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강하람은 ‘맨프럼어스’를 통해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오른 배우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듯 강하람에게는 풋풋한 생기가 있었고, 미소는 신선했다. 강하람은 “처음에는 관객들이 까맣게 보이더니 이제 눈 코 입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이제 조금씩 무대의 희열을 맛보기 시작한 강하람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보였다.
연극 ‘맨프럼어스’에서 강하람은 샌디 역을 맡았다. 샌디는 1만 4000천 년을 살았다고 털어놓는 존 올드맨의 말을 믿는가 하면, 시간의 제한을 두는 그의 말에도 마음을 접지 않는 순애보 적인 캐릭터다. 강하람은 샌디에 대해 “성숙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자신과 다른 듯 같은 캐릭터에 진중하게 다가갔다.
쉽지 않은 첫 작품 ‘맨프럼어스’
강하람은 “원래 전공도 연극이었고, 가벼운 작품을 하고 싶지 않았다”며 “‘맨프럼어스’는 분명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다. 앞으로 차기작 선택이 더 어려울 거 같다”고 말하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첫 무대 이기에 관객들의 얼굴이 하나도 보이지도 않았지만, 강하람은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제 차차 관객들의 눈, 코, 입이 보일 뿐 아니라, 커튼콜 땐 관객들 표정까지 보인단다. 그는 조금씩 무대에 익숙해지는 묘미를 신나게 표현했다.
강하람이 맡은 역할 샌디는 대사가 많지 않다. 때문에 쉬울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맨프럼어스’는 무대 변환이 없을뿐더러, 무대의 한 부분만 암전된 상태에서도 배우들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하람은 “처음에는 어떻게 버티고 있을지 모르겠더라.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고, 뭘 또 하자니 오버스러워 지더라”고 설명했다.
“입이 아프게 말하고 싶다..선배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서이숙 선배님은 항상 나에게 샌디가 되라고 조언해 주신다. 회식 때도 오지 말라고 하셨고, 분장실에도 웃지 말고 감정 조절을 하라고 하셨다. 항상 샌디가 되라고 말이다”
‘맨프럼어스’는 서이숙, 이원종, 손종학, 최용민, 이대연 등 연기력이 탄탄한 중견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에 대해 강하람은 “선배님들을 만난 게 정말 큰 수확”이라며 “입이 아프게 말하고 싶다. 선배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며 살며시 두 손을 모았다.
“샌디라는 캐릭터, 성숙된 사람 같다”
강하람은 “대본 속 샌디는 1만 4000년을 살았다고 말하는 존 올드맨의 말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난 믿어진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샌디의 순애보 적인 모습이 자신과 닮아있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그는 “사람을 좋아하면 푹 빠지는 스타일이라,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은 믿을 거 같다”고 이유를 설명하는 데 이어 엉뚱한 생각을 덧붙였다.
“1만 4000년 살았다고 말하는 존 올드맨, 혹시 ‘인터스텔라’처럼 우주에 갔다 온 게 아닐까요?”
강하람은 “최근 영화 ‘인터스텔라’를 봤는데 혹시 존 올드맨도 우주에 다녀온 게 아닌가 했다”고 말하며 고개를 갸우뚱 댔다. 다소 새로운 해석이지만, 극에 보통 빠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상상이다.
그는 “극 중 존 올드맨이 10년 후에 떠난다고 묻는데 샌디가 괜찮다고 하지 않는가. 잠깐이도 좋으니 곁에 있어 달라고 말이다”라며 “사실 나 같으면 그럴 수 없을 거 같다. 샌디는 어마어마한 여자다. 성숙한 사랑을 하는 여자”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강하람은 샌디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극 속 샌디의 성숙한 모습은 이해할 수 없을 만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 올드맨이 떠난다고 밝혔을 때 그를 붙들며 자신의 마음을 또렷하게 전하는 샌디의 모습이나, 모두가 존 올드맨의 말을 믿지 못할 때 조용히 그의 말을 들어주는 샌디의 표정은 강하람과 닮아 있었다. 풋풋한 듯 하얀 미소를 지어보이는 강하람에게는 자신 만의 단단한 강단이 올곧게 자리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강하람은 “‘맨프럼어스’ 덕분에 더욱 깊은 생각을 하게 됐을 뿐 아니라, 강심장이 됐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그에게 펼쳐질 앞으로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 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