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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면 그를 찾는 곳은 더욱 많아진다.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그를 위해 서울 이태원동 진아기획 사옥을 최근 직접 찾아 만났다. 그의 집무실에 들어서자 책상 맞은편 커다른 액자 속 중년 여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태진아의 아내 이옥형 씨 사진이다. 1989년 최고 히트곡 ‘옥경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집사람도 자기 사진을 도대체 왜 걸어놓느냐고 부끄러워하는 데 내가 좋은 걸 어쩌냐. 하하. 아직도 난 애틋하다. 여전히 첫사랑 연애할 때 느낌으로 산다. 나하고 30년을 넘게 살면서 바가지 한 번을 안 긁은 사람이다. 올해 연말쯤에는 아내를 위한 노래 '옥경이2(가제)'도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다. '옥경이(옥형이)'는 곧 나다. 충분히 의미 있는 곡이다."
태진아의 '사랑타령'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얼마 전 발표한 그의 자작곡 제목이 '사랑타령'이다. 다만 그 역시 나이를 먹으면서 사랑의 의미는 점점 확장하고 있다.
"사랑? 별 것 아니다. 나이가 들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하는 때가 있다. 매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꽃이나 단풍이 갑자기 예뻐 보이고 남달리 의미를 두게 된다. 늘 곁에 있어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을 뒤늦게서야 깨닫는 것이다. 사랑은 늘 가까이 있다. 그 때 그 때 본인이 느끼는 의미가 다를 뿐이다."
그는 "봄날사랑은 꽃피는 사랑/ 여름사랑은 소낙비 사랑/ 가을사랑은 단풍잎 사랑/ 겨울사랑은 겨울비 사랑/ 메마른 가슴에 사랑비가 오네(중략·'사랑타령' 노랫말 中) / 주머니에 돈 떨어지니 친구마저도 나를 떠나가네"라고 노래했다. 단순한듯 하면서, 어렵다.
"바쁘게 돈만 쫓으며 살다 보면, 결국 나중에 친구조차 남지 않는다. 가는 청춘, 잡을 수 없지 않나. 세상천지를 다 준다 해도 우리가 지내온 세월을 돌이킬 순 없다. 그러나 노년에 맞는 추운 겨울비도 따스할 수 있다. 서로 사랑하고 나눌 때다. 작년은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은 해였다. 노래로 위로하고, '나누는 사랑'을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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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된다면, 이벤트성이 아닌 제대로 된 콜라보레이션 곡을 생각 중이다. 여러 후보가 있는데, 일단 지드래곤하고 잘 맞는다.(지드래곤은 과거 한 방송에서 노란색 재킷을 입은 태진아를 두고 "자신의 패션 멘토"라고 밝힌 적이 있다) '언제 한 번 같이 무대에 서자'더니 지금은 답이 없다. 하하. 일본에 공연 차 머물 때 시간이 맞으면 자주 봤었는데…. 내가 아주 예뻐하는 친구다."
유쾌한 태진아의 바람은 또 있다. 젊게 살려고 노력은 하지만, 전국 방방곡곡 무대를 떠돌며 만나는 어르신들 이야기에 점점 공감하고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또 어쩔 수 없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인삿말이 참 아리게 들린단다.
"어르신들도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영화 한 편 만들고 싶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같은 영화다. 수익은 중요하지 않다. 온 가족이 같이 보면서 울고 웃을 수 있는, 서로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이환경 감독과 의형제를 맺었다. 이 감독이 만들고, 나는 제작비만 지원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다."
태진아의 인생에도 봄 여름 가을이 있었다. 그 스스로 이제 겨울임을 안다고 했다. '사랑타령'이 누군가의 '메마른 가슴'을 적신다면 그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했다. 그것이 노래든, 영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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