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주말드라마 ‘모던파머’는 아쉬운 시청률로 작별을 고했지만 그래도 배우 이하늬 하나는 건져냈다. 그동안 도시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난 그는 마치 흙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농므파탈’ 윤희 역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말괄량이처럼 굴다가도 어느 순간 미혼모로서 아픔을 토해낼 땐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할 정도로 농익은 연기력이었다.
이하늬는 ‘모던파머’에서 중심을 담당한 배우였다. 록밴드 멤버들의 귀농을 다룬 작품이지만 그 속에서 이뤄지는 로맨스가 또 하나의 중심축이었기에 민기(이홍기 분)와 혁(박민우 분)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윤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그만큼 사랑스럽게 보여야 했지만 다른 로맨스물 여주인공과도 차이점을 둬야 했다. 제작진이 윤희 역에 이하늬를 선택한 건 빛나는 묘수였다.
그에게 미스코리아 진이란 타이틀은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친근하고 구수한 윤희역에 완벽히 ‘빙의’돼 일바지마저도 섹시하게 소화해냈다. 민기의 등에 용변을 보는 실수를 하고 돼지를 잡으려 사투를 벌이는 것도 자연스럽고 귀여워보였던 건 온몸을 던진 연기 덕분이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억척스럽고 말괄량이 같은 연기도 능히 해냈다.
이뿐만 아니었다. 부모를 사고로 잃고 배다른 동생을 키우면서 미혼모가 돼 작은 시골 마을을 살아가야하는 아픔도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지난 6일 방송분에서 민기에게 동정은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도 눈물 고인 눈으로 미묘한 감정을 표현할 땐 보는 이의 감성도 건드렸다. 이하늬의 절제된 눈물 연기가 외강내유 윤희의 심정을 표현하는 데에 안성맞춤이었다.
사실 그의 진가는 MBC ‘사남일녀’에서부터 엿보였다. 스타들이 시골에 내려가 어르신들과 함께 사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살가우면서도 털털한 매력으로 크게 화제가 됐다. 구김살 없이 어르신들에게 다가가고 걸쭉한 사투리도 쓰는 게 꼭 ‘모던파머’ 윤희와 닮아 있었다. 높은 싱크로율은 이때부터 예고된 듯 했다.
‘모던파머’ 제작진도 이런 숨겨진 매력을 보았던 것일까. 이하늬에게 꼭 맞는 캐릭터를 부여해 극적 재미를 살리는 것에 성공했다. 배우가 제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었을 때 작품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