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정겨운의 찌질함을 보고 싶다면…”
배우 정겨운은 찌질함과는 거리가 멀다. 주로 젠틀하고 멋진 남자 역을 연기했거나 악역으로 존재감을 빛냈다. 특히 드라마 ‘미녀의 탄생’에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쁜 남자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들끓게 만든다.
성형으로 예뻐진 전부인 사라(한예슬 분)가 한태희(주상욱 분)와 결혼하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끝까지 이들을 훼방 놓으며 끈질긴 남자다움(?)을 보이기도 했다.
때로는 훈남이거나 질긴 남자로 대중을 만났던 정겨운. 그는 영화 ‘이쁜 것들이 되어라’에서 ‘망가짐의 끝판왕’다움을 보인다. 극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한정도. 정도는 어머니의 노력으로 서울대 법대생이 되지만, 10년 째 사법고시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고시생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고 정도 역시 달라진다. 생계를 유지하고 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정들었던 집을 팔고, 여자친구와도 늘 싸운다. 예쁘고 돈 많은 여자친구 때문에 “도망갈 곳이 있어서 넌 사법고시에 붙을 수 없다”는 악담도 듣는다. 이는 바로 취집으로, 취업대신 돈 많은 남자, 여자에게 시집을 가 인생을 달리 살려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이다.
취집을 꿈꾼다는 주변의 말에도 정도는 반발할 수 없고, 심지어 과외 중인 학생들이 과외를 그만할까 비밀거래를 제안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찌질의 연속이다. 거기에 두 집 살림을 한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아버지를 살뜰히 모시는 또 다른 여인 채경희(윤승아 분)를 만나고 찌질에 불편함까지 생겼다.
세상 모든 불운을 다 가진 정도의 모습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이상하리만큼 그에게 빠져들게 한다. 경희의 장난에 공격 없이 당하는 정도의 모습은 웃음을 선사하고 정겨운과 윤승아의 케미를 이끌어낸다.
또한 드라마 ‘마마’에서 송윤아의 아들로 등장해 안방극장에 눈물홍수를 선사했던 윤찬영이 어린 정도 역을 맡아 스크린에서도 눈에 들어온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