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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아이들의 연기가 귀여웠다. 순수한 아이들의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들이 등장했을 때는 깜짝 놀랐다. 앙증맞은 소녀 이레와 이지원, 소년 홍은택은 어른들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12월31일 개봉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이하 개훔방)’이다. 하지만 한국영화 시장의 독과점이라는 높은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한국영화 시장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개훔방’을 배급한 리틀빅픽처스 엄용훈 대표는 14일 SNS에 대표직을 사임했다. 리틀빅픽처스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영화 투자배급 환경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2013년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주요 한국영화제작사들이 참여한 배급사다. 삼거리픽쳐스의 엄 대표가 이 투자배급사의 초대 대표를 맡았다.
엄 대표는 이날 “저는 이제 그 동안 한국 영화산업의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하여 건강하고 공정한 경쟁관계를 조성해 보자는 취지로 제작자들이 모여 2013년 6월에 설립하여 1년 반 동안 무보수로 대표직을 수행해 왔던 한국영화 배급사 리틀빅픽처스의 대표직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설립작으로 배급한 영화 ‘소녀괴담’의 작은 성공이 있었지만, 영화 ‘카트’에 이어 ‘개훔방’의 흥행 실패는 오로지 저의 무능함이었음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훔방’은 지난해 12월31일 언론 및 시사회 관객의 호평과 응원을 받으면서 많은 기대를 안고 개봉을 했지만, 연말연시라는 가장 치열한 박스 경쟁 시기에서 정상적인 수준의 1/3 정도의 개봉관 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그나마 받은 상영관은 조조 시간대와 심야 시간대가 주를 이루는 등 가족영화 장르로서는 매우 치명적이고 안타까운 상항에서 개봉을 시작했다”고 아쉬워했다.
엄 대표는 “사실 어려움이 만만치 않으리라 짐작했었지만, 영화의 힘과 우리의 진정성으로 도전한다면 큰 성공은 못하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개봉을 진행했다”며 “생각해보면 저는 많은 분들께 크나큰 죄를 지었다. ‘개훔방’ 제작자로서 관객 여러분께는 영화를 골라볼 수 있게 한다는 현재의 멀티플렉스 시스템에서도 불구하고 먼 길을 찾아 다니면서 보게 해야 하는 불편과 수고를 끼치고 말았다”고 미안해했다.
그는 “이 작품에 용기와 응원의 마음으로 투자를 결정해 주셨던 투자자에게 경제적으로 큰 손실과 큰 시름을 겪게 했다. 이 글을 통해 영화를 제작한 부덕한 제작자로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서울영상진흥위원회 부위원장 등 영화와 관련한 대외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모든 직을 내려놓고 영화 제작자로서의 본분만 지켜나가겠다. ‘개훔방’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위해 꺼져가는 불씨를 조금이라도
한편 ‘개훔방’은 사라진 아빠와 집을 되찾기 위해 개를 훔치려는 열살 소녀의 기상천외한 도둑질을 그린 휴먼코미디다. 22만여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일부 관객들이 상영관 확보를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응원을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