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2005년 첫 1000만 영화가 나온지 9년 만인 올해, 무려 3편의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 ‘변호인’ ‘겨울왕국’ ‘명량’이 차례로 1000만의 고지를 넘으면서 역대 1000만 영화가 총 10편으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6일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가 현재(23일) 누적관객수 995만7865명을 기록하며 1000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첫 천만 영화가 나온 이후 내년 10년째를 바라보고 있는 시기에서 4편의 천만 영화가 나왔다는 것은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관객들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 산업도 관객의 수요에 맞춰 더 깊어지고 넓어진 작품들이 공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욱 평론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영화 관객이 그만큼 늘었다는 거다. 영화 산업 전체가 커졌고, 영화가 온 국민의 문화이면서도 레저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가족단위 관객이 늘어나는 건 특히 레저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한 가지는 주관객의 변화다. 40~50대 사람들이 20대 때 영화를 많이 봤던 사람들이다. 그 당시는 영화 말고 다른 오락이 없던 세대인데, 지금 40~50대가 되면서도 계속 영화 관객으로 자리를 잡았다. 영화 선택, 결정권이 생긴 거고. 아이들에게도 영화를 통해서 그 당시의 문화를 향유시키는 것이 관객층이 넓어지는 주된 이유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몸살 앓던 ‘변호인’의 반란
‘변호인’은 2014년, 새해 첫 1000만 영화의 타이틀을 얻어냈다. 개봉 전부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 알려지면서 주목 받았던 영화 ‘변호인’은 개봉 이후 각종 논란을 이겨내며 무서운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결국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배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변호인’은 여러 차례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등으로부터 의도적으로 낮은 평점을 주는 이른바 평점테러와 영화 개봉 직후 100장이 넘는 표를 예매했다가 관람 직전 환불한 티켓테러, 그리고 캠코더로 몰래 찍은 ‘변호인’의 캠버전이 불법 유통되는 상황까지 겪었다. 그럼에도 ‘변호인’은 꾸준히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데 성공했다.
민감한 정치적 소재로 인해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렸지만 결국 ‘변호인’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와 감동에서 오는 공감대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또 배우들의 열연 역시 흥행 요소 중 하나였다. 송강호부터 오달수, 김영애, 임시완까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연기력을 펼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인권변호사로 분한 송강호가 법정에서 울분을 토하며 변론하는 모습은 울컥하는 감정까지 끌어올리게 했다.
◇ 눈과 귀를 매혹시켰던 ‘겨울왕국’
2014년 두 번째 천만 영화의 주인공은 지난 1월 16일 개봉해 46일 만에 천만 고지를 넘어선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다. 얼어버린 왕국의 저주를 풀 유일한 힘을 가진 자매의 모험을 그린 ‘겨울왕국’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시각효과와 음악, 매력적인 캐릭터, 높은 완성도의 자막판과 더빙판 등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뜨거운 입소문과 인기를 얻었다.
‘겨울왕국’의 흥행 요소 중 하나는 가족단위 관객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음악과 판타지, 애니메이션이 섞여있다는 점이 전 연령층의 관객들에게 만족도를 높였다. 또한 이전에 월트 디즈니의 방식을 과감히 깼다는 것도 한몫했으며, 다른 상대 영화가 없었다는 것도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겨울왕국’은 무서운 기세로 흥행했고, OST인 ‘렛잇고’ 열풍이 유튜브를 타고 퍼져나가 전 세계적으로 커버 영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또 영화 속 장면들을 캡처해 자막을 붙인 패러디물 또한 SNS를 통해 인기를 끌며 입소문에 힘을 보탰다.
◇ 역대 최단 천만 돌파 기록 쓴 ‘명량’
영화 ‘명량’은 개봉 12일 만에 누적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단 천만 돌파 기록을 썼다.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최초의 작품인 ‘명량’은 전라도 광양에 초대형 해전 세트를 제작하고 실제 바다 위에서의 촬영을 감행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전쟁의 볼거리와 액션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명량’은 개봉 초반부터 강력한 흥행 질주 펼치며 흥행에 청신호를 켰었다. 개봉 2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명량’은 꾸준히 ‘역대 최단 속도’라는 신기록을 경신하며 1000만 관객까지 동원하게 됐다.
‘명량’의 이러한 성적은 2014년 상반기 ‘겨울왕국’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엣지 오브 투모로우’ ‘엑스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등 외화들이 유난히 강세를 보인 극장가에서 한국영화 반격의 선봉장으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회복 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 ‘인터스텔라’, 천만까지 예약…6만 남았다
천만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인터스텔라’는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메멘토’ ‘다크나이트’ ‘인셉션’ 등을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란 것이 흥행에 주효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리긴 했으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는 것에 있다. 가족의 사랑이야기를 담으면서 국내 대중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셈이다. 심지어 “‘인터스텔라’는 아이맥스로 봐야 제 맛”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암표까지 등장하는 등 무서운 기세로 인기를 끌어 모았다.
결국 ‘인터스텔라’는 현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들 중 최고 기록을 달성하면서 천만까지 단 약 6만 명의 관객을 남겨둔 상태다. 현재 천만을 돌파한 외화는 ‘아바타’ ‘겨울왕국’ 등 단 두 편의 작품이 올라와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