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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음악을 해왔네요. 흑백TV 시절부터요.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났는데요. 그 분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40주년 콘서트를 엽니다. 저를 통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제가 기꺼이 타임머신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영원한 오빠’ 가수 전영록(60)이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3월 8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되는 공연에서는 전영록의 음악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
또한 아버지 고 황해 선생과 어머니 고 백설희 선생을 회고하는 가족들의 곡을 새롭게 편곡해 선보인다. 빅밴드와 합창단이 함께하는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연출뿐만 아니라 80년대의 소품과 무대장치들을 그대로 재현한다.
전영록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63시티 포레스트홀에서 40주년 기념 콘서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이날 “기꺼이 관객들을 위한 타임머신이 되겠다”고 콘서트를 앞둔 소감을 전했다.
그는 공연 콘셉트에 대해 “초창기에 불렀던 노래들, 후반기에 불렀던 노래들, 80년대말부터 90년대초까지 다른 가수들에게 줬던 곡들, 가족들이 불렀던 노래들까지 네 부분으로 나눠 진행한다”며 “추억의 팝송들도 개사해 부를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대중음악은 대중들이 함께 불러줘야 진짜 대중음악이다. 관객들이 같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연을 마련했다”며 “곡들을 추리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잠 잘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무대 연출은 과거 예능프로그램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토토즐)’을 맡았던 신승호 PD가 책임졌다. 가수로 활동 중인 딸 전보람(걸그룹 티아라)과 아들 전우람을 무대에 세우기 위해 조율 중이다.
전영록은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부탁하기가 참 멋쩍다. 선친께서도 내게 그런 부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면서도 “우리 아이들은 알아서 오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함께 할 수 있는 무대를 꼭 마련하고 싶다”고 밝혀 웃음을 줬다.
그는 “겸손하게 무대에 서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전영록의 본 모습이기도 하다. 전영록은 “전 씨여서 다행이다. 나 씨였으면 ‘나 영록이오’ 하는 듯이 무대에 설 텐데, ‘전 영록입니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농담을 꺼내며 혼자 웃었다.
‘영원한 오빠’이면서 ‘원조아이돌’이자 ‘돌아이’이기도 한 전영록. 청바지와 선글라스로 대표되는 남성성의 상징인 그는 이날 간담회에도 멋진 재킷과 카고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다음은 자신의 공연과 가요계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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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삶과 같다. 돌고 도는 것이다. 지금 복고 열풍이 불고 있는데, 우리 세대도 마찬가지였다. 트로트, 블루스가 유행할 때 로큰롤을 부르니 유행이 되더라. 지금 또 로큰롤을 부르면 인기를 끌 수도 있다. 복고는 늘 진보적인 것을 만드는 바탕이 된다. 다만 매스컴에서 더 기회를 줬으면 한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80년대는 없다. 영화 ‘쎄시봉’도 80년대 이야기는 아니다. 7080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80년대 가수들은 거의 없다. 어디에서도 80년대를 다뤄주지 않는다. 나 혼자 주도하기엔 벅차다. 나는 거대한 아우라도 없고 ‘빽’도 없다. 그러다보니 움츠러든다. 이 자리에서 80년대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길 간청드린다.
- 복고 열풍 덕분인지 어린 세대도 전영록의 노래를 알고 있다.
먼저 소개하겠다. 김희애 ‘나를 잊지 말아요’, 정소라 ‘우리들의 이야기’, 이지연 ‘바람아 멈추어다오’, 양수경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 이은하 ‘돌이키지마’, 등이 내 노래다. 초등학생들도 내 노래를 따라하는 경우가 있다더라. 복고가 유행이라 그런가 보다. 큰아들이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나를 초대하더니 내 노래 ‘종이학’을 불러주더라. 편지를 적은 종이학을 선물로 받았는데, 집에 가서 열어봤더니 ‘SG워너비의 노래인 줄 알았다’고 적혀있었다. 하하. SG워너비가 리메이크 했으니까. 한 초등학생 아이는 내가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를 부르는 걸 보고 ‘아기공룡 둘리’ 노래라고 우기더라. 사실 노래를 누가 만들었는지 중요하지 않다. 누가 불렀느냐가 중요하다.
- 다른 가수에게 주기 위해 준비 중인 곡이 있나?
송대관 선배, 패티김 선배가 요청해서 작업 중인 곡이 있다. 조영남 선배도 부탁했는데 매니저가 주지 말라더라. 조영남 선배는 말해놓고 기억도 못한다고. 하하. 곡을 미리 만들어 놓지는 않는다. 만들어놓고 시간이 지나면 ‘신(新)’이 아닌 ‘구(舊)’가 된다. 또 요즘은 내가 만든 곡이라고 해서 ‘전영록의 노래’라고 알아주지도 않는다. 노래는 가수들이 잘 불러서 히트가 되는 거다. 다른 작곡가에게도 늘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이 잘 써서 히트되는 건 없다고. 가수들이 잘 불러서 성공하는 거라고.
- 최근 가수 중 곡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30주년 앨범을 발표했을 때 박정현 양이 내 노래 ‘나를 잊지 말아요’를 불렀다. 굉장히 잘 어울렸다. 그 외에도 소찬휘, 성시경, god의 박준형이 내 노래를 부르는 걸 들어봤다. 가수에 따라 노래가 달라진다. 어느 가수든 잘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곡을 주고 싶다. 제일 까다로운 건 장르를 콕 집어서 부탁하는 거다. 송대관 선배는 ‘목포의 눈물’ 노래 같은 거 부탁한다고 했는데, 참 어렵다. 스무번 정도 들으면 그에 버금가는 곡이 나오긴 하더라. 조영남 선배는 ‘불꺼진 창’ 같은 노래를 요청했는데, 아마 자기가 부탁했단 것도 잊고 있을 것 같다.
- 5년 전 암 투병도 했다. 최근 건강은 어떤가?
문제없다. 5년 전 대장암 판정을 받았는데, 솔직하게 투병 중이라고 얘기했더니 화제가 돼 당황했다. 아무렇지 않게 말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러니까 돌아이지’라고 수군대더라. 대장이 줄어드는 차이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장 쪽에도 문제가 있다더라 있다더라. 그것도 난 대수롭지 않았다. 친구인 이홍렬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나가서 솔직하게 밝혔는데, 홍렬이는 나만 보면 ‘사지가 멀쩡하지 않은 놈’이라고 놀린다. 운동을 워낙 좋아해 많이 다친 게 습관이 돼 그렇다. 어딜 다쳐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편이다. 아무튼 지금 건강은 아주 좋다. 콘서트에도 아무 문제없다.
- 콘서트 이후 계획은?
계속 공연을 하고 싶다. ‘공연 계속 안 하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연세 지긋하신 분들은 우리 세대의 음악에 목말라 있다. 공연에서 흥을 돋우면 흔쾌히 따라 부르고 몸을 들썩이신다. 그 분들에게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 40~70대 어르신들이 내 노래를 듣는 것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 노래를 통해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는 타임머신이다. ‘애심’으로 첫사랑, 짝사랑을 떠올리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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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