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의 순위는 누가 정하고, 기상천외한 주제는 어떻게 정하는 걸까. 또 그 방대한 양의 자료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이하 ‘고소한 19’)는 시사·교양프로그램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를 아는 이는 많이 없다. 카테고리 제목과 오고가는 사담, 그 중심의 강용석 MC가 철저하게 예능의 공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면을 따져보면 분명 교양프로그램이다. 방대한 자료조사의 흔적, 인터넷을 뒤져도 나오지 않을 법한 비밀들, 때로는 군사기밀까지도 들춰내니 말이다.
이처럼 ‘고소한 19’는 보다보면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을 만큼의 기상천외한 주제와 조사, 지식들이 포함돼 있다. 시사프로그램인데도 마치 토크쇼처럼 진행되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분명 있을 터. 이에 ‘고소한 19’ 김도형 PD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 문답을 나눠봤다.
◇ 기상천외한 주제, 어떻게 정해지나?
김도형 PD는 “100회가 넘다 보니 어떻게 주제를 선정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며 “타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뉴스, 잡지, 인터넷 게시판, 드라마, 영화 등 소스가 될 만한 것은 다 뒤져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분명 ‘고소한 19’는 달라 보인다. ‘세기의 결혼식’ ‘유전의 모든 것’ ‘우리를 위협하는 신종질병’ ‘로또 당첨의 비밀’ 등 궁금하면서도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다루지 않을 것 같은 주제들만 쏙쏙 뽑아내기 때문. 그 이유에 대해 김 PD는 “제작진과 MC 강용석의 성향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PD는 “음모론, 오타쿠(마니아), B급 문화 등 관심 분야들이 있는데, 이런 성향의 소유자들이 뭉치니 주제를 뽑을 때에도 성향이 드러난다”며 “타 교양프로그램들에서도 다룰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룰 때에도 ‘교양스럽지 않은’ 제목들을 택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6시 내 고향’에서 스위스 루체른의 프랑크 아저씨 얘기를 다룰 순 없지 않냐. 그렇듯 우리는 전세계 얘기와 우주 얘기까지 다룰 수 있다는 ‘아이템 제약의 최소화’가 시청자들에 더 재밌게 다가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왜 하필 19?…“느낌 아니까”
‘고소한 19’는 모든 것이 ‘19’라는 숫자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한 주제에 대한 19개의 순위를 매기고, 이에 따른 19개의 소주제가 진행된다. 예를 들어 ‘복고문화 BEST’가 한 회의 주제라면 ‘00빵’‘명곡 LP’‘영화&음악 리메이크’ 등이 소개되는 식. 왜 하필 19라는 숫자에 프로그램은 ‘집착’하는 걸까.
이에 김도형 PD는 “‘정재용의 순결한 19’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라는 느낌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김 PD는 “‘순결한 19’도 말을 가려가며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듯 우리도 그러고 싶었다”고 말하며 “19라는 숫자가 주는 비밀스러움과 ‘성인스러움’에 주목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오고 갈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숫자였기 때문에 제목에 ‘19’를 넣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이에 대한 에피소드로 많은 사람들이 ‘고소한 19금’이라고 부른다고 아쉬워했다. 자신의 프로그램은 엄연한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1위부터 19위까지 소주제의 순위를 매기는 부분에서는 “사실 제작진도 고민을 한다. 이제는 ‘고소한 19’ 애청자들은 이미 순위를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PD는 “무려 19개의 순위를 정해야 하니 난감할 때가 많다. 재산 순위처럼 답이 나오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고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특히 1위만큼은 회차 방송의 의미와 제작진들이 꼭 담고 싶은 이야기를 1위로 선정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 한 회가 만들어지는 과정…“군사 일급기밀도 조사했다”
김도형 PD는 “한 회차는 1주일 만에 정보수집부터 대본 완성까지 이뤄진다”며 “월요일에 주제가 정해지면 수요일까지 1차 조사를 통해 19개 아이템을 선정하고, 작가들이 이를 분담해 세부적 자료 조사를 한다”고 스케줄을 공개했다.
김 PD는 “인터넷으로 주로 자료를 수집하는데 이 자료가 사실인지, 정확한 출처는 어디인지, 더 깊은 내용의 자료는 없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영어, 중국어, 일어는 물론 심지어 이스라엘어로 된 웹사이트에도 직접 들어가 자료를 찾는다”고 말하며 “제작진들이 서로 전문 영역이 있어 아웃풋이 바로 나오는 편이고, 인터넷뿐 아니라 책을 정말 많이 찾는다”고 전문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로또당첨의 비밀’ 편 같은 경우 10년이 넘는 자료를 참고하기도 한다. 김 PD는 “로또가 가장 많이 당첨된 동네가 궁금한데 자료가 없었다. 그래서 로또 1회부터 시작한 11년 자료를 뽑아 작가들이 밤새가며 직접 셌다”며 “이 과정을 통해 1등 당첨자 많이 난 동네라는 새로운 정보를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이 나면 우리는’ 편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김 PD는 “반응이 워낙 뜨거웠다. 당시 남북관계가 한창 좋지 않은 시기였고, 전쟁이 나면 일반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룬 것이라 시청자들에 직접적으로 와 닿았던 것 같다”고 회상하며 “심지어 어떤 댓글에서는 민방위 훈련에서 이를 틀어줬다는 말도 있었다”며 웃기도 했다.
김 PD는 “당시 조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일반 서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제대로 교육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 우리도 궁금했고, 그게 통했다”고 말했다. 자료조사 또한 ‘자신들이 궁금했기 때문에’ 더욱 심도있게 이뤄졌다. 김 PD는 “당시 게스트로 출연했던 군사 전문가도 대본에 나온 내용을 보고 ‘이것은 나도 잘 몰랐던 군사 일급기밀’이라고 놀라기도 하셨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 진짜 놀라운 것은? “MC 강용석”
‘고소한 19’를 보면 강용석은 주제에 대한 다양한 비화, 정보들을 정확한 연도와 숫자까지 언급하는 일들이 부지기수. 김 PD는 이에 “강용석 MC가 대본을 읽는 것 외의 모든 말든은 애드립이 맞다”고 단언했다. 김 PD는 “예상치 못한 주제에서 의외로 방대한 지식을 뽐낼 때가 있다. 강용석 씨가 동물에 관심이 많아 지식이 놀랍고, 공룡에 대해서는 최신 공룡 연구 진행 상황까지 알고 있더라”며 강용석의 지식 양에 혀를 내둘렀다.
김 PD는 “강용석 씨가 MC여서 좋은 점은 100회 이상 했기 때문에 척 하면 척”이라면서도 “물론 제작진 개인들과 강용석 씨 모두 서로 정치적 성향은 절대 맞지 않는다”고 농담을 던졌다. 김 PD는 “강용석 씨와 사석에서도 디스를 많이 하는데, 이를 다 받아주고 나이가 한참 어린 제작진들에도 꼬박꼬박 아직도 존댓말을 한다”며 극찬했다. 김 PD에 따르면, 결국 강용석과 제작진의 호흡이 ‘고소한 19’의 ‘예능스러운 교양프로’라는 정체성을 만드는 것의 일등 공신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