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는 시대를 거쳐, 두 영역이 동시에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이른바 ‘콘텐츠 쌍방향 시대’가 열렸다.
원소스 멀티유즈 방식이 관심을 받기 시작한 2000년대에는 드라마가 연극이 되거나, 소설이 영화가 되는 것처럼 주로 한 단계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 작품이 다양한 매체에서 재탄생되는 일들이 많아졌다.
대표적인 경우는 만화 ‘풀하우스’다. 원수연 작가의 ‘풀하우스’는 1993년부터 연재됐으며 당시 ‘소녀들의 필독서’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이는 2006년 배우 송혜교, 비의 주연으로 드라마화됐다. 드라마는 대성공을 거뒀고, 이를 연출한 표민수 PD는 ‘풀하우스’로 인해 스타 PD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웹툰 작가 강풀의 작품은 방송국, 충무로, 대학로 가리지 않고 모든 장르에서 사랑받는 콘텐츠다. 웹툰 ‘순정만화’는 2008년 유지태, 이연희 주연으로 영화화 됐고, 이를 원작으로 제작한 연극은 꾸준히 롱런하고 있다. 또한 노인들의 사랑과 삶에 대해 다룬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2010년 배우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등이 참여해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이에 앞서 2009년에는 이를 드라마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다가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2012년 SBS플러스에 편성돼 드라마로 탄생됐다. 같은 해 연극으로도 제작돼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OST음반 형식으로 음악 콘텐츠로도 재생산된다. ‘미녀는 괴로워’같은 경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2006년 영화화 됐는데 배우 김아중이 부른 OST인 ‘마리아’(Maria)는 2007년 1월 가요차트에서 4위에 오르는 기현상을 이끌었다. 이어 앨범에 담긴 ‘별’(유미), ‘슈퍼스타’(러브홀릭) 등도 주목받으면서 OST 앨범의 판매와 스트리밍이 활발해졌다.
이처럼 원소스 멀티유즈의 방식은 대부분 한 방향으로 흘렀다. 만화가 드라마로, 드라마에서 영화로, 이후 연극이나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지는 순서가 그 예다. 이렇듯 한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옮겨가는’ 현상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닌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어 그야말로 ‘한 방향’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했다.
또한 드라마의 기획PD인 이재문 PD는 일전 MBN스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윤 작가님께서 드라마화를 하는 김원석 PD, 정윤정 작가와 많은 대화를 나누셨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작품을 다시 돌아보게 됐고, ‘미생’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윤 작가 또한 드라마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윤 작가는 “시즌2는 드라마와 이어지게끔 제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미생’의 제작 과정은 웹툰이 드라마에, 드라마가 또 다시 웹툰에 영향을 주는 형태를 띠고 있어 그동안 이뤄졌던 원소스 멀티유즈의 방식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는 ‘미생’에 관한 세계관이 점점 깊어지고 탄탄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배경이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이 ‘미생’의 성공으로 앞으로 쌍방향의 원소스 멀티유즈 사례는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이런 과정이 활기를 띈다면 영화, 만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하나의 콘텐츠로 깊게 자리 잡은 미국의 마블사 캐릭터들이 부럽지 않은 강력한 콘텐츠들이 한국에서도 탄생될 수 있다. ‘미생’이 가져온 콘텐츠 흐름의 변화에 의미가 깊은 이유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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