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영화 뒤에는 명품 음악이 숨어 있다. 이야기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주요 장면의 분위기에 적합하게 흐르는 음악은 어떤 시각적 효과 보다 강렬하다.
최근 인기가 대단한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총 16개 연주곡으로 구성된 동명의 OST 앨범이 주인공이다.
‘개봉 18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 ‘워낭소리보다 23일 빠른 속도로 200만 관객 돌파’ ‘누적매출 100억 고지’ ‘과도한 취재 열기에 할머니 피신’ 등 각종 수식어가 영화 제목에 앞에 붙는다.
이런 관심은 제작 환경의 변화에 대한 기대로 번졌다. ‘님아 그 강을’의 흥행이 다양성 영화의 제작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희망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영화 뒤편에 숨어 있다. 그 중에서도 스치듯 지나가는 음악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극장에서의 감동을 잊지 못한 사람들은 OST 음원만 들으도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힐 정도다.
음악이 故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이들에게 더 큰 울림을 전한다.
음악감독은 작곡가 미누(MINU)가 맡았다. 그는 원래 대중음악 작곡가다. 평소 친분이 있는 ‘님아 그 강을’ 편집을 맡은 현진식 감독의 제안으로 다큐멘터리 음악감독으로 입봉하게 됐다.
16곡 모두 제목이 예쁘다. 영화 속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영화 흥행의 숨은 공신, 작곡가 미누의 이야기다.
- 영화를 본 뒤 음악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고 하는데요.
미누 : 이번 OST 작업에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 억지로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을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덤덤하게 과장하지 않고, 오직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감정만 전달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꾸밈없이 묵묵하게 그들을 바라보는 거죠. 다큐멘터리영화다 보니 사실감 하나로도 상황을 압도하니까요. 최대한 단출한 악기 구성으로 절제하며 과장하지 않기, 여기에 집중했습니다. 영화가 지향하는 방향도 그렇고요. 음악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는 건 그만큼 영상과 잘 어울렸기에 그 영상이 떠오른다는 것 아닐까요? 저로선 아주 기쁜 일이죠.
- 16 트랙 각 제목이 예쁜데요. 영화 장면과 어울리는 대표곡이 있을까요?
미누 : 제목들 대부분은 영화 속 장면들을 연상케 합니다. 아마도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제목의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커플 한복처럼 화음을 나누어 마치 듀엣이 부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은 ‘눈이 하얗게 내리던 날, 그가 내게 왔죠’입니다. Part1과 Part2가 있는데 아쉽게도 Part2는 영화에서 빠졌습니다. 이 곡은 영화 속 할머니의 말을 듣고 상상해봤어요. “나의 짝이 될 사람이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저 멀리서 내게 걸어오는 그 순간”이죠. 가슴을 떨며 기다리고, 항상 좋지만은 않을 현실마저도 함께 부르는 느낌이랄까요?
-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르는데요. 몇 곡만 더 소개해주세요.
미누 : ‘당부’라는 곡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무덤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울 때 나옵니다. 이 곡에서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수의를 볕이 좋은 마당에 널기도 하고 먼저 죽은 자식들의 내복과 할아버지의 옷가지를 태우기도 하고요. 화목한 가정을 꿈꾸는 가족의 테마인 ‘당신을 위한 왈츠’는 극 중 할머니의 생일날 나오는 노래입니다. 그 어느 가족들 보다 더 행복한 가정을 보여줘야 했어요. 그래야 가족들의 다툼이 더 큰 긴장감을 만들어 내니까요. ‘약속’이란 곡은 먼저 보낸 자식들의 내복을 전해주기로 한 ‘보이지 않는 약속’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목사님 댁 강아지에게 달려가고 싶은 공순이의 테마인 ‘공순이의 꿈’, 엔딩 곡이자 이번 OST의 타이틀곡인 ‘같은 곳을 바라보며’는 좀 더 큰 의미로 만든 노래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더불어 우리 모두의 삶을 그렸습니다. 언제나 기쁠 수 없고, 그렇다고 언제나 슬플 수 없는 우리들의 삶을 생각하면서요. 두 분의 찬란한 사랑과 더불어 많은 이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 OST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겠군요.
미누 : 진모영 감독님이 첫 미팅 때 제게 딱 한마디를 하셨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러브스토리.”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본 영상이라곤 노부부가 나오는, 그것도 미완성인 트레일러가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뜬금없는 러브스토리라니. 그 후 하나씩 영상을 보면서 진모영 감독님과 편집을 맡은 현진식 감독님과 조율을 해나갔습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마치 동화 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음악적인 부분에서 두 분 모두 끝까지 저를 믿어주셨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어떤 모습이 가장 감동이었나요?
미누 : 곡을 만들기 전 항상 두 분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먼저 봤습니다. 그 후 계속해서 영상을 보면서 곡을 썼고요. 예전 ‘인간극장’에서 본 기억 때문에 처음 두 분을 보는 순간부터 감동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닮고 싶은 분들이었거든요. 두 분이 너무 부러웠어요. 그 분들을 위해 음악을 만들게 돼 큰 영광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테지만 영화 중 할아버지가 누워서 할머니 얼굴을 쓰다듬는 장면이 있습니다. 홀로 남겨질 할머니를 걱정하며 바라보던 할아버지의 그 눈빛을 아직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100만 관객을 돌파한 12일이 할아버지 기일이었더군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미누 : 드라마처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박스오피스 1위를 한 날이 故 조병만 할아버지의 기일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평안하실 수 있게 많은 분이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고 이별해야 하는지 몸소 가르쳐주신 故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께 이 모든 곡들을 바칩니다. 고맙습니다.
- 촬영 기간과 음악 작업 기간이 전혀 겹치지 않는데요. 음악 구상에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미누 : 제가 OST 작업을 하게 된 건 촬영이 거의 종료 된 후였습니다. 그리고 영화 편집과 동시에 진행된 터라 몇 곡을 빼고는 영상에 맞춰 음악을 작업했습니다. 딱히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편집 수정이었습니다. 수정 때마다 음악의 길이와 뉘앙스가 다 달라지고 몇몇 곡은 그 장면 자체가 통으로 없어져서 쓸 수 없게 된 곡들도 많았죠. 그래서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OST에 삽입된 곡이 3곡이나 됩니다. 버린 곡들도 수도 없이 많고요.
- 예산이 적은 다큐멘터리 영화잖아요. 돈이 모두는 아니겠지만, OST 앨범을 발매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미누 : 이번 작품이 공식적인 음악감독 입봉작입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굉장히 즐기는 편이어서 과감히 결정했습니다. OST 발매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큐멘터리영화 OST가 있으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거고요. 사실 일반 가요 음반도 잘 팔리지 않으니 제 주위 분들은 다들 말렸어요. 예산이 적은 만큼 도움도 많이 받아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앨범을 발매한 건 할아버지 꿈 때문이었습니다. OST 작업을 하던 8개월간 영화에 집중하다 보니 할아버지 꿈을 자주 꿨습니다. 몇몇 장면에서 꽉 막혀 고민하다 잠이 들면 꿈 속에서 할아버지가 저를 보며 해맑게 웃어주시더라고요. 그 후 일어나서 곡 작업을 하면 신기하게도 막혔던 부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