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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드라마’ 서경 役, 음치에서 막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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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워 보이지만, 또 따뜻해 보이는 홍은희와 굉장히 닮아 있는 듯 했다. 이에 대해 홍은희는 “사람에게는 모두 양날의 칼날이 있지 않은가. 겪지 않으면 모르는 거 같다. 나 역시 차갑게 보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보통 아줌마 같은 구석도 있다”고 말하며 수더분한 표정을 지었다.
극 중에서도 홍은희는 과감하게 자신을 벗어던진다. 그는 음치와 막춤으로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엄숙한 분위기의 성당에서 음치로 관객들의 배꼽을 잡는 장면이다. 홍은희는 이 장면에 대해 “사실 음이 자꾸 맞는다”고 말하며 웃어보이다가 “몇 가지 버전이 있다. 화음을 넣기도 하고 삑사리를 넣기도 하는데, ‘한 음도 맞게 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장면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느껴졌다.
“‘멜로드라마’, 한 번 보고는 알 수 없는 작품”
‘멜로드라마’는 펠리시안 롭스의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과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키스’, 두 그림이 작품의 상징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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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드라마’는 한 번 보고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함축적인 장면이 많다. 보는 관객에 따라서 해석이 다를 수도 있다. 홍은희는 “사실 작품 안에서 부부가 같을 말을 하고 있는데 서로는 모르는 부분도 많다. 극의 재미도 재미지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배우, 무대에 올랐을 때 가장 행복하더라”
홍은희는 무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 긴장감을 안고 있었다.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설레고, 가슴 뛰는 긴장감이었다. 그는 “연극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 물론 두렵고 부담은 있었지만, 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며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이렇게 오랜만에 무대에 설 줄 몰랐다”고 심정을 드러냈다.
무대에 오른 홍은희는 보면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싶다. 홍은희는 “연기할 때 스스로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배우들 무대에 오른 모습을 보면 오로지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대에 오른 배우가 가장 행복하지 않은가. ‘내가 오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사로 잡힌다”고 털어놨다.
“감정, 무대에 설 때마다 달라진다”
홍은희는 ‘멜로드라마’의 대사가 매일 다르게 가슴에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이 어떻게 의무가 될 수 있겠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는데, 매일 바뀌는 것 같다. 사랑에 의무가 따라야할 거 같기도 하다”며 “작품 속 대사가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공감이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홍은희는 “작품이 매일 다르게 다가온다. 고민할수록 깊이가 생긴다. 무대 설 때마다 설레고, 기대된다. 매번 만족되는 신도 다르고”라며 “매번 감정이 달라서 가슴이 요동칠 때도 있고, 차디찬 겨울처럼 냉정해질 때도 있다. 연습할 때 잡았던 선을 지키려고 한다”며 감정에 대한 부분을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첫 무대, 마치 벌거벗을 느낌”
홍은희는 소극장 공연에 대해 “작아서 더 긴장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카메라는 나를 가리는 방패가 있다고 하지만, 무대는 다르다. 첫 무대는 마치 벌거벗을 느낌이었다”며 “회차가 거듭될수록 사이즈를 줄여간다”고 말했다.
‘멜로드라마’에서 홍은희는 개인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홍은희는 “빨간 드레스만 빼고 다 제 옷이다. 옷이 편안해야 작품도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요즘에는 옷을 봐도 서경과 어울리는 의상을 보게 된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홍은희는 “어떤 색으로 표현되는 것도 좋지만, 색에 갇히는 것보다 질감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거칠면서 부드러운?, 만져봐야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배우로서의 바람을 드러냈다.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놓는 홍은희의 표정은 밝아 보이면서도 심도가 느껴졌다. 오랜만에 오르는 작품이기에, 적잖은 고민이 있다고 했지만, 마치 먼 길을 돌아 제자리에 온 느낌이다. “무대에 올랐을 때 가장 행복하더라”라고 말하는 홍은희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에게서 배우로서의 열망, 고심, 희열이 홍은희의 얼굴에는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 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