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사(思)] 넥스트 콘서트, 신해철의 빈자리는 역시 컸다

[MBN스타 유명준 기자] 무대 아래에는 5000여 명의 관객들이 모여 있었고, 무대 위에는 역대 넥스트 멤버들과 동료, 후배 가수들이 서 있었다. 이들은 고인이 된 신해철의 노래를 연주했고 불렀으며, 함께 떼창을 했다. 그런데도 허전하다. 27일 오후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넥스트 유나이티드의 콘서트 ‘민물장어의 꿈’ 현장 풍경이다.

신해철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지만, 신해철의 빈자리가 크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자리이기도 하다. 정기송, 김세황, 김영석, 이수용, 데빈, 쌩, 제이드, 쭈니, 김동혁 등 신해철과 무대를 꾸몄던 이들이 현란하면서도 때론 묵직하게 음을 전달했고, 신성우, 김진표, 홍경민, 안흥찬(크래쉬), 이수, 김원준, 지우(에메랄드 캐슬), 변재원 등 동료, 후배 가수들이 노래를 불렀지만, 그 큰 무대의 중앙은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애초 공연이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아쉬움은 무대 뒤 편 스크린에 현란한 이미지 영상이 아닌, 신해철의 콘서트 당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중간 중간 신해철의 생전 영상을 보여주긴 했지만, 공연 전반에 깔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동료가수들의 무대가 끝나고, 넥스트 트윈보컬인 이현섭의 무대가 시작되면서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알게 됐다.

이현섭의 무대는 신해철과 함께 한 무대였다. 1997년 넥스트가 발표한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Here I Stand For You)의 노래를 부르던 이현섭이 마이크에서 입을 뗀 후, 신해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현섭이 무대에서 뛰어다니는 동안 스크린에서는 신해철이 강렬한 모습을 보였다. 이현섭이 신해철의 사촌동생인 신지우의 피아노에 맞춰 부른 ‘일상으로의 초대’ 이후 스크린 속 신해철의 생존 모습과 함께 흘러나온 ‘날아라 병아리’는 온전한 신해철의 무대였고, 관객들은 이에 호응해 떼창을 했다.

사람들은 스크린에 신해철의 모습만 나오면 조용해졌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콘서트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고,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사라졌다. 관객들은 무대 위 가수들이 신해철의 노래를 부르며, “이제는 여러분과 내가 형 없어도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지낸다고 걱정하지 않게 보여줘야 한다”는 이현섭의 말처럼 즐기고 싶어 했지만, 스크린에 신해철의 모습만 나오면 여지없이 아쉬움의 탄성이 나왔다. 신해철이 가진 존재감의 크기였다.

사실 이날 넥스트와 동료 가수들의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게스트로 선 이들은 자기 노래처럼 열성적으로 신해철의 노래를 불렀고, 넥스트 멤버들 역시 아낌없이 힘을 쏟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신해철의 빈 공간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는 점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넥스트의 보컬을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 이현섭과 넥스트 멤버들에게 과제를 안겨줬다. 추모를 하고 기억을 하되, 신해철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야 한다는 것 말이다. 이는 신해철과의 결별이 아닌, 故 신해철의 기억을, 존재를 더욱 확장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 / 페이스북 facebook.com/you.neoc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