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표절일까 아니면 참조일까’ 이와 같은 논제에 가장 애매모호한 경계를 보여주는 곳은 바로 안방극장 드라마일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사람 사는 세상을 또 다른 형태로 보여주는 그 자체로도 드라마는 소재와 주제에 따라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다른 작품에 영감을 얻어 제작되는 작품도 상당한 만큼 재창조의 과정을 거치는 드라마는 설사 작가가 고의로 다른 작품을 표절했다고 한들 판단할 기준이 없다. ‘8마디 이상 유사하면 표절’이라는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있는 가요계와 달리 이 같은 규정이 없는 드라마는 아무리 이야기와 설정이 비슷하다 할지라도 무조건 표절로 몰아붙이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대체적으로 표절 시비가 일어났을 경우 작가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위원회에서 표절 여부를 검토하지만 창작활동에 대해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만큼 그 소재 사용이 단순히 드라마에서 즐겨 쓰는 상투적인 것들인지 아니면 특정 부분을 노린 표절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현행법상에 따라 A 저작자가 B 저작자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표절)를 했다고 보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A 저작자가 B 저작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저작물을 제작하였어야 하고, 객관적 요건으로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주관적 요건인 ‘의거’라 함은 A 저작자의 저작물이 B 저작자의 저작물 표현형식을 소재로 이용하여 저작됐다는 것, 즉 침해 저작물이 피침해 저작물에 근거로 하여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서 두 저작물이 거의 비슷한 내용의 작품이라고 해도 단순히 우연의 일치이거나, 공통의 소재를 이용한 데서 오는 자연적 귀결인 경우 등으로 인한 경우에는 저작권침해가 아니다.
의거관계는 이를 입증할 직접증거에 의하여 인정될 수도 있고, 직접증거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라도 A 저작자가 B 저작자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 기회, 즉 이를 보거나 접할 상당한 가능성이 있었음이 인정되면 추인될 수 있다.
쉽게 말해 한 드라마에 대해 표절이라고 정의하기 위해서는 ‘소재를 얼마큼 차용했느냐’와 ‘해당 작품의 존재를 인지했냐’는 의거성 문제에 부딪치는데, 만약 그 정도가 아이디어를 얻은 수준에 그치면 저작권 보호가 어렵게 된다. A가 B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사 작품인 C를 알고 있었다면 이 또한 표절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몰랐다’는 반박 증거가 뒷받침되면 우연의 일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S2 월화드라마 ‘힐러’는 미국 드라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의 오프닝 장면이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때 아닌 표절논란에 이정섭 PD는 “배역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등장한 자막 등은 한국 영화에서도 많이 썼던 장면이다. 미드의 고유한 부분이 아니다”라는 소재의 차용성 부분과, “그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유사성에 대해서는 더는 말할 수 없다”는 해당 작품 인지 부분을 부인하며 표절논란에서 벗어났다.
결국 법보다 도덕과 양심적인 면에 더 가까운 표절문제인 만큼 지금까지 표절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최선의 방법은 바로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의 양심에 맡기는 것밖에는 다른 예방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표절에 대해 윤석진 교수(충남대)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 혹은 내용적인 부분에서 참신이라고 본다. 새로움이 즉 드라마의 경쟁력이자 생명력인 것”이라며 “드라마 표절과 관련된 문제는 시청률과 연동되면서 시작된다고 본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조급한 마음이 손쉽게 아이디어를 차용을 한다든지 도용으로 들어가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에서 법적인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사와 작가, 연출가의 도덕적인 기준을 강화인 것”이라며 “예술 혹은 문화 산업적인 부분에서 도덕성이라는 부분이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청률이 아닌 왜 만들고자 하는지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동시대 시청자와 소통하려는 것은 무엇인지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한다. 드라마 시장에 상업논리가 아닌 주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작가정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