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잘 부탁드립니다, 배우 정해인입니다. 아, 머리 짧아서 몰라보시려나. tvN 드라마 ‘삼총사’에서 예쁘장하지만 시크한 검객 안민서를 맡은 배우에요. 드라마에서 갓 쓰고, 상투만 틀어서 이렇게 평범한 머리(?)를 한 모습이 낯설 것 같아서요. 올해 처음 시청자 분들을 만났던 드라마 ‘백년의 신부들’에서도 늘 금발이나 은발이었잖아요. 헤어스타일만 봐도 올해 참 스펙타클했네요. 살면서 염색 한 번 안한 제가 은발에 상투라니. 생각해보면 정신없이 바쁜 나날이었지만 너무나 감사할 뿐입니다.
◇ 운이 좋았지만 운으로 끝내진 않을 겁니다
뮤직비디오로는 작년에 데뷔했고, 연기자로서는 올해 ‘백년의 신부’를 통해 데뷔했죠. 그리고 ‘삼총사’에 출연하게 된 거에요. 감사하게도 두 작품 모두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했죠. 그거에 대해서는 얼떨떨한 마음이 커요. 운이 좋았고. 사실 부담이 많이 됐죠. 나오는 신이 많아서 촬영장에서 힘들기도 했고요. 근데 다 감사하죠, 당연히. 그래서 바빴던 걸 즐겼던 것 같아요. 운을 놓치지 않으려면 배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항상 하고 있고요.
그래서 액션이건, 춤이건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백년의 신부’ 때에는 제가 맡은 최강인 역할이 아이돌이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노래, 춤 레슨을 받고 아이돌 분들이랑 연습도 했어요. 이러다 가수 데뷔 하는 거 아냐 싶을 정도로요. 만족하냐고요? 솔직히, 춤에는 만족합니다.(웃음) 염색도 하고, 아이돌 역할을 하다 보니 촬영 기간에는 캐릭터처럼 ‘탱탱볼’ 같이 통통 튀고 더 밝아진 기분이라 새로웠어요.
그렇게 ‘백년의 신부’를 끝내고 한 3주 정도 여행을 다녀오고 바로 ‘삼총사’ 촬영에 돌입했어요. 힘들진 않았냐고요? 여행에서 다 털고 와서 괜찮았어요. 원래 여행 굉장히 좋아하고, 시간 없을 때에는 가까운 곳이라고 가자는 편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유럽을 다녀오게 됐어요. 그것도 어머니랑 같이요. 아, 제가 보내드린 건 아니고요.(웃음) 어머니, 돈 더 많이 벌어서 꼭 효도하겠습니다. (웃음)
‘삼총사’에서는 촬영 전에 모든 배우 분들과 함께 무술 연습하러 다녔거든요. 사실 제가 태권도를 한 10년 정도 했고, 2단 유단자에요. 그래서 액션도 두렵진 않았어요. 승마를 그 때 처음 배웠는데, 말 타면서 물구나무도 서고, 옆으로 타고, 손 놓고 타고, 이런 거 정말 다 했었어요. 그러다 큰일이 났죠. 방심하면 안 되는데 저도 배우는 속도가 빠른 게 느껴지다보니 자신감이 생겼었나봐요. 그만 말에서 떨어졌죠. 척추 뼈에 금이 갔는데 당시에는 촬영에 차질 생길까봐 말도 못하고 정말 끙끙 앓기만 했는데. 생각해보면 몸 힘든 것 보다 마음 때문에 ‘삼총사’ 촬영 중에 가장 힘들었던 때인 것 같아요. ‘어떻게 따낸 배역인데!’ 라는 생각으로 앙 참았죠.(웃음) 다행히 증세가 나아져서 촬영 즈음에는 다 낫게 됐어요.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올해는 영화 ‘레디, 액션’이 개봉했고, 내년에는 강제규 감독님의 ‘장수상회’가 개봉해요. ‘레디, 액션’에서는 훈련소 들어가기 전날의 이야기를 그린 건데요. 제가 입소할 때 생각 많이 났죠. 21살 때 단순히 친구들과 같이 가고 싶은 마음에 덜컥 가게 됐거든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제가 군대에 있었을 때 사진이랑 내무반에서 썼던 일기를 다시 펼쳐 봤어요. 입소할 때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허탈함, 막막함, 막연한 분노, 아득함. 안 좋은 단어는 다 잘 어울려요.(웃음) 제 성격과 캐릭터 반반 섞어서 다행이었어요.
