것이 고마웠다”고 사랑을 알려준 김일리에 고마움을 전했다. 마침내 이들은 아픔을 통해 조금씩 성장했음을 나타내며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말 그대로 주인공들은 성장했다. 장희태에게는 사랑이 미안함이었고, 김일리에게는 헌신이었고, 김준에게는 그리움이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던 세 사람은 김준과 김일리의 갑작스러운 사랑으로 혼란스러움을 겪었다. 김준과 김일리의 사랑은 당연하게만 여겼던 등장인물들의 평범한 일상을 모두 깨뜨렸고, 김일리의 김준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장희태의 분노와 절망은 깊어졌다.
세 사람 모두 아프고 힘들었지만, 결국 이들은 자신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사랑이 세상에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김일리와 김준의 설레고 위험한 사랑도 사랑의 한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진짜 사랑이라고 믿었던 헌신과 미안함은 사랑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장희태는 김일리의 이별 앞에서 이를 인정했고, 진짜 사랑에 눈을 떴다. 김준 또한 김일리가 떠나지 못했던 이유인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이해하게 되면서 김일리를 놓아줬다.
그렇게 성장통을 겪은 주인공들은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갔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극단적이고 아팠다. 일단 김일리와 김준의 사랑부터 불륜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드라마는 방영 내내 불륜 미화 드라마라는 지적을 받아야 했고, 마지막 회에서 장희태에 돌아가는 김일리의 모습에 일부 시청자들은 불륜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또한 치매를 앓은 장희태의 엄마 고 여사(이영란 분)는 식물인간인 딸 장희수(최여진 분)를 죽이고 동반 자살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해는 충분히 갔지만, 딸의 얼굴에 베개를 파묻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드라마에 방영되기에 지나치게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장희태, 김준 두 사람은 드라마 내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준은 유부녀인 김일리에 사랑을 느끼고, 자신을 만나면서도 시댁에 들어가 병간호를 자처하는 김일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홀로 힘들어했다. 그리고 결국 맞이한 것은 김일리와의 이별이었다. 장희태는 아내가 다른 남자를 선택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동시에 어머니의 치매, 식물인간인 누나의 죽음까지 모두 겪어야 했다. 김일리가 사랑으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애달프게 지켜봐야 하는 두 남자의 운명도 참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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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일리있는사랑 방송 캡처 |
세 사람의 성장에는 너무나 큰 고통이 따랐고, 이를 지켜봐야 하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까지 힘들고 아파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는데도 전 남편의 집에 들어가 사는 등 지나치게 제멋대로였던 김일리의 행동에 어떻게 공감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평들도 줄을 이었다.
막바지까지 극단으로 치달았던 것이 거짓말처럼, 된장찌개 하나로 다시 합치게 된 장희태와 김일리의 관계도 허무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차라리 김준과 김일리가 함께 떠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면 더욱 납득이 가능했으리라는 아쉬움이 많았다. 애초의 기획 의도인 ‘가볍고 상큼한 로맨스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드라마를 따라가기 힘겹고 무거웠다는 불평도 있었다.
마지막 장면 속 장희태의 “세상에 일리 없는 사랑이 있을까”라고 자문하는 내레이션의 말은 이해가 간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유가 없고, 그런 만큼 모든 사랑에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 속 사랑은 비록 일리는 있었을지언정, 이 사랑에 공감을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한편, ‘일리 있는 사랑’은 결혼 후 새로운 사랑을 만난 아내와 그를 지켜봐야 하는 남편, 새로운 사랑에 설레는 새 남자가 겪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드라마 ‘연애시대’의 한지승 감독과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도우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