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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하는 것 같아요.”
배우 겸 감독 하정우(37)는 평범하고 안정적인 길만 좇진 않는다. 연기와 그림, 연출 등에까지 도전한다.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에 이어, ‘허삼관’으로는 연출과 연기를 함께 선보였다. 인간은 도전하면서 삶의 희열을 느낀다고 하는데, 하정우 역시 마찬가지인 듯하다.
“영화 ‘추격자’를 선택했을 때도 모두가 만류했어요. ‘히트’라는 드라마를 찍고 난 뒤였는데 주위에서 ‘왜 살인마 역할을 하려고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전 제가 재미있고 좋아하는 것을 택해요. 항상 ‘안전빵’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한 단계씩 올라가야 하는데 그 올라가는 명분이 새로움과 관련된 것 같아요. 성장의 욕구, 생존의 본능과 직결되는 거죠.”
욕심 많은 그는 새로운 도전에만 만족하지 않고, 준비도 철저히 해 선보이려고 한다. ‘롤러코스터’로 한 번 쓴맛을 본 그이기도 하니, 이번 연출작이자 출연작인 ‘허삼관’에는 얼마나 공을 들였겠는가. ‘허삼관’은 11년 동안 남의 자식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 허삼관(하정우)과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중국 소설가 위화의 작품 ‘허삼관 매혈기’가 원작이다.
하정우는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사전 준비 작업을 철저히 했다. “하루를 3일처럼 쓰자”는 다짐으로 몰두했다. 다행히 촬영이 들어가기 전 6개월간 사전 준비 작업이 끝나고, 콘티 수정 등을 거쳐 영화 전체 분량으로 40%를 테스트 촬영할 수 있었다. 사전 준비 작업을 해놔 연출과 연기를 나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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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호흡을 맞춘 하지원과의 연기도 돋보인다. 하정우에게 하지원은 캐스팅 1순위였다. 하지만 하지원은 처음에 거절하려고 했다. 거절하려고 만난 걸 눈치챈 하정우는 설득했다. 물론 억지로 꾸미지 않았고, 솔직하게 내보였다. 대답은 당연히 ‘OK’였다. 드라마 ‘기황후’로 10개월간 주 5일 거의 밤을 새워 녹초가 되고, 걷는 건지 뛰는 건지 모를 정도로 비몽사몽 했는데 힐링 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하지원이니, ‘허삼관’을 잘 선택했다는 다른 말이다. 현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런 현장이 또 있을까’라는 분위기였다”는 게 출연한 배우들의 말이다.
하정우는 배우 생활하면서 다른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들을 지키고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사소한 것들을 지키고 챙기려고 했어요. 제때 밥 먹고, 약속시간 잘 지키는 등 기본적인 것들이었죠. 뭐.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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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출작의 흥행 부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을 테니 ‘롤러코스터’ 배우들과 다시 호흡을 맞추는 걸 원하진 않았을까.
하정우는 “한 명이라도 더 함께하려고 노력했다”며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한계점에 대해서도 넌지시 언급했다. 혼자 모든 걸 책임지는 것과 여러 관계가 있는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 작업은 다르다는 의미다. 그는 “그래도 스태프들은 조명과 미술 부분을 빼고는 거의 다 함께했다”며 “(‘롤러코스터’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정)경호한테는 맡길 게 없었다. 스타일이 도시적이라서”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롤러코스터’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작품이 있기에 ‘허삼관’이 존재한다. 과정과 단계”라고 강조한 하정우는 ‘허삼관’의 성공 기준을 뭐라고 생각할까.
“당연히 상업영화니까 관객 동원이라는 수치적인 성공도 중요해요. 하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공은 또 다르거든요. ‘허삼관’이란 영화를 바탕으로 제가 더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모든 것이 지나고 나서 저에게 남겨진 것들을 보면 성공인지 실패인지 알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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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