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는 그저 단순한 90년대 가요계를 재연한 공연이 아니었다.
90년대 가요계 풍경이 2014년 TV 속으로 돌아왔다. 격한 안무에도 흐트러짐 없었던 90년대 가수들의 기량은 여전했으며, 이들이 부르는 노래들은 벌써 10년이 더 지난 곡임에도 촌스럽거나 예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흥겨웠다. 여기에 90년대 가요에 대한 그리움과 반가움이 더해진 ‘토토가’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추억여행을 떠나게 하며 단순한 재미뿐 아니라 눈물어린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 콘셉트는 90년대로 가는 ‘타임머신’으로 출연자와 관객은 물론 그리고 시청자들까지도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하나가 된 ‘토토가’ 공연의 첫 번째 이야기가 27일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토토가’가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이후 출연 라인업이 하나 둘 씩 늘어날 때마다 이슈화가 될 정도로 그 인기는 놀라웠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토토가’ 방청 모집 당시 게시판을 통해 신청한 인원은 무려 75510건이나 됐으며, 공연이 진행된 경기 일산MBC 드림센터 공개홀의 수용인원이 1천석인 것을 고려하면 방청 경쟁률은 무려 75:1에 달했다.
지난 18일 치러진 ‘토토가’의 라인업에는 김건모, 김현정, 소찬휘, 엄정화, 이정현, 조성모, 지누션, 쿨, 터보, S.E.S가 이름을 올렸으며, 특별MC로 배우 이본이 함께하면서 90년대로의 추억여행을 더했다.
TV를 통해 처음 공개된 ‘토토가’는 무대세트와 자막은 물론이고, 그 시절 유행처럼 사용됐던 360도 회전했던 카메라 움직임까지 등장하며 90년대 스타일을 완성해 나갔다. 75:1의 경쟁률을 뚫고 일산MBC에 도착한 관객들의 드레스코드 역시 ‘백 투 더 1990’ 그 자체였다. 통 넓은 바지와 길게 늘어뜨린 허리띠, 눈까지 가리는 두건 패션은 90년대 후반 유행했던 패션 그 자체였으며, 여성들은 핑클이 ‘내 남자친구에게’의 선보였던 토시패션, 이정현의 ‘와’의 독특했던 의상을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15년 전 H.O.T 팬클럽 활동 당시 입었던 하얀우비를 입고 온 관객도 있었다.
많은 이들의 기대 속 ‘토토가’의 첫 무대를 가수는 터보였다. 18년 만에 만난 김종국과 김정남은 ‘나 어릴 적 꿈’ ‘러브 이즈’ ‘화이트 러브’를 차례로 소화해 나갔다. 그 당시 격렬한 안무는 그대로였으며, 나이가 든 만큼 다소 부족한 체력에 잠깐 헥헥거리기도 하고 박자를 놓치기도 했지만 그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어진 무대는 ‘옛날사람’ 김현정이었다. 김현정은 데뷔곡인 ‘그녀와의 이별’과 ‘멍’을 연달아 부르며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시원시원한 가창력은 라이브 무대의 속 시원함을 느끼게 했으며, 자신도 모르게 팔을 위로 올려 돌리는 ‘돌려나’ 댄스는 디바의 귀환을 알렸다.
이날의 마지막은 90년대 대표 걸그룹이자 원조 요정돌 S.E.S였다. 임신한 유진을 대신해 일일유진으로 나선 소녀시대 서현과 무대를 꾸민 바다와 슈는 외모마저 타임머신을 탄 듯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슈는 세 엄마의 엄마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상큼했으며, 바다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바로 어제 음악방송에서 만난 듯 어색함이 없었다. 순식간에 첫 번째 무대 ‘아임 유어 걸’이 끝나고 이어진 ‘너를 사랑해’를 부른 S.E.S는 여전히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영원한 요정돌 그 자체였다.
기다렸던 ‘토토가’는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출연 가수들 모두 실력이 출중하고 무대 장치나 음향 모두 막힘없이 훌륭했다. 이는 잦은 음향사고와 카메라 화면 사고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연말 가요시상식보다 흐름이 더 매끄러웠으며, 잡음도 없었다. 물론 생방송과 녹화방송이라는 차이가 있었지만, ‘토토가’ 측이 연말시상식보다 보기 편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90년대 가수와 노래가 주는 매력이 얼마나 컸는지, 무대 중간 노래를 끊고 등장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방송 직후 “편집해서 보는 것도 좋기는 한데, 감독판으로 다시 방영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연말 가요시상식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겼던 ‘무한도전’의 연말공연 ‘토토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김건모, 소찬휘, 엄정화, 이정현, 조성모, 지누션, 쿨의 무대가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내년 3일 방송되는 ‘토토가’는 절정으로 치닫는 공연장의 풍경과 함께 흥이 가득한 뒤풀이까지 모두 보여줄 예정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