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방송사고, 생방송의 묘미라고 미화하지만 보는 이의 맥을 툭툭 끊는 치명적 실수다. 게다가 가수들의 축제에 마이크가 나오지 않아 음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이만큼 무대 의미를 퇴색하는 것도 없을 터. 그러나 2014 SBS 가요대전은 이런 우를 4번이나 범했다. 몇 달 간 공들인 제작진의 노력이 한순간에 창피해진 순간도 여럿 있었다.
◇ 방송 시작 10분 만에 사고?
SBS 가요대전은 방송 시작 10여 분만에 사고를 내 불안한 스타트를 알렸다. 갓세븐, 레드벨벳, 러블리즈, 위너 등 신인 가수들의 무대 도중 음향과 카메라 사고가 동시에 발생했던 것.
마이크 사고는 러블리즈가 ‘캔디 젤리 러브’ 무대를 마친 뒤 위너가 등장했을 때 터졌다. 위너의 ‘공허해’가 시작됐지만 노래와 랩이 전혀 들리지 않았고 대신 러블리즈가 스태프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소리가 그대로 나왔다. 또한 위너 대신 드레스 입은 여성의 뒷모습이 갑자기 카메라에 잡혀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후에도 방송사고는 계속됐다. 네 팀이 함께 부른 마룬5의 ‘무브스 라이크 재거(Moves like Jagger)’ 무대에서 카메라가 바닥을 잡는가 하면 한동안 새까만 화면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과 방송은 전혀 없었다.
↑ 사진=SBS 가요대전 방송 캡처 |
◇ 태양이 최대 피해자, 왜 두 번이나 마이크가 나오지 않았나
태양은 두 번이나 마이크가 나오지 않아 SBS 가요대전 방송사고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그는 처음 ‘눈, 코, 입’ 무대에서 마이크가 나오지 않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은 얼굴로 노래를 이어갔다. 그러나 제프 버넷과 콜라보레이션 무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대목이었기에 이 사고는 다음 공연에도 영향을 미쳤다. 제프 버넷과 ‘콜 유 마인(Call You Mine)’으로 멋진 ‘케미(케미스트리 준말)’를 펼쳤지만 앞서 몰입도를 한 번 해친 탓인지 제대로
된 맛을 살리진 못했다.
태양의 불운은 계속됐다. 지드래곤과 함께 꾸민 ‘굿 보이(Good Boy)’ 무대에서 초반 5초간 또 마이크가 나오지 않아 당황한 기색을 표출했고 이는 그대로 전파를 탔다. 태양은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마이크 뒤를 확인하는가 하면, 난처한 표정을 지어 집중도를 방해했다. 지드래곤과 훌륭한 콜라보레이션이었지만 그 의미가 조금 빛이 바래진 해프닝이었다.
↑ 사진=SBS 가요대전 방송 캡처 |
◇ 광희의 진행 욕심이 부른 사고
제국의 아이들 광희의 쓸데없는 진행 욕심도 방송 사고를 불렀다. 이날 아이돌 자리에서 생생한 현장을 전하는 리포터 역을 맡은 그는 ‘베스트 셀피’라는 코너를 진행하며 아이돌들과 환담을 나눴다.
광희는 아이돌들이 ‘셀카’를 찍도록 유도하며 특유의 활발한 진행 실력을 뽐냈다. 한국말에 서툰 강남과도 호흡이 척척이었다.
그러나 마무리가 어설픈 ‘용두사미’였다. ‘베스트 셀피’ 수상자 엑소를 발표한 뒤 “다음엔 럭키보이즈(정용화, 닉쿤, 송민호, 바로, 엘)에 엑소 멤버도 함께하면 어떻겠느냐”는 코멘트를 던졌다. 객석 반응은 싸늘했고 당황한 광희는 다시 한번 같은 코멘트를 건넸다. 그럼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는 정해진 시간이 초과되자 어떠한 마무리 인사 없이 어색한 웃음만 지으며 카메라를 쳐다보기만 했다. 제작진도 사인이 안 맞았는지 그런 광희를 한참 카메라로 잡다가 황급히 MC인 럭키보이즈에게 돌렸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던 럭키보이즈의 깜짝 놀라는 표정이 브라운관에 고스란히 비쳤다. 정용화가 “광희의 아주 깔끔한 마무리 감사하다”는 너스레로 위기를 넘기고자 했지만 수습하기엔 충분치는 않았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