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영화감독 베넷 밀러가 세 번째 실화 영화로 돌아왔다.
베넷 밀러 감독은 논픽션 소설가의 이야기 ‘카포티’(2005),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팀의 실화를 담은 ‘머니볼’(2011)에 이어 오는 2월5일 세 번째 실화 영화 ‘폭스캐처’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베넷 밀러는 1998년 뉴욕의 풍경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뉴욕크루즈’로 데뷔한 이후 7년의 공백 끝에 ‘카포티’를 선보였다. ‘카포티’는 1960년대 천재적 작가로 명성을 떨친 트루먼 카포티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1959년 미국 캔자스주 한 농장의 일가족 4명이 두 명의 남자에게 살해당하고, 사건 관련 기사를 읽은 트루먼 카포티(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분)가 논픽션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두 살인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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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 밀러는 ‘카포티’로 제18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유망감독상과 2006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베넷 밀러는 ‘카포티’가 화제 되면서 한 사건에 대해 제보 받았다. 그는 그 사건에 흥미를 느꼈고, 7년여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 영화로 완성시켰다. 그것이 이번에 개봉하는 ‘폭스캐처’다.
‘폭스캐처’는 실제 사건 ‘존 듀폰 케이스’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존 듀폰 케이스는 1996년 1월 세계 최대 화학그룹인 듀폰가의 4대 존 E. 듀폰이 레슬링 선수 데이브 슐츠를 살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존 듀폰과 경찰이 대치하는 모습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돼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끝내 살해 존 듀폰의 살해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베넷 밀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출신인 베넷 밀러가 실화 영화에 집중하는 것은 마치 필수불가결한 것처럼 보인다. 베넷 밀러는 다큐멘터리 장르를 통해 피사체의 실제 모습을 담아내는 것에 익숙하다. 이런 특징은 ‘폭스캐처’에도 잘 드러난다. 존 듀폰(스티븐 카렐 분)과 형제간인 데이브 슐츠(마크 러팔로 분),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 분)의 미묘한 관계는 대사가 아닌 인물의 표정, 습관 등으로 표현된다.
베넷 밀러는 세 인물의 디테일한 면을 십분 살렸다. 그러기 위해선 배우들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온전히 배역에 몰입할 수 있어야 했다. 행동 하나, 말투 하나까지 캐릭터에 이입해야지만 실제 인물처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7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캐릭터를 분석하고 이입한 탓에 배우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채닝 테이텀은 “여태까지 작업한 영화 중 가장 고통스러운 작품이었다. 만약 레슬링보다 힘든 운동 종목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해보라고 하고 싶을 정도”라 말했고, 스티브 카렐은 촬영 현장에서 홀로 있으면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존 듀폰이 되기 위해 몰입했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해 스티브 카렐은 코미디 배우라는 틀에서 벗어나 2015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배우 인생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베넷 밀러는 대사가 아닌 인물의 행동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관객을 몰입시킨다. 이는 한 피사체를 오래토록 집중하며 있는 그대로를 보이는 장르, 다큐멘터리의 특징을 잘 살린 점이다. 베넷 밀러의 영화는 직접적인 대사로 설명해서 관객이 해석할 여지를 줄이지 않는다. 이미지가 주는 감동을 관객이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그것이 베넷 밀러의 작품이 힘을 갖는 이유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