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아이에게 권력을’이 실험 예능의 가능성을 보이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달 24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4회분의 파일럿 프로그램인 ‘아이에게 권력을’은 스타 부모와 자식들이 입장을 바꿔 생활하는 5일 간의 기록을 다룬다. 이를 통해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권력이 어떤 것인지 진정한 의미를 전하고자 한다. 실험에 참가하는 가족들은 청학동 훈장님 김봉곤과 두 자녀인 자한, 경민, 이윤성-홍진호 부부와 두 딸인 세라, 세빈, 배우 임승대와 아내 박민희, 두 자녀인 린과 휘가 주인공이다.
프로그램은 예능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다. ‘모든 권력은 아이들이 갖는다’는 명제 하나만 주어질 뿐, 제작진은 5일 동안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는다. 아무런 준비 없이 권력을 갖게 된 아이들은 혼란에 빠지고, 형제들이 권력을 가지기 위해 난투극을 벌이거나 부모들과 대립을 벌이는 모습이 그대로 등장한다. 마치 부모에게 쌓아왔던 것들을 복수하는 듯한 아이들의 모습은 때때로 위태롭게까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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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임승대 부부는 아이들이 권력을 갖자마자 할부를 마다 않고 휴대폰부터 결제하는 모습에 기가 막혀 한다. 딸 세라와 신경전을 벌이는 이윤성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김봉곤은 처음에는 아이들을 조종하는가 싶더니 아들 경민이의 일탈에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이들의 실험 과정들이 오히려 진정성을 갖추는 것에 한몫하고 있다. 제작진의 개입이 최소화된 탓에 인위적인 웃음이나 예능적 요소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함께 살면서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부모와 자식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과 권력이라는 보호막이 생기자 숨겨왔던 섭섭함이나 생각들을 하나 둘씩 꺼내는 아이들의 말들은 얼마나 부모 자식 간의 생각이 다른지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에 대해 정민식 PD는 “날 것 그대로 보여줘야 더욱 실험의 의미가 전해질 수 있을 것이라 봤다”며 “우리는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나 뜻 없이, 단순히 실험을 진행한 것 뿐이다. 이 실험을 통해 일을 겪고 깨달음을 얻어가는 부모와 아이들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이나 살벌한 부모-자식 간의 신경전 등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하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관점이 다른 것 같다”며 “사실 형제들과 자라오면서 안 싸우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나. 그런 가족들과의 갈등은 누구나 다 겪는 과정이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모습들이 더욱 공감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 PD의 말대로 아이들은 갑작스럽게 주어진 자유와 힘에 휘둘리면서 조금씩 깨달음을 얻고 있다. 누가 말로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5일 간의 실험을 통해 아이들은 권력이라는 것은 책임의 또 다른 말이며,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는 이치를 천천히 알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일상에서 그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보이고 있으며, 조금씩 책임을 지려고 움직임을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어른들 또한 다시금 권력과 책임에 대한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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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부모 자식 간의 소통법이나 이해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되짚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프로그램 속 실험은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철칙을 잊기 쉽다는 것을 꼬집는다. 분명 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 보면서 반성하고 깨닫는 점이 많을 법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자체를 하나의 실험으로 만든 과감성은 그야말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예능적인 요소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에도 불구,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했다는 점도 분명 아이템의 제약이 많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추구하는 케이블 방송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규 편성에 대해 정민식 PD는 “아직은 논의된 바 없다. 처음부터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정규 편성을 논의할 단계는 아직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험 예능의 가능성을 보인 ‘아이에게 권력을’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은 분명 좋은 징조다. 이에 과연 ‘아이에게 권력을’이 파일럿 신분을 벗고 정규 편성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아이들에 권력을’은 오는 14일 오후 11시에 4회를 방영할 예정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