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한국 영화계를 책임지는 배우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20대 배우, 그 중에서도 20대 여배우는 턱없이 부족해 때 아닌 기근현상을 보이고 있다.
많은 여배우들이 “영화판에 여배우들을 위한 영화는 없다”고 입을 모으곤 한다. 이처럼 느와르, 액션 등 남자배우들을 위한 시나리오는 차고 넘치지만, 사랑과 우정, 패션 등을 다룰 여배우들을 위한 작품은 없다.
‘창수’ ‘친구2’로 시작된 남자영화의 대거 개봉은 여배우들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들며, 사나이들의 우정, 액션 등 내용면에서도 한계를 가진다. 줄곧 ‘홍일점’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여배우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강하디 강한 남배우들 사이에서 그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해 적잖이 아쉽다. 누구나 ‘타짜’ 김혜수를 꿈꾸지만 정마담 같은 정마담은 2006년 후 이미 그 자취를 감췄다.
사라진 여배우 중심의 시나리오, 변질된 홍일점, 차고 넘치는 남배우 사이에서도 그 중심을 지킨 20대 여배우의 노고를 칭찬하고자 내 맘대로 연기 神을 꼽아봤다. 오직 ‘편집자’ 마음대로. (천우희를 비롯해 심은경, 박보영, 박신혜, 김슬기, 고아성, 임지연, 김고은, 이솜, 김소은, 한혜린, 조보아, 신세경, 박주희, 이시원, 손수현 등 20대 대표 여배우를 중심으로)
‘써니’에서 야무지게 본드를 마셨던 천우희가 ‘한공주’로 새로이 태어났다. 극중 씻을 수 없는 상처에도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한공주로 분한 그는 고통스러운 감정 연기로 대중과 소통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라고 외치는 이 시대의 캔디로 열연했다. 덕분에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부족한 20대 여배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 나아가 다소 외면 받던 다양성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까지 높이는 건 물론, 작은 영화를 향한 착한 수상 소감으로 고운 마음씨를 드러낸다.
임지연은 ‘인간중독’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첫 작품임에도 배역을 위한 노출과 신인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감정 연기를 오롯이 소화해냈다. 신비로운 마스크는 ‘인간중독’ 속 종가흔의 매력까지 높여줘 다 가진 남자 김진평이 왜 첫눈에 반했는지 깨닫게 도왔다. 차분하지만 설득력 있게 대사를 받아치며 관객을 매료시켰다. 이는 영화 시상식에서 여자신인상을 휩쓴 사실만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조보아와 손수현은 각각 ‘가시’ ‘신촌좀비만화’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앞서 조보아는 MBC 드라마 ‘마의’ 출연 당시 연기력, 노출 논란으로 가슴앓이를 한 바 있다. 때문에 관객들은 ‘가시’ 속 조보아의 성장을 내심 기대했을 터. 베일을 벗은 ‘가시’ 속 조보아는 ‘마의’ 보단 나름대로 성장한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더욱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와 지나치게 당돌한 모습은 어색했고, 노출 역시 어색했다.
손수현도 이다윗, 박정민과 함께 주인공이었지만 이들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는 연기력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때문에 조보아와 손수현은 연기에 대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소녀괴담’ 속 한혜린의 연기를 본 이들이라면 다들 그를 일진연기의 달인으로 인정할 것이다. ‘피끓는 청춘’에서 박보영이 일진으로 분했지만, 한혜린처럼 강, 약이 균형을 이룬 손놀림은 없었고 눈빛만으로 상대를 제압하진 못했다. ‘수상한 그녀’ 심은경의 능청스런 욕 연기도 빛났지만 한혜린만큼 리얼하고 압도적이진 못하다. 특히 너무도 리얼한 연기 탓에 한혜린은 인터뷰 내내 해명하기도 했다. 강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당분간 일진연기의 최고는 한혜린이다.
청순 글래머 신세경이 ‘타짜-신의 손’에 나오기 전까지는 어두운 분위기가 강했다. 어두움과 사연있어 보이는 얼굴의 정점은 ‘지붕뚫고 하이킥’ 때다. 그 후 ‘푸른 소금’ ‘알투비-리턴쿠베이스’ ‘뿌리깊은 나무’ ‘패션왕’ ‘남자가 사랑할 때’ 등에 출연해 조금씩 이미지가 밝아졌다. 그러나 ‘타짜-신의 손’ 덕분에 밝음에 정점을 찍었고 거기에 당돌함과 능청까지 더해 더 많은 남성 팬들 보유하게 됐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