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마미’와 ‘아이 킬드 마이 마더’를 본 관객들은 알겠지만 유독 자비에 돌란 감독은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관심이 특별하다. 지난 2014년 12월18일 개봉한 ‘마미’는 ADHD 증후군인 아들과 너무도 자유로운 엄마, 그리고 조용히 이 모자지간에 흡수된 이웃을 통해 결핍으로 가득 찬 이들이 만나 하나 될 때 비로소 완전체가 된다는 우정 같은 사랑을 담아냈다.
“엄마 우리 여전히 사랑하지?”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게 사랑이잖아” 등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의 당연한 사랑을 자비에 돌란 감독의 시선에 맞춰 더 감각적이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때문에 전작에 비해 대중성을 지녔고 좀 더 쉽게 영화에 다가갈 수 있었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 역시 자비에 돌란 감독이 바라본 엄마에 대한 매우 사실적인 시선이 담겨있다. 다만 ‘마미’와 달리 애정이 아닌 애증의 관계로 이보다 더 살벌하고 자극적일 순 없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여 헤어짐의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그 사랑을 깨닫는다”라는 문구로 영화는 시작된다. 너무도 당연한 대사가 순조로운 시작을 예고하지만 사실 내가 엄마를 죽였다는 제목의 풀이처럼 충격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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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탈과 후레르트 모자는 10분 이상 대화가 진행되면 버럭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에 들지 않음을 강조하고,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보통의 모자지간을 조금은 과장한 듯 하지만 꽤 현실감이 높다.
엄마와의 활동 자체를 거부하는 아들, 대놓고 엄마가 너무 싫다고 고백하는 아들, 엄마가 싫은 점을 1초의 망설임 없이 말하는 아들을 보고 있자면 ‘불효자’가 따로 없다. 그러나 강조는 됐을지언정 현실 속 모자지간과 닮아 무시할 수 없고 덕분에 자아반성의 계기까지 생긴다.
뚜렷하고 특징이 담긴 문체와 상황, 인물관계는 16살에 쓴 시나리오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거기에 애증관계로 모자간의 특별한 사랑을 돌려 강조했다는 점이 신선하고, 사춘기 무렵인 16살이 느낄 수 있는 불안, 사랑, 인간관계, 우정, 반항까지 균형 있게 묘사했다.
보는 내내 불안하고 언제 또 버럭할지 몰라 긴장되지만 오히려 리얼하고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져 이 모자의 버럭을 기다리게 된다. 오가는 버럭 속 싹튼 애정이 훈훈한 해답을 내놓으며 미워도 우리엄마, 싫어도 우리엄마임을 느끼게 만든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