영화 ‘장수상회’는 강제규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게 돼 참 영광이었어요. 제 자랑 하나만 하자면 강제규 감독님이 제 오디션 영상을 보시고 진작에 저를 꼽아주셨다고 하네요. 초반에 캐스팅이 확정된 배우 중 한 명이었대요. 아직 저의 어떤 점 때문에 그러셨는지는 못 물어 봤어요. 짐작을 하자면, 순수하고 열정적인 역할에 맞도록 제 자신을 잘 어필했던 것 아닐까 싶어요. 강제규 감독님께서 촬영이 끝나고 제게 문자를 보내주셨더라고요. ‘신인이라 연기력이 입증된 바 없어서 은근히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해줘서 고마웠다. 모니터링 하는데 즐거웠다’고요. 얼마나 영광이었는지. 다음에 만나뵈면 왜 저를 캐스팅했는지 꼭 여쭤봐야겠어요.
.◇배우가 가져야 할 것, 자신감
많은 분들이 제 데뷔 전의 일들을 굉장히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데뷔가 좀 늦은 편이라서 그런가. 사실 저 엄청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연기는 상상도 못했죠.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취업 잘된다는 소리에 막연하게 이과 가서 대학 가겠다고 공부하고. 연기 시작한 건 수능 끝나고 나서에요. 어떤 에이전시 분을 수능 끝나고 우연히 만나게 돼 그 때부터 연기 배우고, 한 달 연습해서 연기학과에 가게 됐는데 운이 좋았죠. 연기로 가라는 하늘의 계시였나 싶어요.
그러니 부모님께서는 얼마나 반대를 심하게 하셨겠어요.(웃음) 그나마 어머니는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고 하셨지만 아버지는 정말 완강하셨어요. 그게 좀 접혔던 게 대학교 교내 작품으로 뮤지컬 ‘그리스’를 공연했을 때였어요. 부모님께서 그걸 보러 오셨더라고요. 무대 위의 제 모습을 보시고서는 아버지께서 ‘너 오늘 정말 멋있었다. 연기 계속 해라. 힘 닿는 데까지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감동이 얼마나 컸는지. 아직도 정말 생생하게 기억나요. 참 든든하기도 하고 뿌듯한 순간이었죠.
그런데 저도 중간에는 좀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다른 대학 동기들은 입시 연기를 오랫동안 준비했고, 다들 외향적이더라고요. 저는 좀 내성적인데 말이에요. 적응이 좀 안된달까요. 그래서 군대를 다닐 대에 학교를 옮길까도 고민했어요. 연기가 내 길이 맞나 싶고요. 그런 와중에 휴가 나왔을 때 부모님과 뮤지컬 ‘노틀담 드 파리’를 보게 됐는데요. 휴가 끝나고 복귀를 했는데도 그 무대 위의 배우들이 자꾸 생각나는 거예요. 그 때 ‘연기해야 겠다’ 확신했죠. 제대 이후에는 무조건 학교 모든 행사 100% 참석 모드로 열심히 했어요.
물론, 저는 다른 친구들처럼 ‘연기가 꿈이야!’로 살아오진 않았어요. 그런데도 절대 주눅은 안 들었어요. 지금도 그 자신감은 변하지 않고요. 사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인 것 같아요. 물론, 지나치면 독이 되죠. 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 제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나 끼를 관객이나 시청자들에 제대로 보여드릴 수 있거든요. 움츠리고 있으면 제가 가지고 있는 바를 다 못 보여 드릴 게 뻔해요. 나중에 후회할 바에는 모두 다 보여드려야죠.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는 배우가 꿈
이상하게 저는 착하고, 열정적이고, 순수한 모습을 가진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했어요. 제가 아직 많은 작품을 한 것이 아니라서 더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래야 어떤 역할을 했을 때 ‘이건 나와 맞네?’라는 생각들을 하고, 어떤 캐릭터들이 저와 잘 맞고 잘 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 하고 싶은 역할이요? 딱히 어떤 걸 하고싶다기 보다 작은 바람은 있어요. 20대가 정확히 2년 반 남았거든요.(웃음) 20대가 가기 전에 20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청춘과 열정을 더 보여주고 싶어요. 굳이 순수하고, 착한 배역은 아니어도 될 것 같고요. 20대라고 다 그러지는 않으니까요. 20대 만의 우울함, 외로움, 갈등 같은 것도 있기 때문에 어두운 면을 가진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지금까지의 캐릭터들은 늘 만족했어요. 20대만의 순수한 열정을 표현할 수 있었던 기회였죠.
앞으로 다방면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백년의 신부’ 촬영 때에는 춤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싶단 생각도 했는데요, 물론 연기에 욕심이 많아서 우선순위가 연기기는 해요. 하지만 정말 나중에는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뮤지컬, 연극 같은 무대에도 서고 싶어요. 정말 ‘팔방미인’ 배우가 꿈인 거죠. 정말 노력 많이 해야겠지만, 이뤄낼 거예요. 배우 정해인이 어떻게 커 가는지 지켜봐 주세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