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연극 ‘나는 너다’는 묵직했다. 암전 때 퍼지는 관객들의 박수는 여느 작품 사이 나오는 소리보다 묵직했으며, 한숨 섞인 탄식 역시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연극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 마음은 한결 가볍다. 마주하기 하기 쉽지 않은 과거의 회귀(回歸)는 무거우면서도 홀가분한 심정을 동반했다.
‘나는 너다’는 송일국의 1인 2역으로 이뤄진다. 나라를 위해 목숨조차 아까워하지 않았던 영웅 안중근과, 안중근의 그늘에서 천대를 받아야했던 아들 안준생으로, 송일국은 무대 위 변신을 마다치 않았다.
스토리는 안중근의 거사를 중심으로 한다. 하지만, 그의 아들과 어머니, 아내의 스토리를 더해 ‘인간 안중근’에 대한 면모를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애국심으로 몸 바친 독립운동가의 가족들이 겪어야했던 아픔을 고스란히 전한다.
대한민국 참모 준장으로 의군들을 이끌고 훈련을 하는 안중근은 “같이 잘 사는 게 우리 배달족의 도리”라며 상생(相生)을 앞세운다. 그는 눈에 보이는 승리가 아닌, 모두가 함께 행복하길 바라며, 국가나 민족이 위급한 상황에 놓이면 스스로 목숨을 바칠 것을 결심하는 단지동맹을 맺는다.
그의 결연에 찬 모습에 이어 스크린에 나타난 고종은 “천하의 영웅, 뜻있는 자는 없는가”라고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충성을 바치는 의군들은 ‘대한 독립 만세’를 목청껏 외쳐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정서도 느낄 수 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감옥에 갇힌 채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얼쑤”라고 추임새를 넣는 부분이나, 죄를 묻는 법정에서 ‘뉠리리야’를 부르는 의군들의 모습은 슬픔을 배가시켰다.
“살아남은 게 잘못인가”라는 억울함이 가득한 토로를 내뱉는 안준생은 ‘영웅 아버지’의 못난 아들로 치부되는 데 이어, “영웅의 아들도 영웅이어야 하는가”라고 울분을 토한다.
안준생은 허공을 바라보며 안중근을 향해 “왜 이토 히로부미를 죽였는가”라고 소리치며 “왜”라는 말을 몇 번이고 되 뇌는 데 이어 “나라, 동양평화, 나라가 뭐다냐. 왜 가족을 망치느냐. 당신은 누군가”라고 고함을 친다. 이에 “너를 위해서”라며, “나는 너다”라는 안중근의 목소리라 덮쳐든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행복 하고 싶었던 안중근이 품었던 마음이 아들 안준생에게 전해지지 못해 아쉽다. 목숨 바쳐, 가족을 버리면서도 지키고 싶던 애국심을 가진 안중근. 아들에게 “나는 너다”라고 읊조리던 안중근의 진정한 바람은 ‘상생’이 아니었을까.
김진선 기자 amabile1441@ 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