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배우 김도현은 유쾌했다. 뮤지컬 ‘유럽블로그’의 온종일처럼 능청스러우면서도 무겁지 않게 자신의 뜻을 확고하게 전했으며, ‘셜록홈즈’의 홈즈처럼 냉정하게 역할을 꿰뚫어볼 줄 알았다. 김도현은 무엇보다 ‘배우’라는 이름에 진지했다. 그는 자신 이름 앞에 수식어처럼 붙는 ‘배우’라는 두 글자에 객관적이었고, 냉철했다.
“나? 차선책의 에이급 배우”
김도현은 능수능란하게 무대를 활보하며 관객들을 사정없이 흔든다. 마치 무대 위 공기를 감지하고 관객을 움직이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 대해 ‘차선책의 에이급 배우’라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을 ‘품질 좋은 사은품’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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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하고 마는’, 트렌드를 따르는 배우가 아닌, 김도현은 오래도록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가 되는 것을 지향했다. ‘어떤 배우의 작품을 볼까’하는 마음에 ‘김도현’이라는 이름이 ‘확신’으로 거듭나는 것에 힘을 두고 있었다.
“너무나 다른 캐릭터 온종일과 홈즈”
김도현은 ‘유럽블로그’에서 능청맞은 연기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다가도 ‘인생’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셜록홈즈:앤더스가의 비밀’에서는 천재 탐정가 홈즈를 자신 만의 색깔로, 재창조 했다. 너무 다른 캐릭터를 동시에 표현하는 것에 대해 김도현은 “오히려 너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어렵지 않다”고 시원하게 답했다.
‘유럽블로그’ 온종일 역할은 김도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는 “캐릭터를 보고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무대 위에서 즐기고 관객들과 노는 생각으로 재밌게 하고 있다”고 말하며 온종일처럼 짓궂게 웃어 보였다. 극 중 온종일은 사과머리로 자유롭고 개성 있는 느낌을 자아낸다. 이는 김도현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사과머리는 마치 김삿갓의 상투 같지 않나. 온종일은 김삿갓처럼 왔다갔다하는 허허실실 캐릭터”라며 같은 캐릭터라도 ‘김도현화’ 시키는 면모를 드러냈다.
작품 속에서 김도현의 애드리브가 불이라면, 관객들은 그 불을 타게 하는 기름 같은 존재였다. 그는 관객들의 호응이나 반응을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자신의 작품에서 또 다른 표현으로 이끌어냈다. 그야말로 ‘공연의 묘미’를 한껏 끌어 올린다. 보는 관객들 역시 더 없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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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 중년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 김도현이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은 뭐일지 궁금해서 물어본 말에 그는 “마음속으로 중년을 준비하고 있다” 답했다. 중년의 남자, 아빠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날 기대에, 왠지 표정도 벅차 보였다. 그는 “남자 배우는 40대가 본 게임이다. 30대에 어떻게 했는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30대 길을 걷고 있지만, 걸어온 길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만족한 말투였다.
“세상에 수많은 직업이 있지만, 배우처럼 실력과 능력, 성공확률이 비례하는 직업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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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의 단면이 아닌, 보이지 않은 단면에 대해 김도현은 “쉽지 않다”며 무대를 즐기는 배우로서의 김도현의 모습과 인간적인 모습을 동시에 비추었다. 그는 ‘배우’라는 이름에 객관적으로 다가려는 듯 했다.
“2014년, 뜻 깊은 한 해”
김도현은 “작품 만 6개 했다. 이렇게 많이 한 적은 처음이다. 공연 만 6작품이지 촬영에 콘서트도 했다”며 “‘셜록홈즈’와 ‘유럽블로그’처럼 작품 겹치기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김도현은 2014년도에 딸을 만났다. 그는 휴대폰으로 딸의 얼굴을 보이며 아빠 미소를 머금었다. 무대 위에서는 ‘배우가 아니었을 어쩔 뻔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 냄새가 짙었지만, 딸을 지그시 바라보는 표정은 또 색다르다.
앞으로도 공연을 실컷 하고 싶다고,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면 밤을 새도 모자란다고 밝히는 김도현. 그가 준비하고 있는 중년은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관객들과 함께 세월을 공유하는 김도현의 이름에 드는 확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 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