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강기영입니다. tvN 드라마 ‘고교처세왕’에서 조덕환 역할, OCN ‘리셋’에서 의무과장 역으로 인사드렸었어요. 이제 곧 MBC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로 다시 시청자 분들에 인사드리게 됐고요. 자, 저의 진지한 모습은 여기까지.(웃음) 제가 원래 성격이 마구 풀어헤치는 스타일이에요. 회사 대표님께서 지금 노심초사하고 계실 텐데.(웃음) 하지만 제가 뻔하고 형식적인 대답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만큼 솔직하고 재밌는 인터뷰가 될 거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아. 그런데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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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처세왕’, 제 성격 빵 터진 작품
이제 곧 시작할 ‘빛나거나 미치거나’에 합류하게 됐어요. 캐릭터는 이덕화 선생님의 아들 왕풍 역인데요. 주인공 장혁 씨의 먼 사촌 지간이고, 간단하게 말하면 주인공을 못 살게 구는 역할이에요. 욕은 많이 먹을 것 같은데,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서 욕 많이 먹고 싶어요.(웃음) 아직은 제가 등장하는 신의 대본이 안 나와서 이덕화 선생님 대본을 공부삼아 보고 있어요. 아들 역할이니까 이런 뉘앙스이겠거니, 하고 열심히 보고 있죠.
제가 사실 ‘고교처세왕’에서 고등학생 조덕환 역할로 나온 게 32살 때였거든요.(웃음) 제 파트너 오태석 역을 맡은 (이)태환이와도 무려 띠동갑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죽이 척척 맞았냐고요? 동갑이니까. (‘띠’는 생략합시다.) 솔직히 오디션 볼 때만 해도 ‘설마 시켜주겠나’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러다 어떻게 감독님께서 예쁘게 봐주셔서 됐더라고요. 하키 소재가 드라마에 있는데 제가 하키 선수 출신이니 그 점을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물론, 생각보다 하키 신이 많진 않았지만.(웃음)
‘고교처세왕’은 제 성격이 그냥 빵 터진거죠. 대사들이 거의 다 애드리브였을 정도니까요. 조덕환이라는 역할이 제게 정말 잘 맞는 옷이기도 했고, ‘고교처세왕’ 한 사람들끼리는 ‘연극 고교처세왕’을 한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로 분위기가 똘똘 뭉쳐있었거든요. 감독님이 정말 편하게 해주셨어요. ‘너 한 번 해볼 대로 해 봐라’고 풀어놔주신 거죠. 저는 드라마에서 이렇게 편안한 느낌을 받은 건 정말 처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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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디오르골엔터테인먼트 |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함께 찍은 태환이와 (서)인국 씨도 한몫 해줬죠. 개구쟁이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사실 보시면 2회까지는 서로 어색한 게 조금 묻어나거든요. 중반 즈음부터 급격하게 친해져서 서로 애드리브를 주고받으면서 재밌게 했어요. 그만큼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학생1, 정보원1 같이 이름이 없었거든요. 그 와중에 1은 지켜냈지만.(웃음) 배역 이름도 처음이니 얼마나 각별한 작품이겠어요.
◇ 하키선수 그만둔 후 찾아온 방황, 그 끝에 만난 연기
아, 하키선수 출신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셨다고요? 사실 오래 했어요. 중·고등학교를 하키로 보냈으니까. 고등학교 때 운동을 그만 했는데, 제가 정말 왜소한 체구였거든요. 많이 말랐었는데 그 체격 차이를 극복할 자신이 없었어요. 의욕이 있으면 했을 텐데, 그 때에는 버틸 힘도 없었던 거예요. 그렇게 그만두니 운동부 친구들과만 어울리던 생활도 달라지게 됐고, 학교에 영 적응을 못하겠더라고요. 고등학교도 그만 두게 됐어요. 방황 좀 했죠, 제가?(웃음)
그러다가 고등학교 졸업장을 검정고시로 따고 나서야 진로를 생각하게 됐어요. 원래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연기에도 관심이 많고 해서 그림으로 갈까, 연기로 갈까, 다시 체육을 할까 고민을 했죠. 그랬는데 재밌는 건 뭔지 아세요? 저희 아버지께서 자신도 대학교에 연극영화과로 입학했다가 전과한 거라고 제게 고백하신 거예요. 그걸 저는 그때야 알았다니까요. 아버지가 연극영화과였다니. 비록 아버지께서는 표준말이 연기의 기본인 시대에 부산 사투리를 극복하지 못하셔서 결국 연기자의 꿈을 접으셨지만.(웃음) 무튼 저는 정말 신기했어요. 운명인가 싶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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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고교처세왕/리셋 방송 캡처 |
사실 대학생활 때에도 열심히 하진 않았어요. 노는 게 좋았고, 솔직히 학교 작품에서는 친구들이 제가 하고 싶었던 역할을 그냥 시켜줬거든요.(웃음) 그러다 휴학을 한 뒤로 욕심이 생겼어요. CF로 시작했는데 그 과정까지가 정말 힘들었던 게 기억나요. 사기꾼들도 많이 만나고 고생도 많이 했죠.
