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걸려 연기를 못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면요? 아마 삶의 희망을 잃을 것 같아요. 영화나 연기, 가정을 통해 내 존재를 유지하는 게 제 꿈이라면 꿈입니다.”
배우 유지태(38)는 상상하기 힘들어했다. 목소리를 잃은 오페라 가수가 다시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실화를 담은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감독 김상만)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를 묻는 말에 대한 답이었다.
성악가 배재철의 실제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인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투자 문제 등으로 제작이 전면 중단됐던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31일 개봉하게 됐다. 유지태는 “개봉하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지만, 오페라 연습을 열심히 했다”고 위안 삼았다.
“학교 진학을 위해 성악을 잠깐 배운 적이 있다”는 유지태는 “어색함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발성부터 발음, 호흡을 배웠다. 배재철 선생님이 카리스마 있게 소리 내는 방식과 고유의 쉼표까지 잘 맞추도록 싱크를 따라갔다”며 “그게 안 되면 티가 많이 난다. 음악영화를 보다가 그 점이 많이 거슬렸는데 배우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꼭 잘 해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건 유지태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연기로 커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는 “음역대부터 달라서 내가 부를 수 없다. 테너들도 쉽게 못 부르는 곡”이라며 “사실 최근 진행된 ‘해피투게더’ 녹화에서 노래를 부르긴 했는데 허당 이미지가 생겼을 것 같다. 춤도 췄는데…”라고 걱정했다.
유지태는 이번 작품을 위해 영어도 공부해야 했다. 영화에는 한국말보다 외국어를 하는 유지태의 모습이 많다. “성악 연기도 잘하려고 했고, 영어도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는 생각과 도전이 있었어요. 한국에서 제작되는 영화 중 ‘외국말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냐?’라는 생각을 한 작품이 몇 있어요. 그런데 그 영화들이 내수용은 아니잖아요. 외국 사람들이 봤을 때 웃으면 안 되니, 그게 싫어서 열심히 했죠.”
앞서 유지태의 아내 김효진이 일본과 합작한 영화 ‘무명인’에 출연하며, 배워본 적 없던 일본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해 현지 스태프와 감독의 칭찬을 받았던 게 오버랩됐다.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 부부라고 하니 유지태는 웃었다. “서로 자극을 주거든요. ‘너 그거밖에 못하니? 나라면 일주일이면 하겠다’고 했었죠. 진짜 효진이는 일주일 만에 공부하고 연습해 다 했어요. 저도 열심히 해야 했죠. 하하하.”
유지태는 아내 이야기가 나오니 칭찬을 이어갔다. “아내가 내가 연기와 영화를 좋아하고, 예술도 좋아하는 것을 인정해 줘요. 내 꿈을 인정하고 알아주고 잘 참아주죠. 다만 제가 아쉬운 건 촬영할 때 아이를 못 보는 것 정도예요.”
유지태는 자기 생각을 예술론으로, 독립영화를 향한 애정으로 발전시켰다. 영화 ‘마이 라띠마’로 장편 연출 데뷔해 호평받은 그는 탈북 여성과 조선족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담으려는 구상을 이미 끝냈다.
“제가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게 없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