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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음원협동조합(이하 바음협)이 선순환 구조의 음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복안을 내놓았다. 바음협은 지난 14일 서울 신사동 압구정예홀에서 토론회 ‘뮤생’을 개최하고 새로운 플랫폼 개발, 뮤지션 의식 개선, 대중 의식 개혁, 지역 음악 활성화 등을 통한 올바름 음원 생태계 조성 방안을 설명했다.
신대철 바음협 이사장은 이날 “음악은 더 이상 돈 내고 사는 물건이 아니다. 음악을 소장하는 것이 아닌 소비하는 시대가 됐다. 바음협은 음악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공정한 플랫폼을 만들어, 올바른 음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출범했다”고 토론회를 개최한 배경을 밝혔다.
신 이사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싼 물건은 음악”이라며 가격 분배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분배 문제를 먼저 지적했다. 음원을 공급하는 플랫폼을 소유한 회사가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 잡아, 음악이 그들의 설계대로 배포되고 제작자 보다 판매자에게 수익이 많이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또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값을 제시하며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음원서비스 가격이 턱없이 낮다고 꼬집었다. 커피값은 2500원~6100원까지 분포돼있다. 음원사이트를 통한 무한 스트리밍 이용료는 3000원 대다.
신 이사장은 최근 열풍을 일으킨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언급하며 “매출이 100억 원에 이른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분명 오보일 것이다. 만 원짜리 씨디가 백만 장 팔려야 100억이다. 절대 그런 수치가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바음협 신건웅 이사가 제시한 음원 매출 분배 요율에 따르면 음원서비스 플랫폼사에 40%, 권리자(제작자, 실연자, 뮤지션)에 60%가 돌아간다. 권리자 몫 중에서도 대리인 1차 정산, 음원유통 수수료를 제한 뒤 제작자에게 2차 정산을 하고 나면 뮤지션에게 실제 입금되는 건 35.2%다. 결국 플랫폼 회사 보다 적은 몫을 갖게 된다. 물론 유통사, 제작사와의 계약 관계에 따라 유동적이다.
음원 유통구조는 음반제작자, 음원유통사, 서비스플랫폼를 거쳐 음원이 발매(저작권 등록, 실연권 등록) 소비자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권리자란 음악 저작권자, 저작물의 실연자, 음반제작자를 뜻한다. 다만 실연자나 제작자는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인접권자로 보호된다.
신 이사는 “유통사의 몫이 많다는 지적이 아니라 유통사가 과연 권리자가 되느냐가 문제다. 음원플랫폼과 유통사는 같은 회사라는 점에서, 온라인음원사이트 플랫폼 4개사(멜론, 벅스, 지니, 소리바다)가 시장의 90%를 점유했다는 것은 제작사가 죽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음원 수익을 플랫폼 회사가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제작사는 제작사(死)가 되고 만다. 대형유통사와 친한 대형제작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의 음원 매출 분배 요율은 불합리하다는 뜻이다.
해당 자료에 따라 음원 플랫폼 측의 단품스트리밍 이용료 12월을 배분하면 다음과 같다. 7.2원이 권리자에게 정산된다. 저작인접권 5.28원, 저작권 1.2원, 실연권 0.72원 등이다. 문제는 무제한 스트리밍이다. 무한 스트리밍은 대량 소비를 이끈다는 이유로 할인 제공돼 6원이다. 이 중 3.6원이 권리자에 배분된다. 저작인접권 2.64원, 저작권 0.6원, 실연권 0.36원이다.
단품다운로드의 경우 600원이며 권리자에 360원이 정산된다. 저작인접권 264원, 저작권 60원, 실연권 36원이다. 역시 묶음 상품이 문제다. 묶음다운로드는 150~300원으로 책정됐는데 권리자에 90~180원이 돌아간다. 저작인접권 66~132원, 저작권 15~30원, 실연권 9~18원이다.
신 이사는 “플랫폼사는 한 명 회원이 한 달 평균 1000회 스트리밍을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묶음 다운로드 상품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할인해주자는 의도를 갖고 있다. 묶음 상품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할인이 문제”라며 “너무 저렴하다. 지금 가격은 판매자 입장에서 정해졌다. 재론의 여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권리자 입장을 생각해 적정 기준을 찾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신대철 이사장은 대안으로 공정한 플랫폼 개발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요체는 ‘소셜 아톰(Social Atom)’이다. 그는 “사회적 원자화 이론을 바탕으로 플랫폼 개발을 준비 중이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아이디어를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개인이 자신의 음악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해외에서 케이팝(K-POP)에 대한 열기가 굉장하다. 교민들은 한국 음악 구입처를 찾지 못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해외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고 말했다.
신건웅 이사는 또 뮤지션 및 예비 뮤지션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음원 정책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변화 의지 박약을 문제삼았다. 신 이사는 “기성뮤지션과 예비뮤지션 모두 지금부터라도 음원 정책을 배우고 제도 개선에 적극 동참히야 한다. 인적 자산이 가장 중요하다”며 “앞으로 꾸준히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학의 실용음학과 등을 찾아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뮤지션 뿐만 아니라 대중의 의식 개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이사는 “음원 가격이 올라도 대중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없다. 플랫폼사가 주장하는 소비자 이탈 현상이 실제로 발생하면 큰 문제다”면서 “뮤지션과 대중 간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레스토랑에서는 음식을 먹으면 세 달 동안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쿠폰을 준다. 말이 안 되는 현상이다. 대중들에게도 그들이 어떻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며 “음원 가격이 조금 올라도 다른 물가에 비하면 결코 비싸지 않다. 대중의 동조를 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역 음악의 활성화를 위해 조합 차원에서 교류의 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 이사는 “부산, 대구에서 토론회를 열었을 때, 그들은 음악생활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서울의 홍대로 오는 게 최대 목표더라. 그러나 절대 홍대가 해답이 될 수 없다”며 “그런 막연한 생각 대신 지역마다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음악이 발전해야 한다. 소비자가 접하지 못하는 좋은 음악이 매우 많다. 방송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지역의 좋은 음악이 소비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바음협 고문으로 선임된 래퍼 MC메타는 “현재 음원 생태계는 뮤지션들이 창작활동을 하기에 터무니없이 어려운 환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음악에 대한 큰 관심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조합원 등록을 적극 권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