사실 그 때 하도 당해서 이후로 달콤한 말은 절대 안 믿게 됐어요. 괜히 휴학 했나 후회도 했고요. 이렇게 험난한 세상인지 몰랐으니까요. 그러다 ‘해보자’ 싶어서 제 프로필 돌리려고 직접 지도 인쇄해서 번지 수 보고 에이전시를 찾아다녔어요. 하도 많이 돌아다녀서 에이전시 직원들과 친해질 정도였죠. 그렇게 얼굴 비치다보니 CF도 하나 둘 씩 들어오게 됐고요. 이 부분은 정말 자신할 수 있어요. 노력 많이 했다는 걸요.
◇ 불편한 걸 편하게 만들어야 비로소 제 것이 되죠
데뷔 작품인 연극 ‘나쁜 자석’은 프로덕션에 있는 선배가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신 거였어요. 연극계에서는 남자배우들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연극 중 하나인 작품이었는데 전 그것도 잘 몰랐죠.(웃음) 그래서 ‘하지, 뭐’하고 시작했는데, 그렇게 연극을 시작하게 됐죠. 연극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드레싱’이라는 3인극 작품은 29살 최고령 연습생이었을 때 출연했어요. 29살 연습생, 상상이 가십니까?(웃음) 아마 제가 최고령이었을 거예요. 그 때, 훈련을 받으러 연습생들이 지금의 회사 대표님께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전의 회사를 나오고 나서 감사하게도 대표님이 다시 불러주시더라고요. 그리고 발성부터 다시 배웠죠. 제가 주로 광고를 했었는데, 광고는 과장되고 유쾌한 면만 보이는 게 있거든요. 지금 대표님에게서 심오하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된 거예요.
사실 평소에 기본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발성, 발음, 호흡과 같은 기초를 잘 모르다가 대표님을 만나고 스파르타로 다시 배웠는데, 그게 정말 재밌더라고요. 당시에는 기본기가 없으니 자꾸 다른 것으로 꾸미려다 보니까 잔제스처, 과장된 동작들이 몸에 벤 상태였어요. 그런 걸 많이 내려놓게 됐죠.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는’ 연습을 하기도 했죠. 정말 제게는 어려운 거였어요.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비로소 기본기를 쌓고, 안 좋았던 연기 버릇들을 많이 쳐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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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디오르골엔터테인먼트 |
‘리셋’의 진지한 의무과장 역할은 정말 불편했어요. ‘감독님이 날 왜 뽑았지’ 싶을 정도로 저와 느낌도 다르고 정반대 캐릭터였거든요. 그런데 그 불편함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진한 역할에서 오는 절제된 연기를 다시금 몸에 익혔고요. 이런 진지한 역할도 못 입을 옷은 아니구나, 라는 걸 깨달았죠. 전 개인적으로 ‘어려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배우려면 다른 색깔도 많이 해봐야죠. 예를 들어 이런 거예요. 사극인데 ‘리셋’ 안의 의무과장 같은 캐릭터.(웃음) 낯선 사극의 말투나 발성 속에서 시종일관 진지한 연기. 처음 해봐서 정말 어색하겠죠. 그렇지만 그걸 지나야 편해지게 되는 거고, 불편한 것이 편안해져야 제 것이 되는 것 같아요. 좀 넓게 보고 싶은 거죠.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있는 거고.
◇ 2015년의 목표요? ‘잘 보여야지’ 아닌 ‘날 보여야지’
저의 장점 중에 하나가 거부감이 없다는 거예요. 광고, 드라마, 영화 스타일이 다 다른데, 무언가를 정해놓지 않고 흡수하는 편이거든요. 그럴 때 보면 학교에서 열심히 안 하고 나온 게 다행이다 싶을 때도 있고요.(웃음)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백지에서 더 빨리 그림 그린다는 거요. 제가 원래 필터를 없애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무슨 생각을 많이 하거나 배웠으면 그만큼 많이 갇혔을 것 같기도 해요.
2015년은 어떨 것 같냐고요? 사실, 스스로 굉장히 기대가 되는 해에요. 자신감이 좀 생겼다고나 할까. 2014년에는 ‘잘 보여야지’가 목표였다면, 2015년의 목표는 ‘날 보여야지’에요. 그만큼 많은 기회를 잡고 싶고, 제가 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편하게’ 만들어서 제 것으로 만들고 싶고요. 열심히 해야죠. 이제 막 시작했는데, 뛸 일만 남았지 않겠습니까?(웃음)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