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근사한 집도 있고 훈훈한 남편도 있는 완벽한 피아니스트 케이트(힐러리 스웽크 분)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진행된 파티에서 분위기를 띄울 겸 피아노 실력을 뽐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던 그가 달라졌다. 케이트의 연주가 무너지던 순간 그는 루게릭 병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다.
한 순간에 꼬일 대로 꼬인 인생에 우울할 만도 하지만, 케이트는 희망을 놓지 않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비록 상황이 악화되고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해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맞이한다. 그런 그 앞에 가수 지망생이자 간병인 벡(에미 로섬 분)이 등장하고 이때부터 서로 돕고 의지하며 제2의 인생 서막을 알린다.
자신을 환자가 아닌 그저 몸이 조금 불편한 언니로 여기는 벡이 좋은 케이트와 처음엔 귀찮았지만 점점 케이트에게 호감이 생기는 벡의 기막힌 동거(?)가 남자들의 의리 못지않다. 거기에 거친 세상을 향한 두 여자의 도전까지 담겨 파이팅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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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 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소재로 삼았지만 누구에게나 병, 아픔, 슬픔 등이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기에 충분히 이해된다. 병을 얻고 이전과는 180도 다른 생활을 하는 케이트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이 역시 사실적이며 정확한 변화를 끄집어내 더욱 빠져든다.
극과 극 성격의 두 사람이 만나 완전한 하나를 이룰 때의 감동은 배가된다. 이는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케이트와 천방지축이지만 심성은 고운 벡의 요상한 동거가 적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환자와 간병인으로 만난 이들이 이해하고 아끼면서 둘도 없는 절친이 되는 과정은 희망적이고 ‘환자와 간병인의 바른 예’를 보는 듯하다. 물론 현실엔 두 사람처럼 깊은 관계는 빈번할지라도 간접경험하는 재미가 있다.
루게릭 병 소식을 듣고도 좌절대신 남은 인생을 알차게 보내려는 케이트가 약보다 마음가짐이 더욱 강하다는 걸 알려준다. 거기에 서로에게서 영향 받아 변화를 맞이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여자들의 깊은 우정도 함께 전한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