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극장가에 여자를 위한 영화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 가운데 영화 ‘씨, 베토벤’이 리얼하게 여자들의 시선을 담아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씨, 베토벤’은 지난 2014년 3월27일 개봉해 관객을 만났다. 대학로 인기 극단인 차이무의 동명 연극을 영화화한 것으로, 친구의 죽음이 자신 탓이라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하진(김소진 분), 자유연애주의자이지만 양다리가 발각되어 솔로 생활 중인 성은(공상아 분), 유부남과의 연애로 고민 중인 영(오유진 분) 등 세 여자가 등장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유쾌하면서도 은밀한 이야기가 오가는 장소는 바로 카페이다. 누구나 쉽게 와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편안한 장소가 주 무대인 만큼 영화 역시 시종일관 편하고 친근하다. 등장인물 역시 주변 어디에서나 볼 법한 인물이라 정겹고 그들이 이야기가 곧 관객들의 이야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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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살갑게 안부를 묻는 친구에게 “너. 오늘 이상하다. 왜 그러냐?”라 되물으며 낯설어하고, 친구가 지각을 해도 너무나 쿨하게 이해해준다. 안부 인사 대신 “왜 이렇게 예뻐졌냐?”는 외모 칭찬으로 이를 대변한다. 이 모습이 현실의 여성과 너무도 닮아 몰입이 쉽다.
친근한 배경과 리얼하다 못해 진짜 같은 수다 삼매경, 현대의 여성을 닮은 주인공들의 모습이 영화가 아닌 여자들의 수다를 지켜보는 것 같게 만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 주제는 오랜 시간 카페에 죽치고 앉아도 할 이야기가 넘치는 여성들을 제대로 묘사하고 있어 웃음도 난다.
또한 남자들은 몰랐던 여자들의 은밀한 수다가 연이어 등장하기에 몰랐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도 여성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뭇 남성 관객들은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을 숨죽여 지켜보는 카페 주인아저씨와 헤어진 여자와의 추억을 위해 카페를 찾은 남자, 맥주를 마시고 쿨하게 사라지는 스님, 여자에 매달리는 정체불명의 남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베토벤 씨 등 주인공과 전혀 무관한 제3자도 등장하기에 오직 여성만의 시선을 담았다곤 볼 수 없다. 여성의 시선이 주가 될 뿐 이 시대를 사는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셈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