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할리우드 스타일의 전쟁 영웅담이 국내에서도 통할지 행보가 주목된다.
최근 할리우드는 전쟁 영웅담에 빠졌다. 할리우드에서는 전쟁의 참혹함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한 개인이 전쟁을 겪으며 어떤 고통을 받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더 중요한 소재로 선정했다. 이 영화들이 1월 국내에 연이어 개봉한다.
지난 7일 개봉한 ‘언브로큰’은 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최연소 메달리스트 루이 잠페리니(잭 오코넬 분)의 인생사를 담았고, 지난 14일 개봉한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이라크 전에 참전해 공식적으로는 160명, 비공식으로 255명을 저격한 최고의 스나이퍼 크리스 카일(브래들리 쿠퍼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의 묘지에서 발견한 한 장의 편지에서 출발한 ‘워터 디바이너’는 오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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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언브로큰 포스터, 아메리칸 스나이퍼 포스터, 워터 디바이너 포스터 |
세 작품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화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말 그대로 ‘진짜’라는 점이다. 크리스 카일이 이라크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많은 것이 변해 오히려 집이 전쟁터 같이 느껴지는 비참함(‘아메리칸 스나이퍼’)도, 조슈아 코너(러셀 크로우 분)가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세 아들을 모두 잃고, 그 비통함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내를 봐야하는 절망(‘워터 디바이너’)도 진짜다. 자신을 이유 없이 괴롭히던 일본순사를 노인이 돼서 용서한 루이 잠페리니의 위대함(‘언브로큰’)은 관객을 감동시키기 충분하다.
그러나 실화가 관객을 얼마나 공감하게 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한국은 전쟁의 끔찍함을 그 어떤 나라보다 뼈저리게 겪은 민족이다. 전쟁을 겪은 이후 삶이 송두리째 바뀐 경험을 한 사람들이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세계 대전과 관련된 영화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국내 관객에게는 세계 대전이 지리적인 측면, 시대적 측면에서부터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거기다 ‘전쟁은 참혹한 것’이라는 당연한 주제에서 오는 지루함을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국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긴 어려울 것이다.
게 중에 다행인 것은 세 영화 모두 전쟁 자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관객은 루이 잠페리니를 통해 용서하는 법을, 크리스 카일을 통해 지독한 삶 속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조슈아 코너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다시 사랑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울 수 있다. 사랑과 용기 그리고 희망은 전 세계인 모두가 공감하는 감정이니 말이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